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4호 동교동 삼거리에서]

어릴 적 영화 속 미국 대통령은 늘 악당에 맞서 싸우는 영웅이었습니다. 테러를 진압하는 주인공이었고, 목숨을 던져 재앙을 막는 리더였지요. 그런데 지금, 외계인의 침공보다 더 지구를 혼란스럽게 하는 인물이 바로 그 미국 대통령(도널드 트럼프)이라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합니다.
12·3 내란 이후의 한국 사회는 어떤가요. 엘리트라 불리는 사람들이 악의 중심에 기생하고, 진실을 말하는 자들이 표적이 되는 기이한 현상을 목격합니다. 악을 악이라 부르는 것이 정파적 선택으로 치부되는, 매우 너그러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악은 어느새 복잡한 사연을 가진 캐릭터로 소비되고, 심지어 친숙한 모습으로 곁에 남습니다.
선한 일을 권하고, 악을 심판하는 권선징악의 이야기가 고루하게 받아들여지는 시대입니다만, 선한 것이 이기고 악한 것이 스러지는 성경의 예언을 멈추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악한 일에 징벌이 속히 실행되지 않으므로 인생들이 악을 행하기에 마음이 담대하도다. (전 8:11, 개역한글)
이범진 편집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