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6호 해외 독자 통신]

이하 사진: 인터뷰이 제공<br>
이하 사진: 인터뷰이 제공

-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미국 시카고에서 머물고 있는 조효진입니다. 2018년 사회복지학 박사과정을 위해 유학을 오게 되었고, 올해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박사과정을 마치고 졸업하였습니다. 시카고에서 연이어 박사 후 과정을 밟게 되어 2~3년 더 머무를 계획입니다.

- 복상을 구독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2023년 생일을 맞이하여 저에게 주는 선물로 〈복음과상황〉을 구독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복상과의 첫 만남은 2010년쯤으로 대학생 때였는데요. 그때 친한 친구를 통해 복상을 알게 되었고, 친구에게 책을 빌려서 읽었어요. 구체적인 호수는 기억나지 않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라고 생각한 나의 신앙을 내가 살고 있는 사회와 사회문제들의 맥락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어요. 특히 당시에 사회 현안들에 대한 특정 관점들이 교회에서 나누어질 때, 교회의 주류적인 생각에 반하게 되면 내가 뭔가 하나님께 크게 잘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또 동시에 이것이 옳은 것인지 혼란스러운 시기이기도 했거든요. 일례로 제가 여성인권단체에서 인턴십을 한다고 나누었을 때 교회 형제가 “교회 다니면 그런 거(?) 하면 안 된다”라고 말하기도 했고,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청원서가 교회 예배당 앞에 주보와 함께 비치되어있는 것을 보고, 제가 제대로 본 것이 맞는지 혼란스러워 재차 읽어본 경험도 있고요. 이런 상황에서 복상은 저에게 질문할 수 있는 용기를, 또 안도감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배경이 길었습니다만, 2023년 새해를 맞이했을 때 하나님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기도제목이 있었는데 복상이 문득 생각났습니다. 대학생 때는 구독료가 다소 부담스러워 빌려보거나 못 볼 때도 많았어요. 이제는 구독할 수 있다니 감사하고 뿌듯한 마음으로 해외 구독을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 해외에서 복상을 종이책으로 받아보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복상을 통해 많은 위로를 받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영어도 많이 서툴고 박사과정과 유학 생활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마음이 지치고 움츠러들 때가 많았는데요, 그럴수록 더 저 자신에게만 몰두하게 되고, 마치 제가 하는 공부가 나의 전부가 되어 마음과 시야가 더욱 좁아지더라고요. 그럴 때 복상을 읽으며 우연히 마주하게 글들, 특히 사회와 동떨어져 존재하는 신앙이 아닌 사회와 신앙의 접점에서 치열하게 논의하고 행동하는 삶의 이야기들, 묵상들은 저에게 도전이 되기도 하고 또 위로가 되었습니다.

특히 개인적으로 큰 위로를 받았던 연재는 이성희 작가님의 ‘정원의 길, 교회의 길’ 연재입니다. 나무와 꽃들, 식물들을 통해 전해지는 작가님의 깊은 묵상들은 저에게 큰 울림이 되었고 특히 ‘겨울 정원’(2023년 11월호) 편은 힘든 시기에 포근한 위로를 주었어요. 잎이 다 떨어진 겨울나무를 보러 자리를 털고 일어나 겨울 공기를 쐬러 갈 수 있는 힘도 되어 주었습니다. 그 외에도 동네 책방에 대한 이야기와 책 소개도 좋아하는 코너입니다.

사실 매달 배송되는 복상 속에서 우연하게 만나는 여러 글이 모두 좋습니다. 인터넷으로 글을 읽을 때는 제가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돼서 우연히 저에게 도전이 되고 또 질문을 던지는 글들을 놓치게 되는 것 같지만, 책으로 배송되는 복상은 이 우연한 만남을 매달 선사해주니 더욱 기다려지는 것 같습니다.

- 복상을 국내외 선물 증정도 하고 계셔요.

친구의 생일을 맞이하여 국내외 선물 증정을 하게 되었는데요. 저에게 복상이 매달 배송되는 선물 같은 기쁨을 주어서, 신앙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눈 친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전하고 싶었습니다. 특히 한 친구는 처음 저에게 복상을 소개해준 친구인데, 미국에서 생일 선물을 보낼 방법을 고민하던 중 복상 구독 선물이 생각나서 보내게 되었습니다.

- 구체적으로 어떤 공부를 하고 계신가요?

저는 불안정한 일자리와 불평등한 노동환경이 노동자 및 그 가족,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사회정책의 역할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박사논문에서는 지난 40년 동안 사회복지 서비스 제도가 민영화되고 시장화되면서(예. 영리 기관의 증가), 미국 사회복지사의 일자리 질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연구하였습니다.

연구 결과, 일자리의 질이 다양한 측면에서 악화되었으며, 특히 사회복지 서비스가 더 민영화되고 시장화된 지역에서 일자리의 질이 더욱 나빠졌음을 논의하였습니다. 특히 흑인 사회복지사의 일자리 질이 더 나빠져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이 인종에 따라 불평등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밝혔습니다. 박사 졸업 이후에도 사회복지사 및 저임금 서비스직 노동자의 노동환경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려고 합니다.

- 머물고 계신 지역을 구체적으로 소개해 주신다면요?

제가 시카고에서 지낸다고 하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안전에 관한 것입니다. 실제로 총기 사건 등 마음 아픈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시카고는 차별적인 도시 발전의 역사 속에서 경제적·인종적으로 분리된(segregated) 도시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남쪽 지역(South Side)은 학교 캠퍼스 경계를 벗어나면 주거환경이나 시설들이 많이 낙후되어있고, 여러 치안 문제와 더불어 최근에는 식품의 사막화(Food desert) 현상, 즉 과일과 채소 등 식재료를 구할 수 있는 마트가 부족한 것도 지역사회 문제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밤에는 외출을 자제하게 되고, 마음 아픈 지역사회 뉴스를 접할 때면 움츠러들기도 하지만, 그만큼 또 시키고는 지역사회 운동도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고, 다양하고 역동적인 문화를 가진 매력적인 곳이에요. 매해 9월에 ‘Hyde Park Jazz Festival’이라는 지역 주민들이 함께하는 재즈 축제가 열립니다. 여름과 가을에는 매주 토요일마다 파머스 마켓이 열려, 신선한 채소와 과일, 빵을 사 먹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또 미시간 호수를 끼고 공원이 있어서 일출과 석양을 배경 삼아 호수에서 수영하는 사람들, 여름에는 반딧불이를 볼 수 있는 멋진 곳이기도 합니다!

- 현재 함께하고 있는 신앙 공동체가 있으신가요?

학교 캠퍼스에 있는 시카고 하이드 팍 한인 연합 감리교회를 다니고 있습니다. 저희는 미국 교회의 예배당 한 층을 빌려서 매주 예배드리고 있는데, 대다수의 교우가 학부생과 대학원생이에요. 물론 오랜 기간 시카고에 거주하며 교회를 이끌고 계신 분들도 있습니다. 졸업 및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많은 학생이 집으로 돌아가 교회가 조용해지기도 하지만, 남아있는 사람들끼리 옹기종기 모여 예배를 이어가고 삶의 묵상을 나누며 (맛있는 것도 먹으면서)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왔다가 정이 들면 졸업해서 떠나가니 마음이 헛헛하지는 않은지 목사님께서 질문을 종종 받는다고 하세요.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역동적이고, 매번 새롭게 일하시고 공동체를 일구시는 하나님을 경험할 수 있어 기쁘고 설렌다는 목사님 말씀이 기억납니다.

- 미국 대선 이슈로 한국에도 뉴스들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미국 대선이 어느 정도로 삶에 밀접하게 느껴지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거대 이슈들에 가려져, 실제 삶의 영역에서 정말 중요한 이슈들이 가려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미국 정치와 대선 이슈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팬데믹 초기에 모든 수업이 온라인으로 전환되자, 트럼프 정부에서 외국인 학생들의 미국 체류를 불허하겠다는 행정명령을 발표한 적이 있는데요. 당시에는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뿐 아니라, 나의 체류가 불법이 될 수 있다는 잠재적 사실만으로도 무척 불안했어요. 이 경험은 미국 정치와 정권이 내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이외에도 미국 사회 주요 현안들에 대해 정치적 분열이 깊어지면서, 누가 정권을 잡는지에 따라 정책 기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와 걱정으로 미국 대선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동시에 저는 투표권이 없어 때로는 무력감을 느끼기도 하죠.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면서 크게 와닿았던 책의 한 구절이 있습니다. 김지혜 작가님의 《선량한 차별주의자》의 한 구절입니다. “나에게는 아무런 불편함이 없는 구조물이나 제도가 누군가에게는 장벽이 되는 바로 그때, 우리는 자신이 누리는 특권을 발견할 수 있다.”

미국에서 이방인으로 지내는 시간 동안 (물론 따뜻한 환대와 도움도 많았지만), 한국에서 내가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당연한 많은 것들이 내가 누린 특권이었음을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한국에서 내 피부색마저도 특권이었음을 새삼 느끼며, 한국에서 만났던 외국인 학생들과 외국인 노동자들의 어려움과 차별에 대해 이제서야 더 깊이 생각하게 되는 저 자신을 반성하게 됩니다.

- 현재 관심 갖고 계신 주제는 무엇이며, 복상이 다루었으면 하는 주제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최근에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는 사회제도의 금융화(financialization)입니다. 특히, 사모펀드(private equity firms)와 투자회사들이 단기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다양한 사회 서비스 제도에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는 점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요양원과 의료 서비스, 최근에는 어린이집과 유치원까지 투자회사들이 개입하면서 이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논의되고 있습니다. 단기 이윤 창출이 목적이다 보니 서비스의 질 향상보다는 인건비 절감을 우선하게 되고, 그 결과로 종사자들의 일자리 질이 악화되며, 이 영향이 서비스 이용자들까지 미친다는 점인데요. 사회제도의 금융화가 가지는 사회적·정책적 함의에 대해 더 연구하려고 합니다.

복상에서 다루었으면 하는 주제가 하나 떠오르는데요. 최근에는 주식 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만연해진 상황에서, 주식시장에 신앙인으로서 참여하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우리가 비판적으로 고찰할 부분은 무엇일지에 대한 것입니다.

진행 이범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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