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3호 must read]

한국 교회 처음 예배당
구본선 지음/장석철 사진/홍성사 펴냄/17,000원

우리나라엔 백 년 이상의 역사를 간직한 교회가 5백 곳이 넘는다. 그중 옛 모습 그대로의 예배당이 남아 있는 곳은 얼마나 될까? 서른 곳도 채 되지 않아 이 한 권의 책 속에 다 담겼다.(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한국 교회의 1세대 예배당 24곳의 역사를 글과 사진으로 엮어낸 이 책에는 저자가 직접 다니며 취재한, 교회마다의 고유한 역사와 신앙이 담겨 있다.

“역사가 오랜 교회에 가면 보물찾기에 열중하게 된다. 가장 먼저 찾은 것은 기도상(祈禱床)이다. 1916년 트롤로프 주교가 내려올 때 서울 교인들이 만들어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가로 버팀목에는 ‘경성성공회 구주강생 1916년’이라 쓰여 있다. …예수원 설립자 대천덕 신부의 부인 현재인 사모가 1973년에 그린 성화를 안 보고 갈 수 없다. 성자 마르틴을 그린 것이다.”(136~137쪽)

성자 마르틴은 음성교회의 수호성인으로, 지나가는 거지에게 자신의 망토 반을 잘라주었다는 4세기 프랑스 주교다. 예부터 충북 음성은 가난한 동네다. 성전을 지을 능력이 없던 교인들은 ‘부자 현씨’ 집안에서 집을 새로 짓는다면서 헐어 버린 집의 목재를 가져와 성전을 지었다. 음성에 있는 성공회 예배당 중 세 곳이 기독교 문화재이나, 이 교회는 헌 집을 뜯어다 지었기 때문에 문화재 가치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단다. 고유의 역사, 무형의 역사를 보지 못한 탓이다.

서울 승동교회도 기둥이 전혀 없이 지어진 예배당을 지켜내고 있다. 세월의 무게 앞에 곳곳에 균열이 생기고, 붕괴의 위험이 있어도 꿋꿋이 교회당을 지켜가고 있다. 예배당은 곧 교회 공동체가 간직하고픈 고유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낡은 건물을 허물고, 크고 웅장한 교회 짓기를 즐기는 이유는 어쩌면 지키고픈 추억이 없어서는 아닐까.

《한국 교회 처음 예배당》은, 언제 어떻게 헐리게 될지 모를 교회의 모습을 담았기에 더욱 의미 있는 책이다. 부록에는 이들 교회의 주소와 관련 정보가 실렸다. 직접 방문해서 신앙 선배들의 ‘처음 믿음’들을 온몸으로 느끼라는 배려일 것이다.
  
이범진 기자 poemgene@goscon.co.kr

 

건강할 권리
김창엽 지음/후마니타스 펴냄/15,000원

‘건강에 대한 사회적 결정 요인’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는지? 건강상태 혹은 질병이 소득과 학력, 사는 곳, 정규직 여부, 노동 환경 등의 사회적 요인과 밀접한 관계에 있음을 표현하는 말이다.

“사회적 건강, 사회적 죽음, 사회적 질병, 사회적 위험, 이런 말들은 그냥 해보는 과장이나 문학적 표현이 아니다.” 병원에서 장기 치료를 받는 중병 환자가 소재인 다큐멘터리들을 보며 품었던, ‘왜 아픈 사람은 대부분 가난한 사람들일까’라는 의문이 풀리는 대목이다. 결코 우연이 아니었던 것이다.

“평등해야 건강하다”고 주장하는 이 책은 건강에 대한 전체 논의를 가난과 노동에서 시작한다.

“질병이라는 최종적인 결과는 생물학적 현상이지만 이것이 사회적 맥락 속에 있다고 본다. 사회구조가 질병과 사망, 안녕에 영향을 미치는데, 그 작용은 물질적 요인, 사회 환경, 노동환경이라는 세 가지 경로를 통한다.”(29쪽)

모든 사람에게 있는 건강할 권리를 박탈하는 근본 원인으로 파고들어가는 것이다. 그리하여 최종적으로는 견고한 권력 집단인 의사와 약사, 병원, 제약회사에 비해 힘없기 그지없는 약자들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는 유일한 제도적 공간인 국회가 제대로 작동하기를, 사법부가 시민 건강에 기여하기를 당부한다.

진주의료원 폐업 사건으로 공공 의료 문제가 수면으로 잠시 떠오르긴 했지만, 토론 프로그램에서 드물게 의료 분야 주제가 등장하면 여전히 낯설고, 직접적으로 영향 받는 우리 문제임에도 전문가들에게만 미뤄왔던 주제이기에 이 책을 권한다. 노동을 포함한 사회 문제가 그렇듯, 알지 못하면 바꾸지도 못하니까.

오지은 기자 ohjieun317@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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