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8호 커버스토리]

언제부턴가 ‘개신교’ 이름을 달고 두세 명 이상 모이는 곳에는 잘 안 가게 되었습니다. 싸우기 싫어서요. 싸움의 주제가 어찌 그리 많은지요. 자칭 평화주의자인 저는 갈등 스트레스에 취약하기 때문에 그런 자리는 피해왔습니다. 대놓고 다양한 주제에 관해 토론하겠다는 로잔대회에 가기 전, 오랜만에 기도를 좀 했답니다. 엄청난 파이터들 사이에서 아기 고라니 같은 제 멘탈을 지켜주소서. 대회장에 도착했는데, 이상하게 대회 내내 하늘이 무지 예뻤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하게도, 대회장 밖에 나와 바람과 햇살을 맞으며 삼삼오오 모인 외국인들은 싸우러 온 사람들 같아 보이지 않았죠. 몇몇 사람들에게 다가가 물었습니다. 누구시냐고요.

1. 와니아

와니아 Ⓒ이예은
와니아 Ⓒ이예은

저는 브라질에서 태어나, 지금은 인도네시아 파푸아에서 성경 번역 사역을 해요. 2018년부터 파푸아에서 사역을 시작했죠. 이번에 한국에 오게 된 건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어요. 하나님께서 길을 열어주셨죠. 다른 나라 형제자매들 이야기를 듣고 배우고 싶었어요. 어떻게 더 효과적으로 복음을 전할 수 있을지 아이디어도 얻고, 서로에게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랐죠. 로잔대회에서의 경험은 정말 놀라웠어요. 특히 한국 사람들이 따뜻하게 환영해준 것이 정말 인상 깊었어요. 브라질 사람들도 파티와 춤을 좋아하는데, 한국에서 받은 환영이 그만큼 따뜻하고 환영해주는 느낌이었거든요. 자원봉사자들이 보여준 헌신도, 전 세계 사람들과 함께 예배드리는 것도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파푸아에는 여전히 많은 도전이 존재해요. 교회들은 많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명목상 기독교인에 머물러있어요. 저는 그 이유 중 하나가 그들 자신의 언어로 된 성경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성경이 주로 인도네시아어로 되어있는데, 이 언어는 너무 격식 있는 언어라 사람들이 복음을 이해하기 어려워해요. 우리는 그들의 언어로 성경을 번역하는 일을 하고 있고, 최근 OBT(Oral Bible Translation, 구술 성경 번역) 프로젝트도 시작했어요. 이를 통해 사람들이 복음을 더 잘 이해하고, 삶이 변화되기를 바라고 있어요. 로잔운동은 우리가 더 효과적으로 사역하기 위해 무엇을 변화시켜야 할지를 깨닫게 해주는 중요한 자리라고 생각해요. 여기서 나눈 이야기들은 저에게 큰 도전이 되었고, 다시 돌아가서 하나님을 위해 큰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2. 아르만도

아르만도 Ⓒ이예은
아르만도 Ⓒ이예은

저는 라틴아메리카 출신이고, 아프리카에서도 9년간 살았어요. 저는 라틴아메리카인들이 자립적인 프로젝트를 통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해왔습니다. 현재는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에서 다양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데요, 저희 목표는 사람들이 어디서든 복음을 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에요. 단순하게, 있는 자리에서 하나님께서 주신 것을 잘 관리하면서 복음을 전하는 삶을 살도록 돕고 있어요. 저희는 자립 가능한 사역자들을 키우기 위한 혁신적인 전략을 개발하고, 교회의 평범한 성도들이 소금과 빛이 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해요. 북아프리카에서 시작해 소말리아와 동아프리카를 거쳐, 현재 코스타리카에서 라틴아메리카 사역자들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로잔대회에 오게 된 것은 사역에 있어 젊은 여성들에게 더 큰 힘을 싣자는 새로운 흐름에 일환이었어요. 제 아내가 저희 사업의 CEO여서 초대를 받았거든요. 오기 전에는 누가 참석하고,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였는지 알고 싶다는 기대가 있었어요. 이미 활동 중인 사람들과 협력하고, 그러면서 중복된 일을 피할 수도 있겠고요. 대회에 참여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어요. 좋은 점도 많았죠.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어요. 로잔대회 내에서도 분열과 갈등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제만 해도 팔레스타인 문제로 큰 충돌이 있었고, 보안요원까지 불려 오기도 했어요. 세상이 이만큼 망가져있다는 현실을 느꼈지만,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큰 힘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싸움을 멈추고 함께 일한다면 우리의 사명은 훨씬 쉬워질 거예요. 물론 인간적인 연약함 때문에 쉽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죠.

저는 우리 세대에 우리만의 혁명이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구조는 필요하지만, 행동하는 것을 막으면 안 돼요. 지금 구조는 사람들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행하려는 것을 못 하게 막고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 세대는 단순하게 복음을 전하고 행동할 필요가 있어요. 로잔운동이 이러한 논의를 시작하고, 세계 교회의 중요한 리더들이 모여 앞으로 나아갈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3. 말린

이유진 객원기자와 말린. Ⓒ이예은
이유진 객원기자와 말린. Ⓒ이예은

저는 네덜란드 출신으로 현재 남아프리카에서 선교사로 사역하고 있고요, OM(Operation Mobilization)에서 국제 어린이 사역을 담당해요. 이번 로잔대회에는 어린이와 가정 네트워크의 일원으로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제 소명은 아이들이 위대한 사명에 동참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흔히 교회에서는, 어린아이들은 가르침을 받기만 하거나 단순히 즐겁게 지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저는 아이들이 지금도 충분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로잔대회에 오기 전에는 네트워킹을 가장 기대했어요. 고민해온 문제에 대한 답을 다른 신자들에게서 얻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으니까요. 대회가 진행되면서는 일단 대화가 시작되었다는 데 큰 의의를 두고 있어요. 아이디어와 자원을 나누고, 함께 고민하고 있죠. 예를 들어, 다른 신앙을 가진 아이들에게 어떻게 윤리적으로 복음을 전할 수 있을지 같은 문제요. 아직 해결책을 찾지 못했지만, 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저는 교회가 어린아이들을 제자로 삼지 않는 것이 세계적으로 공통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을 돌보는 데만 집중하고, 그들을 신앙의 주체로 보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을 과소평가하고 있죠. 하지만 저는 아이들에게 임한 성령님도 어른들에게 임한 성령님과 다르지 않다고 믿습니다. 아이들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고, 그들을 제자로 양육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더불어 청소년들이 직면한 새로운 문제들, 예를 들어 성 문제나 인공지능(AI) 같은 도전에 대해 교회가 어떻게 대응할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로잔 같은 플랫폼에서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앞으로도 저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더 잘 듣기 위해 노력하려고 합니다. 저만 해도 아이들에게 어떤 문제에 대한 의견을 묻지 않았던 것 같아요. 디지털 선교나 미전도 지역의 아이들과의 연결도 계속 고민하고 싶습니다.

4. 메흐란

메흐란 Ⓒ이예은
메흐란 Ⓒ이예은

저는 이란 무슬림 가정 출신입니다. 제 아버지는 두 아내가 있었는데, 이는 이슬람에서는 허용되는 일이죠. 저는 어릴 때부터 무함마드와 알라에 대해 많은 궁금증이 있었어요. 예를 들어, 제 모국어는 페르시아어인데 왜 아랍어로 꾸란을 읽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왜 무함마드에게 여러 아내가 있는지도 의아했습니다. 질문들이 쌓이면서 저는 17살에 이슬람을 떠났고, 이슬람과 무함마드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하며 스스로 위험에 처하게 되었어요. 결국 이란을 떠나기로 결심했지만, 출국을 위해서는 여권이 필요했고, 여권을 얻기 위해서는 군 복무를 해야 했죠. 2년 동안 군 복무를 마치고 여권을 얻어 튀르키예로 떠났습니다.

튀르키예에서 밀수업자를 만나 그리스로 넘어가는 배를 탔습니다. 25명을 태울 수 있는 크기였지만, 75명의 난민이 함께 타서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죠. 그리스 레스보스섬에 도착한 후 아테네로, 다시 마케도니아와 그리스 국경으로 이동했습니다. 그곳에 약 1만 명의 난민이 있었고, 저는 3개월 동안 국경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샤워도 못 하고 음식도 부족한 상황에서 지냈어요. 그러던 중 한 미국인 선교사가 저를 전도했지만, 이슬람과 기독교는 비슷할 거라고 생각해 거절했죠. 이후 독일로 가기 위해 네 번이나 마케도니아로 들어가려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그리스로 돌아왔을 때, 그 선교사가 다시 저를 찾아와 페르시아어로 된 신약성경을 건넸습니다. 그 순간 제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이슬람에서는 왜 꾸란을 아랍어로만 읽어야 하는지 항상 의문이었는데, 성경은 제 모국어로 되어 있었으니까요. 저는 곧장 성경을 읽기 시작했고, 하루에 8시간씩 읽으며 세 달 만에 신약성경을 다 읽었습니다. 저는 제 마음을 예수님께 드리게 되었고, 제 삶은 완전히 변화되었습니다.

그 후 유엔이 난민 캠프를 재편성하면서 라리사시 근처 다른 캠프로 옮겨졌습니다. 그곳에서 한 시리아인이 저보고 왜 이란 사람이 성경을 읽느냐고 물었고, 저는 기독교인이 되었다고 답했어요. 그 후 캠프 생활은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이슬람을 떠난 사람은 적으로 간주되기 때문이었죠. 많은 위협을 받았고, 결국 아테네로 옮겨졌습니다. 거기서 페르시아 교회를 시작했고, 난민들과 무슬림 배경의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며 사역을 이어가던 중 제 아내 자넷을 만났죠. 그녀와 런던으로 이주해 이란인과 난민들을 위한 교회를 세우게 되었습니다.

지금 저는 런던에서 이란인 교회의 목사로 사역하고 있고, 아내는 로잔운동의 글로벌 및 유럽 부문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오기 전에 서로 배우고 네트워킹하는 것이 기대되었어요. 저는 이번 대회에서 어떻게 하면 제가 다른 사람들에게 축복이 될 수 있을지, 또 제 사역에 어떤 도움의 손길들을 만날 수 있을지 기도하며 기대했어요. 저는 하나님께서 난민과 이민자들을 통해 서방국가와 유럽을 변화시키고 계신다고 믿거든요. 영국 사람들이 다른 영국 사람들 말은 안 들을지 몰라도 난민인 제 말을 들을 수도 있잖아요.

실제로 어젯밤(9월 26일)에 한국교회 역사를 배우면서 정말 감동받았어요. 완전히 하이라이트였죠. 한국 사람들이 어떻게 그리스도를 받아들였는지, 한국 문화가 어떻게 그리스도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게 되었는지 알았을 때 놀라웠어요. 그래서 제 나라 이란을 위해 기도하기 시작했어요. “주님, 여기 한국에서 문을 여신 것처럼 이란에서도 문을 열어주세요. 중국과 중동, 이라크에서도 문을 열어주시길 원합니다.” 

이번 대회에는 많은 가르침과 간증들이 있었고, 하나님께서 다양한 지역과 나라, 도시에서 행하시는 일들을 보는 것은 정말 아름다웠어요. 하나님께서 사람들을 어떻게 움직이시는지를 배우는 것이 감동적이었죠. 예를 들어, 이란인 교회와 난민 교회의 목사로서 때로는 우리 교회와 상황에만 너무 집중하게 되면서, 하나님께서 여전히 일하고 계심을 종종 잊곤 해요. “교회가 죽어가고 있다”고들 말하지만, 영국에 와서 보면 새로운 아프리카 교회들이 영국에 세워지고 성장하고 있죠. 로잔대회를 통해 하나님께서 여전히 일하고 계신 것을 보며 제 믿음이 크게 격려받았습니다.

5. 삼손

삼손 Ⓒ이예은
삼손 Ⓒ이예은

저는 에티오피아 출신이고, 에티오피아 임마누엘 연합교회와 미국 애리조나 투손에 기반을 둔 ‘유나이트 포 아프리카’에서 사역하고 있습니다. 이 단체의 아프리카 디렉터로서 교회 개척, 지도자 훈련, 코칭, 멘토링, 제자 양육을 담당하죠.

저는 2010년에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로잔대회에도 참석했어요. 그때는 에티오피아팀의 청년 지도자로 발탁되어 참석했습니다. 이후로 로잔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고, 2년 전 이번 대회에 초대를 받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로잔은 항상 시대의 최신 기술을 사용하면서 발전하고 있어요. 2010년에도 그 당시 최신 기술을 사용했고, 이번 대회도 모든 면에서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조직, 기획, 연사, 내용 등 모든 면에서 새로운 수준에 도달한 것 같아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저는 많은 기대와 함께 왔습니다.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비전을 가진 헌신된 지도자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격려받고, 영감을 얻고 싶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충전이 필요하기도 했습니다. 에티오피아에서는 팬데믹과 전쟁 등 여러 어려움이 있었고, 특히 시골 지역의 교회 개척자들이 큰 고난을 겪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번 대회를 통해 다시 회복되고, 하나님께서 주시는 영감을 얻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 기대를 충족할 수 있었죠. 예배와 아침에 사도행전을 공부한 시간, 한국교회 이야기를 들었던 순간들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현재 에티오피아는 정치적 불안정과 민족 간 분열이라는 큰 도전에 직면해있죠. 이러한 문제들은 사역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저는 아프리카 북동부 지역에 있는 폐쇄된 국가들의 지하 교회에서 사역하고 있는데, 많은 도전이 있어요. 이러한 상황에서 로잔운동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로잔은 여러 교회, 조직, 사역, 개인과 협력하고 네트워킹하는 플랫폼이자 다리와 같습니다. 이번 대회를 통해서도 여러 사역자와 연결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더 큰 사역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게 되었죠.

저는 이번 로잔대회를 통해 많은 젊은 세대들이 성령으로부터 받은 열정을 보았습니다. 이 세대가 기술과 디지털 수단을 통해 복음을 전할 것이라는 소망을 갖게 되었어요. 이 대회에서 깨달은 중요한 것이 있다면, 우리가 이 시대를 이해하고, 이에 맞게 사역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깨달음을 가지고 에티오피아에 돌아가서 저는 제 나라의 젊은 세대와 시간을 보내며 그들의 도전과 기회를 듣고, 그들에게 리더십의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

에필로그

말투에 친절을, 눈빛에 감사를, 표정에 사랑을 담아 열정적으로 하나님과 사람을 이야기하는 참가자들 모습이 새삼 향수를 일깨웠습니다. 그래, 내가 사랑했던 교회가 이런 거였지.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우리 엄마가 입버릇처럼 읊던 성경 구절이 생각났습니다. “두세 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그들 중에 있느니라.”(마 18:20) 예수님 이름으로 두세 사람이 아닌 무려 전 세계에서 온 5천 명의 사람들이 모인 송도 한구석에서 두런두런 이야기 들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진행 이유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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