[405호 에디터가 고른 책]
이번 ‘송지훈이 만난 활동가’ 인터뷰 자리에 다녀온 후, 어딘가 얼얼한 느낌이 들었다. ‘기후위기기독인연대’의 두 공동대표가 전한 현실에 대한 경각심이 내가 느끼는 것과 꽤 달랐기 때문이다. 이대로면 파리협정으로 채택된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의 마지노선인 1.5도를 올해 안에 넘어서고 말 텐데, 다가올 미래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절망만 하지 않겠다는 룰을 정하면,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복잡하지 않았다. 기후재앙을 조금이라도 늦추고, 피해를 줄이는 식으로 살아야 한다는 얘기였다.
인터뷰 내내 머릿속에 맴돈 질문은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되나요?’였다. “기후 관련해서 더 많이 알아보시면, 어떻게 실천할지, 무엇을 할지는 자연스럽게 하고 있을 겁니다.” 그 말의 여운이 남아있을 때, 이 책을 골랐다.
이 책은 기후위기 시대에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어진 역할을 이야기한다. 목사인 저자가 교우들과 함께 ‘기후 변화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공부했던 내용을 정리하여 〈국민일보〉에 연재한 글을 수정했다. 저자는 짐 안탈의 《기후 교회》(Climate Church)에 담긴 내용을 따라 논의를 이어간다. 기후위기가 인류의 죄의 문제이며, 희망은 교회에 있다고 말한다.
“그리스도교의 역사는 월터 브루그만이 말한 것처럼 이 세상의 지배 문화에 대한 대안 문화의 역할을 훌륭하게 감당해 왔습니다. 신실한 그리스도인들은 성경 말씀에 따라 하나님이 약자의 편에 서신 것처럼 약자의 편에 서서 세상을 좀 더 평화롭고 정의롭게 하는 데 크게 이바지했습니다. 기후 위기에 직면한 지금의 그리스도인들은 성경의 정신을 살려 다시 한 번 대안 문화의 의식과 인식을 제시해야 하는 때를 맞이했습니다.”
우리는 다가온 기후위기에 대해 이상하리만큼 둔감하고 관심이 없다. BBC Future는 그 이유가 우리 뇌가 2백만 년 동안 진화해온 과정에 있다고 한다. 현재의 위협에 집중하고 먼 미래의 위협에 둔감해야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생긴 편향이라고. 무의식적으로 기후위기를 무시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내가 또 기후위기를 회피하고 무시하기 전에, 이 얼얼한 느낌이 남아있을 때 뭐든 더 알아봐야겠다. 책에는 장마다 ‘더 알아보기’와 ‘실천하기’가 실려있다. 우리가 관심 가질 만한(가져야 하는) 곳을 알려준다. 빨리 살펴봐야 한다. 나에겐, 시간이 없다.
정민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