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3호 커버스토리]
어릴 때부터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고 북한은 공산주의 국가라는 말을 들어왔다. 그런데 공산주의의 반대말은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 자본주의이다.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를 비교하는 것은, 마치 ‘나는 지혜로운데, 너는 남자잖아’ 식의 그릇된 범주 비교라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경제 체제는 자본주의(資本主義, capitalism)이다. 한자말로 ‘자본이 중심인 사상’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오직 하나님을 중심으로 삼는 기독교인들이 자본주의에 크게 반발할 것 같지만,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살아가는 것을 전혀 문제 삼지 않는다.
그런데 비슷한 방식의 표현이지만 특이하게도 기독교인들이 대단히 싫어하고 거부하는 표현으로 ‘인본주의(人本主義)’로 번역되는 ‘휴머니즘(humanism)’을 들 수 있다. 말을 풀자면, ‘사람이 중심이 되는 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놀라운 것은 ‘자본주의’에 대해서는 아무런 반대를 하지 않던 대부분의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이 ‘인본주의’에 대해서는 사탄의 대명사쯤으로 생각하여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거부하고 공격한다는 점이다. 이런 모순적인 태도를 한 마디로, “자본이 주인이 되는 것은 크게 상관없는데, 사람이 주인이 되는 꼴은 못 보겠다”라고 할 수 있겠다. 정작 주님께서는 하나님을 대신해 버리는 것으로 ‘재물’(헬라어로 ‘맘몬’)을 언급하셨지만(마 6:24), 오늘 우리 교회는 ‘자본주의’보다는 ‘인본주의’가 훨씬 더 무섭다고 여기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