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신대원 학우회-청어람아카데미 ‘다시, 프로테스탄트’ 강좌

장신대 신대원 학우회와 청어람이 함께 마련한 강좌 ‘다시, 프로테스탄트’에 벙커원교회 운영위원 하석범 목사와 청어람 양희송 대표기획자(대표)가 함께 나섰다. 두 사람이 10월 29일 오후 7시부터 두 시간 넘게 장신대 소양관 310호에서 주고받은 발제와 토론의 주제는 ‘가나안 성도’였다. 양 대표가 가나안 성도 현상의 개요와 요인분석을, 하 목사가 벙커원교회의 운영사례를 바탕으로 대안의 단초들을 제시했다.
가나안 성도에 대한 통계자료(실천신대 조성돈, 정재영 연구)를 바탕으로 먼저 발제를 시작한 양 대표는 “교회를 떠난 사람들 중 교회를 한 번도 옮긴 경험이 없는 사람이 45.7%였다”며 "이는 결코 상습적으로 교회를 옮겨 다니는 사람들이 아님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교회를 떠난 이유’에 대다수 응답자가 ‘자유로운 신앙생활’ ‘목회자에 대한 불만’ ‘교인들에 대한 불만’을 꼽은 것에 대해 가벼이 여기면 안 된다는 뜻이다.
양 대표는 “한 사람의 성도가 교회를 떠나면 남아 있는 교인들은 별일 아닌 것처럼 받아들일 수 있으나, 떠난 성도는 ‘절대 교회로 돌아오지 않을 이유’를 안고 떠난다”며 한국교회가 보여준 부정부패, 획일적 문화, 계급 구조 등은 가나안 성도 개개인들에게 트라우마를 심고 그들을 교회밖으로 밀어내는 요인이라고 봤다.
이에 더하여 성도들을 교회밖으로 끌어당기는 요인이 있다고 본 양 대표는 “(교회와는 달리) 개인의 신앙이 존중 되고, 신앙적 회의와 변증에 즉각적으로 반응해주고, 여러 실천적 행동을 함께할 수 있는 교회 밖 모임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근거를 제시, <복음주의클럽> 등을 예로 들었다.
양 대표는 또, 진보와 보수 양쪽 성향의 교인 모두가 교회를 떠나고 있는 현상을 지적하면서는 "구원의 확신을 가진 가나안 성도가 이미 상당수다"라며, 가나안 성도의 내적 질문이 구원의 확신이 아니고 '교회란 무엇인가'에 대한 교회론의 문제라고 풀이했다.
이어진 발제에서 하석범 목사는 “1년 반 정도 봐오면서 7~10년 간 교회를 안 다녔던 분도 교회에 나온다. 가나안 성도가 벙커원교회에 많이 유입된 것은 사실인 것 같다”고 말했다. 양 대표가 ‘가나안 성도 대상으로 가장 두각을 나타낸 교회 중 하나’라고 벙커원교회를 소개한 것에 대한 답이었다.

‘편안한 교회’가 무정부적 상태의 교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교인들은 때로는 ‘기체’상태로, 때로는 ‘액체’상태로, 더러는 ‘고체’상태로 교회에 머무르며 저마다의 신앙을 생활하고 있다”는 게 하 목사의 관찰 결과다. 교인들은 편하게 예배만 드리고 가기도 하지만, 모여서 소그룹 성경공부를 하기도 하고, 소모임을 만들어 쌍용자동차 노동자 시위 현장(대한문)에 계속 ‘올인’하기도 한다. 특히 벙커원교회가 지향하는 바인 '종교민주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소모임이기도 했는데, 하 목사는 "기존 교회 안에서 질문이 있는 신앙교육이 있느냐, 교인들의 비판적 사유와 성찰을 돕는 질문이 허용되고 있느냐"고 반문하며 질문이 허용되는 신앙 교육의 수평적 소통이 벙커원교회의 소모임 세미나에서 진행되고 있음을 말했다.
끝으로 벙커원교회가 앞으로 갈 길에 대해서 “(벙커원교회는) 평신도 교회로서 끊임없이 실험의 단계를 밟는 중이다. 계속 변화하고 있고, 앞으로 어떤 변화가 더 있을지 모른다.”라고 설명하면서도 ‘정의’ ‘평화’ ‘생명’과 같은 보편적 정서를 축으로 교회 공동체가 이뤄지고 있음은 확실하다고 전했다.
* 다음은 일문일답 정리
양희송Q_벙커1교회 운영위원으로 있는데, 교회 구조가 어떻게 되나?
하석범A_김용민 피디가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고 외부에 알려져 있으나, 많은 부분을 관여하지는 않는다. 운영위원들이 교회 일을 꾸려나가는데 예배 운영도 마찬가지다. 운영위원은 자원봉사로 모집한다. 1,2,3기 운영위원 모두 자원봉사였고, 현재 운영진 규정 같은 것들이 생겨나고 있는 단계에 있다.
양희송Q_장신대를 졸업하고 영락교회에서 사역을 하다가 에딘버러 대학에서 선교학을 공부하고 이 모든 과정을 거쳐 벙커원교회에 있는 점이 흥미롭다. 궤적을 좀 설명해달라.
하석범A_신앙의 뿌리는 사실 고신 교단이고 합동 총신 계통에서 간사 생활을 했다. 그 다음엔 장신대를 졸업하고 통합 측 신학 배경에서 신촌교회와 영락교회에서 사역을 하면서 진보적인 신학을 점점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선교사가 되려고 선교 신학을 공부하러 간 영국 에딘버러 대학교에서는 정말 자유로운 신학을 배웠다. 다른 종교에 구원 없다고 얘기하면 덜떨어진 놈으로 볼 만큼 진보적인 그곳에서 자유주의 신학을 접하면서 내 신앙의 껍데기를 벗기 시작했다. 선교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선교의 정의를 세우게 되었고, 신앙과 신학에 대해 고민하면서 거의 불가지론자 무신론자 근처까지도 갔다. 내 신앙도 여러모로 만들어져 가는 중이다. 선교 외의 목회를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멘탈 붕괴도 왔었던 과거가 있었다. 스스로 제도권 교회에서 하지 못한 이야기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대안교회를 벤치마킹했다. 새길-민중-향린-한빛교회 거치면서 여러 유형의 대안적 교회를 벤치마킹 하다가 1년 반 전에 벙커원 교회를 한 두 세달 연구할 필요성을 느껴 나가게 되었다. 목회자의 직분은 떼고 들어갔다. 같은 평신도로서 같이 연구 실험하면서, 개척의 현장에서 흰도화지에 그림그리듯 다함께 했다. 벙커원교회에 처음 나갈 때는 그 곳이 정서적으로나 내 가치관적으로나 선교지라는 생각이었다. 목사 아닌 목사로, 목회 안하듯 목회 하는 실험 목회를 한지가 벌써 1년 반이다. 이젠 내가 연구 대상이 되었다.
양희송Q_벙커원교회 신도들이 신학을 외국에서까지 전공한 목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나?
하석범A_처음엔 몰랐다. 그런데 3개월 정도 지내다가 아는 사람이 나를 목사님이라고 부르는 바람에 다 알게되었다. 이후 교인들이 새신자인 나를 관찰하는 시간이 흐른 후부터는 교인들이 계속 남아있겠다 싶은 내게 뭔가를 맡기기 시작했다. 평신도교회니 서포트 역할을 하면서 부탁에 반응하다보니 지금은 너무 깊숙히 개입해 있는 상태라 빠져나갈 수 없다.
양희송Q_어떤 사람들이 왜 모이는가? 종교 스펙트럼도 광범위할 것 같은데, 크게 볼 때 사람들이 모인 동기나 관심,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가?
하석범A_내 개인적인 신앙 여정도 어느 시점에서 규정할 수 없듯도 신앙인으로서 계속 변하고 혁신되어가지 않느냐. 교회도 1년 반동안 계속 변화해왔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서 파악하는 것과는 다른 점이 있따. 초창기 때는 옅었던 공동체성이 최근에는 상당히 강해졌고. 지금까지의 교인 성격을 간략히 짚어본다면 비종교인 그룹의 경우는 사회 정의를 세우고 민주적 절차를 밟아 실천하는 것이 좋아서 교회 출석하는 것 같다. 계속 들어온다. 또 한 부류는 대안교회를 찾아온 이들인데, 나를 포함하여 교회 종교는 끝났다고 보는 사람들이다. 일반화시켜 보면 교회 종교를 시한부로 보는 이런 류의 사람들이 실험적인 교회로 찾아온다. 순례 여행을 떠나온 타종교인들의 경우도 있다.
이런 분포도를 볼 때 출발부터 교인이 많았다. 기도회 서너 번 후에 개척예배를 드렸는데 140명이 모였다. 대선을 앞두고는 200명 넘게 몰렸고, 이후에는 결과 때문에 멘탈 붕괴가 되었는지 최고로 많이 왔다. 평균 130-40명 정도 교인이고, 적을 땐 70-80명이다. 새신자 유형은 많을 때 평균 30-40명으로 얼굴은 계속 바뀐다. 그런데 다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이기에 자유롭게 들고 난다. 새신자 관리가 따로 없고 스스로 자연스럽게 성도가 되어 간다. 그렇다보니 기체, 액체, 고체 형태로 다양하게 존재한다. 근본주의 성향의 교인은 없고, 복음주의 자유주의 성향의 기독굥인이 있고, 기독교정체성은 있지만 드러내기 싫어하는 분들이 있고, 기타 다른 종교에 우호적인 분들, 즉 넓은 의미에서는 규정되길 싫어하는 사람들 섞여있다.
양희송Q_삼무라고 했지만 벙커원교회는 교회더라. 운영 양태 관련해서 헌금 시간은 없지만 필요한 곳에 직접 헌금을 할 수 있도록 주보에 추천 단체 계좌번호도 있고, 공부하는 모임으로서의 소모임이 있고, 경배와 찬양 분위기에서 드려지는 예배도 의외로 보수적이고. 결국 한국 사회의 맥락에서 등장한 임의적 신앙공동체로서의 교회로 의미가 있더라. 그런데 연속성의 문제가 있지 않나. 예를 들면 아이들 교육이나 멤버십 말이다. 교회 지속성에 대한 내부적인 논의가 있나.
하석범A_개척교회이기에 그 과정에서 문닫을 수도 있다. 변화 속에서 교회의 신앙 선언이 다듬어지면서 교회 운영이나 예배와 관련된 것들이 형성되어갈 것이다. 하나 짚어야 할 점은, 교회 행사라든지 필요한 물질이 있는데 지금까지는 알아서 기부형태로 진행해왔다. 남으면 문제가 되니까 다 써버렸고. 교회가 헌금의 무가 가능했던 이유는 카페가 교회를 개척한 것이기에 장소 문제 없이 주일 두 시간을 무료로 사용하니까였고, 카페도 교회도 서로 좋았다. 교회로서는 두 시간만 쓰다 보니 다양한 종교적 필요 해소가 못되어서 이제는 문제가 생기고는 있다. 대안을 의논 중이다. 삼무 정신이 계승 되겠지만 상황이 바뀜에 따라 재해석되고 업데이트 될 것이다. 우리 교회의 좋은 전통이니 붕괴시키지 않고 창조적으로 실험하는 중이다. 벙커원교회 미래는 누구도 모른다. 개인적으로는 그냥 할 수 있는 한 지속한다는 생각이다. 끝을 어떻게 내고, 어떤 열매가 맺어질지 궁금해하면서 계속 가는 것이다.
양희송Q_벙커원교회는 출발 자체가 한국 사회의 정치적 입장 차이를 반영했다. 한국의 보수적 우파적 전통 교회들을 견디기 힘들어 했던 진보 좌파가 숨 좀 트일 공간으로서의 벙커원교회일 수도 있다. 종교보다도 정치적 견해가 다름을 용납할 수 없는 한국 사회 아닌가. 교회 입장에서 지향과 정치적 견해나 입장을 어떻게 조정하겠나. 장기적으로 교회 안에서 핍박받는 우파들이 있지 않겠나.
하석범A_교회 신앙 유형이 다양하다보니 그런 부분들이 초창기에 갈등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주로 오프라인 말고 온라인 카페에서 문제가 있었다. 근본주의적 보수 신앙을 가진 분들이 벙커원 온라인 카페에서 자기 신앙을 강요하다보니까. 그런데 사실 에딘버러에서 공부할 때도 강조됐던 것이지만 기독교신앙은 원래부터 하나였던 적이 없다. 기독교신앙들로 존재해온 것이다. 문제는 자꾸 자기와 다른 것을 공격할 때 생긴다. 사실 온라인 상에서 문제를 일으키시는 분들은 오프라인 교회에 나오지도 않는 분들이인데, 문제를 일으키고는 탈퇴해버리더라. 온라인 상에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다름의 존중이 없는 상태에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 직접 만나서 관계를 맺는 교인들은 종교적 이유로 싸우게 되지 않는다. 해결책으로 침묵을 했다. 공격하는 글에 댓글을 달지 않고 침묵하니 제풀에 지쳐 조용해지더라. 종교적으로 서로 다른 문제는 이렇게 해결되어 가고 있고, 정치적인 문제는 아직까지 없다. 정치적 성향이 하나이다보니 그렇다. 굳이 당으로 따지면 당연히 새누리당 지지자는 없다. 아마 있어도 드러내기 힘든 분위기이지 않을까. 대체적으로 진보 성향이 강하지만 이 안에서도 다양하다. 그러나 별로 문제 될 것은 없다.
이범진 기자·오지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