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2호 커버스토리]

   
▲ 9월 12일 경주지진 이후 각 지역에서 탈핵을 외치는 기자회견과 집회가 진행되었다. (사진: 이상희 제공)

바닷가 절경을 보려면 핵발전소 근처로 가라
멋스러운 능선을 옆에 끼고 자전거를 타고 달리니 너무 좋았다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은 후, 경주는 내게 자전거 하이킹을 하고 싶은 곳이었다. 하지만 작년 겨울(2015년 2월)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의 노후 핵(원자력)발전소인 월성1호기에 대한 수명연장 결정 이후, 경주는 내게 완전히 다른 곳이 되어 버렸다.

노후 핵발전소를 수명 연장한 곳, 핵발전소에서 발생한 삼중수소라는 발암물질이 핵발전소와 30km 떨어진 경주 시내에 사는 사람에게까지 검출된 곳, 그리고 문무대왕릉에서 불과 700m 떨어진 곳에 국내 유일의 중저준위 핵폐기물저장소가 있는데 지반이 불안정해 지하수가 침투한다는 것 등 핵발전소에 대해 알아갈수록 무엇 하나 이상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하지만 국가 정책은 핵발전소를 축소하는 세계 흐름과 상관없이 핵발전소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MB정부 시절 아랍에미리트에 원전을 수출했다며 액수는 부풀리고 불합리한 조건은 숨기는 방식으로 홍보하고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33년 전, 1983년 4월 22일에 월성1호기가 상업 운전을 시작한 이후로 월성2호기, 월성3호기, 월성4호기, 그리고 신월성1호기, 신월성2호기까지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와 나아리 인근 지역인 양북면 봉길리에는 총 6개의 핵발전소가 있다. 탈핵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건네는 농담 중엔 바닷가 절경을 보려면 핵발전소가 있는 곳으로 가면 된다는 말이 있다. 이곳 역시 주상절리가 이어져 있는, 동그란 자갈돌멩이가 예쁜 바닷가에 괴이하게도 핵발전소가 떡 하니 자리 잡고 있다.

월성핵발전소 진입로에는 크고 멋지게 지은 원전홍보관과 비닐하우스로 만든 나아리 주민들의 천막농성장이 있다. 핵발전소의 위험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국가 정책으로 건설이 결정되고, ‘지역경제 성장’이라는 신화 속에 30여 년 전 이 마을엔 핵발전소가 들어섰다. 부산에 있는 고리핵발전소, 영광에 있는 한빛핵발전소, 울진에 있는 한울핵발전소까지 같은 논리가 그대로 적용되어 우리나라는 현재 25기의 핵발전소를 가동 중이다. 그중 25년이 넘은 노후 핵발전소는 9기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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