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건용 지음/꽃자리 펴냄/15,000원


하느님 몸 보기 만지기 느끼기

이 책은 ‘야웨는 과연 영으로만 된 존재인가’ 하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구약성경에 나타나는 야웨 현존의 물질성을 샅샅이 살피고, 야웨 현존에 대해 구약성경이 줄곧 흘린 힌트들(야웨의 목소리, 이름, ‘카보드[영광]’)을 설명한다. 결국 저자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야웨를 알자”였다.

야웨의 현존이 물질이냐 영이냐에 대한 직접적인 답을 주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오히려 야웨를 알고 느끼고 경험하는 방식이 상징과 부호에 대한 해석을 넘어 친밀한 물질적 존재로 보도록 이끈다. 그래서다. 책 제목이 청유형으로 느껴지는 건.

구약성서에서 야웨를 알자는 것은 “야곱처럼 직접 씨름해야 얻을 수 있는 실천적인 지식이고, 섹스를 하듯 원초적으로 직접적인 관계를 맺어야 비로소 얻는 앎이다.” 몸으로 부딪히는 앎 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던 때다. 선택의 여지가 있는 지금의 우리는 몸까지 부딪혀가며 관계 맺는 앎은 거의 선택하지 않는다. 저자는 이런 식의 관계 방식이 하나님 나라 운동과 사회정의의 실천 영역에서 적당주의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문제의식도 건넨다.

“정의의 실천을 마치 섹스하듯이 적나라하게 맨몸으로 미친듯이 황홀하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도 우리네 사는 모양이 이 꼴이 아닐까? 그래서 진정한 의미에서 ‘가난하고 억압받는 자들의 인권’을 ‘야다’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거친 밥알을 삼키려면, 그 향이 입안에서 퍼질 만큼 오래 씹어야 하는 법이다. 어쩌면 이 책은 그런 거친 밥알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익숙지 않은 질문들이 처음엔 불편하고, 씹지 않을 수 없는 마음의 불편을 주는 질문들이 과연 내 실존에 좋은지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 19장까지의 시간을 거쳐, 결국 밥알의 향과 촉감이 입 안 가득 퍼지듯이 내가 야웨를 보고 만지고 느끼는 방식의 지각 변동적 변화가 몸으로 퍼지는 시작을 느끼게 된다면, 성경을 스스로 붙잡고서 하나님과의 섹스를 위한 가능한 모든 질문을 하게 되리라 생각해본다.

오지은 기자 ohjieun317@goscon.co.kr

저작권자 © 복음과상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