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7호 평화의 길목에서]

경수 형제님, 안녕하십니까?
이제는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불어 손 뼘 하나 크기의 배식구 창문조차 닫고 지내야 할 정도로 쌀쌀해졌습니다. 어둠 속에서 빛이 더 선명하듯, 감옥에 갇혀 있으니 자유가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를 더욱 실감하게 됩니다. 나는 단지 바다를 오염시키는 불법적인 공사를 촬영하여 고발했을 뿐인데 도리어 경찰에 기소당했고, 법원도 판결을 내기도 전에 나를 감옥에서 반년을 지내게 하네요. 작년에도 이런 비슷한 일을 겪었기에 나는 아무런 판결 선고도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거의 일 년의 감옥살이를 한 셈입니다.

처음에는 억울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사실’과 ‘진실’ 사이의 간극을 구별해서 생각하게 됩니다. 사실상 나는 무죄일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헌법을 지키고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정당한 행위를 했다고 믿습니다.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재를 보존하려 했음에도 부당하게 체포, 구금당했습니다. 그러나 이 이해할 수 없는 투옥과 수감도 하나님이 이 감옥에서 나를 깨우치고 단련하시려는 어떤 뜻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편으로는 민주주의를 배신한 조국에 대한 분노와, 부당한 체포와 구속에 대한 억울함이 마음을 요동치게 합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고 나를 이 어둡고 고요한 독방에 가두신 진정한 이유를 묻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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