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호 책방에서] 《덕과 성품》 외 4권

《습관이 영성이다》에 꽂혀 산 지도 두 달이 훌쩍 지났습니다. 곳곳에 밑줄을 긋고, 무슨 말만 나오면 ‘습관’과 ‘형성’ 덕분이라 말하고 다녔죠. 제기차기와 매일 유튜브 라이브 등 새로운 습관을 만들며, ‘그거 봐, 하면 되잖아’ 싶은 마음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두 달이 지나자 거짓말처럼 예전으로 돌아가더군요. 책 한 권 읽었다고 쉽게 바뀔 리는 없으니까요. 한 권으로 안 되면 두 권, 세 권 읽다 보면 바뀌지 않을까 고집 부려봤습니다. 모름지기 필독서 곁엔 여러 권의 참고 도서가 붙기 마련이니까요.

가장 먼저 집어 든 《덕과 성품》은 스탠리 하우어워스가 친구 아들인 ‘로리’의 대부가 되어 매년 한 가지 덕에 대해 쓴 편지를 모은 책입니다. 14개 덕을 다루었으니 무려 14년을 들여 쓴 셈이지요. 아이에게 쓴 글인 만큼 따뜻하고 사려 깊으며, 쉬운 말들로 채워진 친절한 책이죠. 좋은 대부 없이 자란 어른에게도 꽤 유익합니다.

레이첼 헬드 에반스 유작 《온 마음 다하여》는 ‘책은 읽어서 무얼 하나’ 싶은 생각이 들 때, 함께 읽기의 힘을 빌려 읽은 책입니다. 우리가 ‘형성’하고자 하는 그리스도인의 삶이 어떤 모양이어야 하는지 고민하도록 도와줍니다. 온 마음 다하여 연약한 이들 편에서 살았던 레이첼을 보면, 돈과 권력의 편에 선 부끄러운 얼굴들과 비교가 됩니다. 좋은 삶을 지향하는 자극을 주는 뜨거운 책입니다.

리처드 세넷의 《장인》과 《투게더》도 《습관이 영성이다》와 은근히 어울립니다. 《장인》은 우리에게 ‘생각하는 손’으로 일하기를 요청합니다. AI에게 프롬프트만 입력하면 결괏값을 내주는 시대에 시간을 들여 형성해간다는 것의 가치를 고민하게 됩니다. 《투게더》는 그런 ‘손’과 ‘손’의 만남, 협력을 생각하게 해줍니다. 습관과 형성 관련 자기계발 책들은 많지만, 사회학 분야에서 나온 흔치 않은 두 권입니다.

그 외 베스트셀러인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을 도서관에서 빌려 자기계발에서의 이야기 습관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살펴봤고, 신간 《하루 한 장, 작지만 큰 변화의 힘》을 보면서 제임스 스미스가 쇼핑몰을 예로 들며 이야기한 ‘세속 예전’도 생각해 봤습니다. 종교적 의례에 더 가까운 제목인 《리추얼》도 한동안 화제가 됐고요.

아, 앨런 크라이더의 《초기 교회와 인내의 발효》도 이어서 읽으려고 대기 중인 신앙 서적입니다.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보여준 ‘인내’라는 미덕이 어떤 과정을 통해 그토록 큰 성장을 이뤄냈을지 궁금하니까요.

아마 여기까지 읽는 중에 《습관이 영성이다》와 어울리는 나만의 참고 도서가 떠오른 분도 계실 겁니다. 필독서 한 권에서 시작된 책 이야기는 독자들의 손을 통해 얼마든지 확장되고 뻗어나갈 수 있습니다. 정답은 없으니까요. 여러분이 떠올린 그 책이 궁금해집니다!

박용희
부천시 원미동에서 동네책방 ‘용서점’을 아지트 삼아, 이웃들과 책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일을 시도해볼 예정이다. 《낮 12시, 책방 문을 엽니다》를 썼다.

저작권자 © 복음과상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