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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청년들의 만남에서 배운 5가지
[281호 청년주의2] 2014 동아시아 기독청년대회 후기
[281호] 2014년 03월 26일 (수) 13:41:11 박현철 goscon@goscon.co.kr

지난 2월 웹상에서 “한·중·일 청년들이 제주도에서 만납니다!”라는 광고문구가 돌았다. 만남의 이름은 ‘동아시아 기독청년대회’. 한국의 예수마을교회와 일본의 닛포리국제교회(중국인교회)가 함께 시작하여 올해로 4회째 진행된 한·중·일 청년들의 신앙수련회는, 이제 개 교회의 행사가 아니라 세 나라의 여러 교회와 단체가 협력하는 기독청년운동이 되었다. 세 나라의 청년들이 신앙 안에서 서로 교제하며 동아시아의 평화를 꿈꾸는 이런 신앙수련회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지난 네 번의 대회를 돌아보며 꼭 기억하고 나누고 싶은 다섯 가지 이야기를 추렸다.

   
▲ 동아시아 기독청년대회 단체사진. (사진 제공: 박현철)

하나. 세 나라가 함께 드리는 예배와 기도는 힘이 세다
동아시아 기독청년대회는 개회예배로 시작해 폐회예배로 끝나고 저녁마다 집회와 기도회가 있다. 그리고 낮에는 몇 가지 특강이 있는, 평범한 신앙 수련회다. 특강도 ‘가가와 도요히코 목사의 신앙과 삶’ ‘동아시아의 선교 역사와 전망’ ‘성서 읽기와 고전 읽기’ 같은, 교회 수련회에선 별스럽지 않은 제목들이다. 그렇다면 한국, 중국, 일본 청년들이 모였다는 국제성이 대회의 유일한 매력일까? 그렇지 않다. 이 수련회에서 가장 특별하고 힘이 있는 시간은 오히려 그 평범한 예배와 기도 시간이다.

우리가 교회에서 너무도 익숙하게 경험하던 평범한 신앙행위는, 말과 문화가 얽히는 이 특별한 상황 속에서 그 강력한 본질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세 언어가 한데 엉키며 ‘진짜 방언’이 터질 때, “먼저 그 나라와 의를 구하라”는 익숙한 가사가, “화평케 하는 자는 복이 있다”는 익숙한 구절이 특별한 힘을 갖고 마음을 파고든다. 예배를 통해, 기도 시간을 통해 참석자들은 “나는 한국, 중국, 일본인이기에 앞서 하나님 나라 백성입니다”라고 고백하게 된다. 참석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이것이다.
“계시록에 나오는 천상의 예배가 이런 것이구나! 정말 좋은 것이었구나!”

둘. 내 친구의 나라는 나의 ‘친구 나라’다
대회를 진행하다 보면 한?중?일 간에 오랫동안 쌓인 문제들의 골이 생각보다 깊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말도 안 통할 뿐 아니라 서로 공유하는 상식이 다르기에 지나가는 작은 말도 생각보다 큰 문제로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특별히 지난 대회 때는 각 나라 사이의 영토분쟁 워크숍을 가졌는데 서로의 인식 차가 크다는 것을 단박에 느낄 수 있었다. 올해는 특강 중에 탈북민에 대한 중국의 정책이 언급되었는데 민감한 반응들이 더러 있었다. 심지어 신앙에서도 나라별 차이가 존재한다. 한국과 중국과 일본의 그리스도인들은 신앙 전통과 양식이 비슷하면서도 분명 다르다. 이런 차이들을 민감하게 배려해 모두가 공감하는 편안한 수련회를 만들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모든 것은 만남에서 시작한다. 아니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만남에서 시작한다. 네 번의 대회에 모두 참석해 4년째 만나는 친구들이 있다. 볼 때마다 반갑긴 하지만 서로 나눌 수 있는 이야기는 “안녕하세요. 아리가또. 짜이찌엔”이 전부다. 그럼에도 그들은 좋은 친구로 서로를 깊이 사랑하고 그리워한다. 만남이 우리를 친구로 만들고, 함께 예배하고 서로 손을 잡고 기도한 경험이 우리를 사랑하는 관계로 발전시킨다. 그리고 내가 만난 일본, 중국은 뉴스에 나오던 그 나라와는 좀 다르다는 것을 모두가 깨닫게 된다. 우리에게 일본과 중국은 아베의 일본도, 시진핑의 중국도 아닌 유우키의 일본, 원그어의 중국이다. 내 친구의 나라는 곧 나의 ‘친구 나라’가 된다.

셋. 그리스도인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함께 모여 세 나라 사이의 현실을 몸으로 체험하고 조금씩 그것을 넘어서게 되면, 이 문제에 있어 그리스도인들이 해야 할, 그리스도인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동아시아 기독청년대회의 주제이자 비전은 이집트와 앗수르, 이스라엘을 향해 “셋이 더불어 세계 중에 복이 되리라”(사 19:25)하신 하나님의 말씀이다. 오늘 한?중?일 청년 그리스도인들이 만남, 예배, 기도를 통해 연대의 공동체를 이루고 평화의 일꾼, 선교의 일꾼으로 자라 온 세계에 하나님의 복을 나누는 것이다.

정치인들의 평화와 그리스도인들의 평화는 다르다. 경제인들의 정의와 그리스도인들의 정의는 다르다. 그들만의 일이 있듯, 그리스도인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정치나 경제, 교육에서 쉽게 풀리지 않는 문제들이 속속 드러날수록, 십자가의 사랑과 하나님 나라에 대한 헌신이 들어서야 할 자리가 더 명확해진다. 참석자들은 대회에서 예배하고 기도하며, 강의를 들으며 각 나라의 현실과 국제 정세 속에서 자신들의 기독교 신앙이 어떤 의미인지 깨닫게 된다. 산적한 문제들은 국제관계 속에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그 실마리를 풀기 위해서는 각 나라의 그리스도인들이 긴밀하게 관계 맺어야 함을 깨닫는다. 따라서 자신이 살아가게 될 자리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고, 각 나라의 교회들이 어떻게 연합하고 협력해 하나님의 선교에 동참할 수 있을지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넷. 미래는 누가 뭐래도 청년들의 몫이다
다양한 청년들이 대회에 참석한다. 고국을 떠나 타국에서 공부하는 청년들도 있고, 공부를 마치고 진로를 찾고 있는 청년들도,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는 청년들이 있는가 하면, 국제관계나 정의, 평화, 선교적 사명 같은 큰 이야기에 대해 깊이 고민하며 특별한 사명감을 가진 청년들도 있고, 그렇지 않고 그냥 소소하고 평범한 일상을 사는 청년들도 많다. 이들이 어떤 자리에서 왔든 어떤 삶을 꿈꾸고 있든, 미래는 누가 뭐래도 이들의 몫이다. 지금 정치, 경제, 교육 전반에서 시도하고 있는 모든 노력의 혜택을 누릴 이들은 청년들이다. 동아시아의 미래도, 하나님 나라의 미래도 청년들에게 있다.

동아시아 기독청년대회를 통해 청년들이 도전받고, 그들의 삶에 작은 변화가 일어난다면 그것은 곧 동아시아의 미래에 변화가 일어난다는 뜻이다. 중국에서 살다가 일본에서 유학 중인 어느 조선족 친구는 이번 대회 참석 이후 늘 이방인처럼 살던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고, 자신이 할 일을 발견했다고 고백했다. 선교사를 꿈꾸던 중국 청년은 김응교 교수님의 특강을 통해 신앙뿐 아니라 인문학의 중요성을 깨닫고 큰 도전을 받았다.

아, 작년 대회에서 처음 만난 중국 형제와 한국 자매가 올해 결혼하는 대형사건도 생겼다. 이들은 중국에 신혼살림을 차리고 선교사역을 해나갈 예정이다. 이 청년들이 살아갈 동아시아, 이들이 이루어갈 동아시아는 오늘보다 좀 더 나은 세상이리라 기대한다. 이것이 대회의 가장 큰 자산이요 보람이다.

   
▲ 동아시아 기독청년대회 소그룹 나눔. (사진 제공: 박현철)

다섯. 평화를 향한 걸음은 항상 작고 더디다
“몇 명이나 모여요?” 대회에 대해 문의하는 사람들이 자주 묻는 질문이다. “각국에서 10~15명 정도씩, 스텝까지 50여 명이요”라고 대답하면 여러 반응을 보인다. 사람을 더 많이 모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걱정해주는 분들도 계시고, 어떤 어떤 곳에 홍보하면 더 많이 모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조언해주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한?중?일 청년들이 서로의 걸음을 맞춰 고르게 성장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100명이 와도 중국과 일본에서 겨우 10명씩 온다면 이 대회는 의미가 없다. 셋이 고르게, 균형을 맞추어 천천히 성장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4회 대회까지 오기도 참 힘들었다. 3회 대회 때는 일본인 목사님만 참석하고 청년은 단 한 사람도 참석하지 못해 대회를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게다가 올해는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럼에도 점점 나아진다. 대회의 비전에 동의하고 헌신하는 사람들이 각 나라에서 차근차근 생기고 있다. 서로에 대한 신뢰와 우정이 더 깊어지면 나라별로 실행위원회가 꾸려지고 더 많은 만남의 기회, 예배와 기도의 자리, 고민과 실천의 자리들이 생겨날 것이다. 일본에서는 당장 3월 30일에 참석자들을 중심으로 동아시아를 위한 기도모임이 시작된다. 한국에서도 후속모임을 준비하고 있다. 동아시아에 우리가 꿈꾸는 정의와 평화의 하나님 나라를 이루기까지는 앞으로 훨씬 더 많은 만남과 기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작은 걸음으로라도 꾸준히 간다면 언젠가 그 나라에 도달할 것이다. 평화를 향한 걸음은 항상 작고 더디다.

*동아시아 기독청년대회는 내년 2월에 5회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관심 있는 분은 http://threetogether.org 또는 peace@threetogether.org로 문의해주시기 바란다.

박현철
신대원을 졸업하고 교회 전도사로 일했고, 현재는 청어람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며 목회 수련중이다. 동아시아 기독청년대회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실무를 맡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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