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8호 Must read] 소명_배덕만 지음_대장간 펴냄_8,000원

아직도 한국교회 안에는 ‘소명=직업 혹은 소명=전도’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10년도 더 전부터 들어온 어린이비전캠프, 청소년리더십학교, 성인제자훈련 등에서 접하는 여전한 레퍼토리다. 청·장년 할 것 없이 실업이 사회적 문제인 현실에서, 교회가 단계적이고 대중적으로 ‘소명’ 장사를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런데 이 책은, 그렇게 오염된 소명의 본질을 일깨운다. 소명이란 예수의 길을 따라 걷는 제자도로의 초청, 구도자의 삶으로의 초청이라고. 측근에서 예수님을 보고 느끼고 배우고 감탄했지만 추락도 반복했던 베드로의 신앙 여정을 그림 그리듯 생생하게 보여줌으로써 말이다. “소명은 참으로 무서운 초청”이라 경고하지만, 실은 예수님과 관계 속에서 자발적으로 그 길을 선택한 베드로가 누렸을 삶의 진정한 기쁨을 우리도 절실히 누리게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돈, 섹스, 권력이란 중금속에 오염된 세속의 바다에서 배를 뒤집고 죽어가는 이 시대의 병든 영혼들을 향해, 주님의 말씀에 의지하여 오늘도 믿음으로 생명의 그물을 던질 또 한 명의 시몬 말입니다. 당신이 그 시몬이길 바랍니다. 진심으로.”

책은 IVF 동문 저널인 〈소리〉에 연재했던 글을 단초로 쓰였다. 신학자면서 동시에 아담한 교회공동체를 목회하는 저자의 한국교회를 향한 애통함과 절절한 심정까지 전해진다. 성도들에게 이야기하듯 따뜻하게, 그러나 문제를 에둘러가지 않는 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자.

“부디, 이 책을 읽는 분들에게, 자신을 향한 주님의 부르심에 대해 정직하고 겸손하게 숙고하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주먹을 쥐고 고개를 들고 주님의 뒤를 겸손히 그리고 끝까지 따르길 소망합니다. 부족한 저자의 간절한 염원입니다.”

오지은 기자 ohjieun317@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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