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2호 무브먼트 투게더 : 탈핵]

지난 3월 25일 ‘고준위핵폐기물 해외 사례와 국내 쟁점 정책토론회’가 서울글로벌센터 9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정책토론회는 두 개의 발제와 토론, 질의응답으로 이루어졌고, 첫 발제는 숀 버니 그린피스 독일사무소 수석 원전 전문가가 맡았다.

숀 버니는 약 30년간 전 세계 원전의 위험성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정책으로 전환을 이끌어온 국제적인 활동가다. 그는 동북아시아 관련 원전 문제에 대한 전문적인 조사와 원전 반대 캠페인을 이끌어왔다. 특히 한국의 삼척, 부산, 월성 지역과 일본의 후쿠시마, 아오모리, 니가타, 후쿠이, 규슈 지역 등을 방문하여 원전 문제에 대한 조사와 반대 캠페인에 자문을 하고 참여한 바 있다. 숀 버니는 또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 그린피스 독일 사무소의 후쿠시마 사고 대응에 대한 특별 자문관으로 일하면서 독일 정부가 원전의 안전성을 재고하여 단계적 탈핵을 결정하는 데 기여했다. 

이번 정책토론회에서 숀 버니는 ‘고준위핵폐기물 해외 현황과 시사점’이라는 제목으로 방사성 폐기물 심층처분에 대한 심각성을 밝혀냈다. 고준위핵폐기물을 깊은 땅속에 보관하는 이 처분 방식은 현재까지 가장 많이 연구된 방법이었다. 이 방법을 두고 그는 “독일을 비롯한 유럽 선진국에서도 각광받은 방법이었으나, 결국 여러 심각한 결함이 발견되어 사실상 어느 나라도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관리할 방법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은 지진 리스크 파악과 여러 불확실한 요인을 안고도 뚜렷한 해결책 없이 사용후핵연료를 고밀도로 보관 중이다. 숀 버니는 이런 상황을 두고 “마치 사고가 나기를 기다리는 것만 같다”며 그 심각성을 꼬집었다. 다음은 한국 그린피스를 통해 전달받은 그의 발제문 전문(각주 생략)이다. - 편집자

   
▲ 에너지시민연대, 그린피스, 고준위핵폐기물전국회의가 공동 주관했다. ⓒ복음과상황 이범진

고준위핵폐기물 해외 현황과 시사점
원자력의 상업적 운용으로 인해 인체와 환경에 유해한 방사성 물질이 지난 60년 이상 배출되었다. 이 오염 물질은 인류 문명의 존속 기간을 뛰어 넘을 정도로 초장기간에 걸쳐 영향을 준다. 그린피스의 〈2019 핵폐기물 위기 보고서〉는 7개 원전 보유국(벨기에, 프랑스, 일본, 스웨덴, 핀란드, 영국, 미국)의 핵폐기물 관리 현황을 살펴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다양한 핵연료주기 단계에서 방사성폐기물이 다량 발생한다. 전 세계에 수십만t의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이 쌓여 가고, 가동 원자로에서 매달 수백t의 사용후핵연료가 배출되고 있다.
또한, 이 보고서는 아직 어느 나라도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관리할 방법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임을 보여준다. 핵폐기물 전문가들은 지층처분 계획에 공통적인 위험 요인이 있으며, 현재까지 가장 많이 연구된 방법인 지층처분 방식에 결함이 있음을 밝혀냈다.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원자로에서 발생하는 고준위핵폐기물이다. 12~18개월마다 원자로에서 배출되는 사용후핵연료가 바로 이에 해당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추산에 따르면 민간 원자력 발전이 시작된 이후 사용후핵연료에서 약 37만mt의 중금속(MTHM)이 발생했으며, 이 중 12만 MTHM은 재처리되었다. 14개국에 약 25만t의 방사성 사용후핵연료가 저장되어 있다. 상당수는 발전소 내 냉각 수조에 그대로 보관되어 있는데, 2차 격납 설비 등 심층방어 조치나 자체 비상전력도 갖춰져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사용후핵연료 저장 수조의 고온 발생이 실제로 가능한 사고임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당시 원자력에너지위원회(AEC)는 간 나오토 총리에게 후쿠시마 제 1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 통제 상실로 심각한 방사능 오염이 발생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원전 정책에 찬성했던 간 총리조차도 “무려 5천만 명을 대피시켜야 할 상황이 올 수 있었다. 그건 마치 큰 전쟁에서 지는 것과도 같은 상황이었다. … 수십 년간의 격변이 뒤따르고 일본의 국가적 종말이 올까 봐 두려웠다”고 표현했다.

전 세계 상용 원자로 가동으로 매년 1만2천t의 사용후핵연료가 추가로 생산된다. 한국의 경우 원자로를 전 출력으로 가동하면 매년 900t 이상의 사용후핵연료가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원자로 수명과 탈원전에 대한 논의가 중요하다. 전 세계가 관리해야 할 고준위핵폐기물의 양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린피스는 사용후핵연료 등 고준위폐기물을 관리하기 위해, 문제 발생을 줄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탈원전 계획을 통해 폐기물의 추가적 발생을 가능한 조속히 중단하는 것이다.

핵폐기물의 위험
방사성물질을 포함한 모든 폐기물은 생물권에 유입되는 순간부터 위험하다. 위험하지 않은 방사능 수치란 없다. 그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것은 고준위 및 긴 반감기를 가진 장수명 폐기물로, 거의 100%가 원전 또는 핵탄두를 제조하는 방위 산업에서 배출된다. 고준위핵폐기물은 주로 원전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 그리고 재처리 후 발생하는 유리화된 잔여물로 구성된다. 원자로의 핵분열 과정에서, 방사성 독성이 강한 초장수명방사성 동위원소가 다수 생성된다(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원소). 고준위폐기물에는 방사성 동위원소가 포함되어 있는데, 그 위험성은 최소 300년에서 최대 수십만 년까지 지속된다.

예를 들어, ‘플루토늄-239’는 원자로에서만 생성되는 인공 방사성 동위원소로, 7µg만 흡입해도 치명적인 폐암을 유발할 수 있다. 플루토늄-239의 방사능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는 약 2만4천4백 년이 걸린다. 안정적인 원소에 가까워지려면 약 24만4천 년이 소요된다는 의미이다. 고준위핵폐기물에 포함된 그 밖의 방사성 원소 중에는 방사능이 줄어들어 안정화되는 데 더 오래 걸리는 경우도 있으며, 최대 수백만 년까지 이른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방사성 원소들 중 상당수가 중금속이라는 것이다. 방사능 위험뿐만 아니라 화학적으로도 유해하며, 방사성과 달리 화학적 특성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심층처분의 치명적 결함
핵폐기물 심층처분은 지표저장과 함께 많은 국가들이 해결책으로 택하고 있는 방법이다. 고/중준위 장수명 폐기물인 경우에 더욱 그렇다. 폐기물을 처리하여 지질학적으로 안전한 저장소에 보관하는 것으로, 천연/인공 방벽을 설치해 폐기물을 주변 환경과 분리한다. 이 방법은 방사성 붕괴가 완료될 때까지(최대 백만 년) 폐기물을 계속 저장할 수 있다는 이론에 근거하고 있다. 응회암, 화강암, 암염, 점토 등 다양한 모암층에 대한 연구가 현재진행중이거나 세계 여러 곳에서 실제로 사용된 바 있다. 저장 제약 요건(특히 온도 및 수분)에 대한 각 물질의 반응 특성에 따라, 필요한 방벽의 형태가 결정된다.

지층처분은 지금까지 가장 방대한 연구가 이루어진 기술이지만 심각한 결함이 발견되어, 더 이상 신뢰할 만한 방법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 폭발 등 화재 위험, 컨테이너 결함, 방사성 가스의 환경 유출
• 지하수 유동 및 침수 위험으로 인한, 컨테이너 시스템 영향 및 환경오염 가능성
• 저장 컨테이너의 내구성 및 내부식성과 관련한 기술적 문제
• 미래세대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 증가 및 불확실성
• 회수 가능성 개념의 근본적 오류(일부 세대에만 영향을 주는 문제가 아님)
• 핵폐기물은 초장기적인 위협임을 고려, 수백 년 이상 사회 안정성을 확보하는 문제

   
▲ 지층처분은 지금까지 가장 방대한 연구가 이루어진 기술이지만 심각한 결함이 발견되어, 더 이상 신뢰할 만한 방법이 되지 못하고 있다. ⓒ복음과상황 이범진

화재 및 폭발
사용후핵연료 지하 처분소에서 가장 심각한 위험은 화재 발생 위험이다. 수소, 인화성패키지, 방사성 가스 및 수소를 제거하기 위한 강력한 환기 설비(저장 구역 내 총환기량수백 ㎥/초) 등이 한 공간 내에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하 환경에서의 화재 통제는 다음의 이유로 특히 어렵다.

• 화재를 감지하는 데 걸리는 시간(지하구조물의 총 길이가 265km 이상)
• 화재 진압 대원들의 진입과 관련된 문제(처분 터널에서 방사선 발생, 방사선방지 설비가매우 무겁고 작업 시 불편)
• 복잡한 강력환기계통의 관리(필요한시설이며, 중단 시 작동이 멈추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필터가 차단됨. 체크밸브가 있으나 배연 필요)
• 점토층의 특성상, 그리고 일부 패키지의 임계 상태로 인해 지하 공간 내 물 사용 제한 필요(중성자 거울효과)

프랑스 원자력안전연구소(IRSN)는 이러한 위험에 대해 오래전부터 경고해왔다. IRSN은 실제로 이러한 취약점이 존재하며, 이것이 저장소 터널 내 대규모 화재로 이어질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들은 모델링 실험을 통해, 패키지 1개에서 시작된 화재로 인한 복사열이 목표 대상까지 퍼지는 데 불과 몇 시간밖에 소요되지 않음을 증명했다.

따라서 길이 100km 이상 연속된 갱도 또는 터널 안에서, 단 몇 시간 내에 화재 발생을 감지 및 확산을 방지하고, 직원들을 대피시키며, 비상 대응 인력을 파견하고, 환기 계통을 중단하며, 인프라 손상 없이 화재를 진압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기 어렵다. IRSN은 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ILLL(Intermediate level and low level waste cells)  터널 작동부 내 화재 감지 및 소방 조치 계획이 불충분하여, 계통 고장 시 1시간 내 화재 진압을 보장할 수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수소 폭발 방지 장치가 없기 때문에 폭발 위험도 존재한다. 적절한 환기가 이루어지지 않는 공간(처분터널, 갱도, 후드, 패키지)에서 수소 농도가 4%를 초과하는 경우, 전지 결함 또는 누출, 조명 고장, 과열 엔진 내 석유, 마찰 또는 점검 및 모니터링 시스템 자체에서 조금이라도 스파크가 발생하면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 ANDRA 설계 자료에 따르면, 일부 패키지 내 유기물질의 방사선 분해로 인해 ILLL의 위험성이 특히 높다. 환기가 중요한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10일 이상 환기가 중단되는 경우가 있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산사태나 홍수, 또는 소규모 전기 사고 발생 후에 저장 구역에서 그러한 환기 중단이 몇 주에 걸쳐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보장하기 어렵다.

통로를 통해 (사용후핵연료) 패키지를 내려놓는 과정에서 또 다른 핵폭발 위험이 존재한다. 〈2005 프랑스 방사성폐기물 관리청(ANDRA) 보고서〉는 통로형 이동(way-shaft)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사용후핵연료 패키지를 떨어뜨려 의도치 않게 발생하는 심각한 피해와 갑작스러운 수분 발생으로 임계 리스크가 야기될 수 있다”고 분명히 언급하고 있다.

지질학적 특성: 지하수
지진 리스크를 파악하는 것은 원자력 안전에 필수적이다. 하지만 지진학적으로 상당한 불확실성과 미지의 요인들이 존재한다. 한국의 경우 더욱 그렇다. 지층 테스트를 통해 복잡한 모델을 보정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현재 시점에서 예상치 못한, 그리고 상상도 할 수 없는 지층 사고에 대해 확실히 단언하기란 불가능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가장 심각한 “기술적” (그리고 예방 불가능한) 장기 리스크는 지층 내 유수 침투 문제일 것이다. 방사성 원소를 포함한 물이 지표까지 올라오는 데 어느 정도 걸릴 수 있을까?

지진 활동이 활발한 일본의 경우, 조사에서 많은 문제가 발견되어 처분 부지를 선정하지 못했다. 유리화 고준위폐기물(Vitrified High-Level Waste, VHLW)에 대한 환경영향평가(EIA)는 기본 시나리오 외에, 다양한 변수를 반영한 시나리오로 구성된다. 모든 시나리오는 지하수로 인해 인간생활권으로 방사성 물질이 유입되는 것을 가정한다. 예를 들어, 지진으로 인해 지반의 크랙이 더 커졌을 경우, 주철 용기 등이 더 빠른 속도로 부식되며, 방벽에서 지표로의 유량도 변하게 된다. 예상치 못한 빠른 속도로 방사성 물질이 인간생활권으로 유입되면서, 방사선 내부 피폭이 연간 1밀리시버트(mSv) 이상으로 증가한다.

일본 정부가 2017년 처분 부지 평가를 위한 지질과학 특성 지도를 배포했을 당시, 47개 현 중 20개가 이미 조사를 거부한 상태였다. 현실적으로 일본에서 지하처분이 실시될 가능성은 없다. 국내 처분연구 현황을 검토한 후, 2012년 9월 일본 학술회의(총리실 직속기구)는 고준위폐기물을 300년간 중간저장할 것을 정부에 제안했다.

캐니스터의 무결성
고준위폐기물 캐스크/컨테이너를 손상 없이 안전히 보관할 수 있는 기간에 대해서는 전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입증된 바가 없다. 스웨덴(및 핀란드)의 경우, 소위 KBS-3 방식은 다양한 요인을 기본 가정으로 삼고 있다. 그중 하나는 캐니스터의 소재인 구리의 부식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폐기물의 유해한 독성이 사라진 후에야 방사성 핵종이 방출된다는 것이다. 구리의 부식 속도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은 다양하다. 벤토나이트 완충재가 습기와 공기를 차단하여 화학작용을 방지하는 효과를 비롯하여, 열, 방사능 및 산소 존재가 화학작용에 미치는 영향 등이 있다. 스웨덴 국토환경법원은 5가지 주요 문제점을 파악했다.(하단 참조)

부식을 유발하는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구리와 철이 적합한 재질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원전업계와 무관한 독립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구리의 부식으로 인해 100년 후부터 유출이 발생할 수 있으며, 약 1,000년 후에는 대부분의 캐니스터에서 유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험 결과에 따르면 구리 부식은 15년 후부터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핀란드는 스웨덴과 지질학적 특성이 대체적으로 유사하기 때문에, 자체 연구를 진행하기 보다는 스웨덴의 구리 부식 조사에 의존하고 있다.

스웨덴과 핀란드를 지층처분의 우수 사례라고 할 수 있는가?
스웨덴 법원이 폐기물을 장기간 보장할 수 없다는 이유로 (컨테이너의 구리 및 철의 부식으로 인해) 컨테이너의 무결성을 주장하는 폐기물 처분 프로젝트를 맹렬히 비난함에 따라, 현재 프로젝트는 중단된 상태다. 법원은 안전 사례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핀란드 프로젝트도 유사하기 때문에 동일한 기술적 문제를 안고 있다). 스웨덴 환경 법원은 2018년 “기존의 안전평가 결과를 볼 때, 본 법원은 최종저장시설의 장기적 안전성을 확인할 수 없으며” 안전성 측면에서 “본 법원은 이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에는, 현재까지 제출된 증거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고 결론을 내렸다. 또한, 스웨덴과 핀란드는 프랑스, 벨기에 등의 국가를 대표한다고 보기 어렵다. 대상 모암 층이 서로 다르며 (점토가 아닌 경암) 처분 방식(천연 방벽이 아닌 인공 방벽 중심)도 다르기 때문이다.

1,000MW(Molecular weight) 원자로에서 매년 발생하는 다양한 폐기물의 방사능 중 사용후핵연료의 활동성은 처음에 가장 높다가 지속적으로 감소한다. 반면, 감손우라늄의 방사능은 오히려 장기적으로 증가하고, 50만 년 후부터는 사용후핵연료의 수준을 초과하게 된다. 핵폐기물의 방사선 피폭은 인류가 지구에서 살아온 기간보다 더 오랫동안 영향을 끼친다. 원전업계는 인간과 환경을 방사능 피폭에서 보호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았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이 과연 가능할까? 그럴 리 없다.

한국의 핵폐기물 관리 문제점
한국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 현황은 마치 사고가 나기만을 기다리는 것과 같다고 표현할 수 있다. 2015년 기준 한국의 연간 사용후핵연료 발생량은 전 출력 기준 PWR(가압수형원자로) 연료 490t, CANDU/PHWR(가압중수형원자로) 연료 414t이다. 2015년 현재 원전소 내에 총 9,710.8t, 건식 저장소에 4,980t이 저장되어 있다. 2015년 기준 고리/신고리 사용후핵연료 수조에는 2,262t이 보관되어 있다.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에서, 한전은 원래 계획보다 훨씬 높은 밀도로 사용후연료를 보관하는 방법을 택했다. 빽빽하게 쌓인 사용후핵연료를 임계상태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 중성자를 흡수하는 붕소로 처리한 금속통에 연료 집합체를 담아둔다. 붕소를 함유한 금속통의 파티션 구조로 인해, 수조냉각수 상실 시 냉각용 공기가 수평순환될 수 없다. 이에 따라 최근에 생성된 폐기물이 오래된 폐기물과 혼합되었을 때의 장점이 크게 줄어든다. 연료의 부분적 피복 제거 시, 사용후핵연료 랙(rack) 하단 배출구가 물에 잠기게 되어, 연료집합체 전체 내 공기 순환이 완전히 차단된다.

수십 년에 걸친 원자력 안전 연구에 따르면, 사용후핵연료 냉각 수조 내 용수 상실 시, 붕괴열로 인한 중대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수조 내 연료집합체가 공기 및 수증기에 노출되면, 지르코늄 피복이 발열반응을 일으켜, 몇 시간 또는 수일 내에 폭죽 수준으로 불이 붙을 수 있다. 연료가 공기와 수증기에 노출되면 지르코늄 피복이 발열반응을 일으켜, 온도가 약 800~1,000도까지 올라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미국 원자력 규제 위원회(NRC)에 따르면 “사용후핵연료 냉각 기능이 복구되지 않으면, 연료는 대략 1,000도까지 올라갈 수 있다. 이 온도에서는 연료의 지르코늄 피복이 공기와 반응해 고 발열성 화학반응을 일으키기 시작하는데 이를 폭주 지르코늄 산화 반응 또는 자가촉매적 점화라고 부른다. 이러한 사고 시나리오는 “사용후핵연료 수조 지르코늄 화재”로 알려져 있다. 손상된 사용후핵연료에서 방출되는 방사성 에어로졸 및 수증기가 저장수조 건물을 통과해 주변 환경까지 유입될 수 있다.”

방사성폐기물 기술검토 위원회(NWTRB)는 사용후핵연료 폐기에 관해 미 에너지부에 과학적 자문을 제공하는 전문가 패널로서, 우라늄 1mt 당 35GW 이상의 연소도를 가진 사용후핵연료를 건식저장 및 운반할 수 있다는 근거가 거의 없다고 2016년에 밝힌 바 있다. 현재 한국은 가압수형원자로(PWR) 연료의 평균 연소 연료도가 50GWd/tHM8에 달한다. NRC의 평가를 볼 때 한국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 시 건식저장 및 안전한 캐스크 운반은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강정민 박사의 2017년 연구 결과와 같이, 사용후핵연료 사고 위험은 심각하다. 연료랙이 빽빽하게 설치되어 있는 고리 3호기 수조에는 2015년 말 현재 약 818tHM의 사용후핵연료가 보관되어 있다. 3일간 약 1,600PBq의 세슘-137을 방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의 경우 평균 및 최대 피난 지역이 각각 9,000㎢ 및 54,000㎢에 달하며, 평균 5백4십만 명, 최대 2천4백3십만 명을 대피시켜야 한다.

한국 내 사용후핵연료로 인한 위험, 그리고 계속되는 원자로 증설로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음을 감안할 때, 그 위협을 줄이는 것이 필수적이며 그렇기에 탈원전 계획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한국의 폐기물 처분 계획은 비현실적인 상황이다. 특히 아래의 한국 고준위핵연료 해결책 수립 일정은 더욱 비현실적이다.

• 2053년부터 지층처분시설을 운영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28년까지 처분장에 지하연구시설(URL) 부지를 선정하고, 해당 시설을 구축하여 2042년까지 실증연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 2035년까지 처분장 내 중간저장시설을 구축하고, 처분장 운영 개시 전까지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한다. 불가피한 경우, 사용후핵연료는 중간저장시설 운영 개시 전까지, 소 내 임시 저장시설에 저장할 예정이다. 또한, 정부는 가능하다면 사용후핵연료 저장 및 처분을 위한 해외 시설을 사용할 계획이다.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심각한 위험 없이 사용후핵연료를 관리할 수 있는 안전한 방법이 있다는 증거는 발견할 수 없다.

결론
방사성폐기물 심층처분은 용납할 수 없는 방식이다. 리스크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폐기물을 ‘사라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감추는’ 것에 불과하며, 지각에 불가역적인 오염을 야기하여 미래 세대가 무기한 고통받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또한, 부지 시공 및 관리로 인해 지역 주민들이 수백 년에 걸쳐 상당한 위험에 노출된다. 전혀 모니터링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를 도입하게 된다면, 전 세계 여러 지역의 지하수가 대대적으로 오염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 자명하다.

심각한 핵폐기물 위기는 그 위협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가 절실함을 보여준다. 즉, 탈원전 및 재생가능 에너지로의 신속한 전환을 통해, 연간 수천t에 달하는 사용후핵폐기물 발생을 이제는 중단해야 한다.

■ 한국 그린피스 후원 및 자료 문의: supporter.kr@greenpeace.org, 02-3144-1997


숀 버니
그린피스 독일사무소 수석 원전 전문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 그린피스 독일 사무소의 후쿠시마 사고 대응에 대한 특별 자문관으로 일하면서 독일 정부가 원전의 안전성을 재고하여 단계적 탈핵을 결정하는 데 기여했다. 2012년~2013년에는 지구의 벗(Friends of the Earth) 미국 지부에서 원전 캠페인 국장으로 일하며 캘리포니아주 산오노프레 원전의 핵심 설비인 증기발생기 설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제기해 영구 폐쇄 결정을 끌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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