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3호 편들고 싶은 사람]

전국에서 가장 더운 지역으로 자주 꼽히는 곳이 경남 밀양이다. 8월 3일, 그날도 밀양은 37도를 찍었다. 그 즈음 서울의 더위도 만만치 않았다. 도시 전체가 찜통에 들어가서 삶기고 있는 듯했다. 새벽 3시쯤 땀에 젖은 채 일어나 비몽사몽간에 물을 끼얹어도 더위는 물러나 주지 않았고, 피곤은 쌓이는데 숙면은 취하지 못하는 생활이 반복됐다. 아마 집에 에어컨이 있었다면 당장에 전원 버튼을 눌렀으리라. 그러니 누구를 탓할까. 이 살인적인 더위는 일단 내가 시원하고 보자는 이기심과 탐욕이 부메랑이 되어 나에게 고스란히 돌아왔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인간의 이기심이 미래 세대가 살아갈 환경까지 취탈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를 미래 세대는 어떻게 견뎌야 하나. 근본적인 삶의 양식을 바꾸어 내야 한다는 것은 환경운동가의 외침이 아닌, 기독교인의 외침이 되어야 한다. 미래 세대가 살아갈 환경을 취탈한 우리는 도둑질하지 말라는 성경의 가르침을 어기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밀양에서 벌어지고 있는 송전탑반대운동도 마찬가지다. 주민들의 동의 없이, 인가(人家) 코앞에 송전탑이 세워지는 것도 문제지만, 그 송전탑의 역할이 무엇인가, 원자력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전달하는 것이다. 체르노빌‧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겪은 전 세계가 ‘이제라도 탈핵을 하자’고 외치는 때에, 원자력발전을 한다는 것 또한 미래 세대가 살아갈 환경을 취탈하는 것에 다름없다. ‘편들고 싶은 사람’에서 만난 이계삼 선생은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지난 1월 16일 이치우 어르신의 분신 사건이 있고 나서 이치우열사분신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을 맡아 송전탑 문제 해결을 위해 애쓰고 있다. 8월 3일 송전탑 반대 농성장이 차려진 밀양시 한국전력을 찾았다. 농성 중인 어르신들에게서 이계삼 선생이 느꼈다던, 씩씩함과 생명력, 인생에 대한 낙천성을 느꼈다. 이어진 그와의 인터뷰에서 송전탑 건설과 원자력발전의 이기적 학살이 어떻게 자행되고 있는지, <녹색평론> 예찬자인 그가 앞으로 어떻게 일상에서 말과 글과 삼으로 녹색을 실천할지도 들었다.

▲ ⓒ김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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