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1호 편들고 싶은 사람] 무기제로 코디네이터 박승호 씨

▲ 사진: 무기제로 제공
“내가 글을 쓰는 동안 고도로 문명화된 인간들이 머리 위로 비행을 하면서 나를 죽이려 했다. 그들은 내게 어떠한 적의도 느끼지 않고 있으며, 나 또한 그들에게 적의를 느끼지 않고 있다. … 그들 가운데 하나가 폭탄을 정확히 투하해 나를 산산조각 내는 데 성공한다 해도, 그로 인해 그들이 더 나쁜 꿈을 꾸게 되지 않을 것이다.”

조지 오웰이 《사자와 유니콘》 서두에 쓴 말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영국 런던은 밤이 되면 독일 전투기의 폭격을 받았다. 죽고 죽이는 관계이지만 적의를 느끼지 않는 상태. 이를 두고, 평화주의 시민단체인 ‘무기제로’ 박승호 코디네이터(31)는 “첨단 무기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를 모호하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자기 월급에서 꼬박꼬박 빠져나가는 국민연금이 민간인 피해 98퍼센트를 자랑하는 대량 살상무기 생산에 사용되어도, 우리는 전혀 ‘나쁜 꿈’을 꾸지 않는다. 

지난 4월 30일 서울 동교동 어느 카페에서 대량 살상무기를 주제로 시작된 인터뷰는 자연스레 신앙 이야기로 이어졌다.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평범하게 교회를 다니던 청년이 어떤 계기로 평화활동가의 길을 걷게 되었을까? 무기?군사?전쟁 문제와 기독교 신앙의 격렬한 부딪힘을 경험한 그에게서, 어색해진 ‘기독교’와 ‘평화’의 관계를 회복하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은 헛되지 않았다.

 
‘평화활동가’는 개신교인들에게는 다소 거부감이 느껴지는 아이러니한 현실입니다. 군비 감축, 전쟁 반대, 병역 거부 등을 주장하면 이상한 사람으로 보잖아요. 그래서인지 평화활동가들 사이에서 ‘개신교인 박승호’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인상을 받았어요. 반대로 교회에서는 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더라고요.

사실은 교회를 바꾸게 된 계기가 그거였어요. 물론 그때는 평화활동가로 일하기 전이었지만 이라크 파병을 지지하는 큰 교회에 다녔거든요. 너무 불편했어요. 예배 중에 파병을 반대하는 집회에 참석하는 사람을 “종북” “좌빨”이라고 부르더군요. 그게 교회를 옮기게 된 결정적인 계기 중 하나였죠. 이후 교회를 옮기고 나서는 외롭다는 느낌을 딱히 가져본 적이 없어요. 지금 다니는 교회는 병역 거부를 하는 이들도 이해하려는 분위기거든요. 오히려 집에 가면 좀 외롭죠. 제가 주장하거나 추진하는 일들이 항상 소수의 입장을 대변하는 일이다 보니 아무래도 부모님으로부터 이해받지 못할 때가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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