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단식장에서 세월호 진실규명 촉구하는 기독인연합예배 열려..청와대까지 행진


▲ 400여명의 기독인들이 10월 5일 오후 4시 광화문광장 단식장에서 모여 연합예배를 드리고 유가족이 동의하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진실규명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 이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복음과상황 이범진

400여명의 기독인들이 10월 5일 오후 4시 광화문광장 단식장에서 모여 연합예배를 드리고 유가족이 동의하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진실규명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 이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이날 예배에서는 또한 세월호 유가족 유민아빠 김영오 씨의 46일 단식을 이어온 방인성(40일), 김홍술 목사(42일)의 단식 해단도 진행됐다. (정식 명칭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40일 단식 해단 및 안전사회를 촉구하는 기독인 연합예배’)

단식 40일을 맞은 방인성 목사는 죽음을 각오하는 순교신앙으로 맘몬의 시대를 이겨나가자고 발언했다. “이 시대는 순교신앙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우리 한국 근대사에서 일제식민이 청산되지 못했습니다. 민주화가 왔음에도 독재도 청산되지 못했습니다. … 청산되지 못한 과거도 문제지만 우리사회를 지배하는 맘몬의 힘이 정말 큽니다. 여러분께 간곡히 부탁합니다. … 예수님을 예루살렘도 로마의 길도 가지 않으셨습니다. 전혀 새로운 갈릴리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길로 가셨습니다. 우리도 주님이 하셨던 방법으로, 순교신앙으로 가야합니다. 반드시 이 맘몬의 힘을 끊어야합니다.”

방인성 목사 발언 [영상 보기] (출처:청어람 ARMC)

▲ 예배 후 참여자들은 정부종합청사를 지나 청와대로 행진했다.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경찰에 가로막힌 참여자들은 경찰과 대치 후 대표자 15인으로 청와대로의 행진을 이어갔다. ⓒ복음과상황 이범진

▲ 15인의 대표는 청운동사무소 앞까지 행진을 이어갔으나 청운동사무소에서 ‘2명만 방문할 수 있다’는 경찰의 통보를 받고 박득훈 목사와 조헌정 목사가 청와대 민원실에 성명서를 전달했다. ⓒ복음과상황 이범진


예배 후 참여자들은 정부종합청사를 지나 청와대로 행진했다.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경찰에 가로막힌 참여자들은 경찰과 대치 후 대표자 15인으로 청와대로의 행진을 이어갔다. 15인의 대표는 청운동사무소 앞까지 행진을 이어갔으나 청운동사무소에서 ‘2명만 방문할 수 있다’는 경찰의 통보를 받고 박득훈 목사와 조헌정 목사가 청와대 민원실에 성명서를 전달했다. 조 목사는 “예전에는 휴일이라도 당직 직원이 나와 민원 접수를 받았는데 직원도 안 보이고 그냥 놓고 가라고 하더라”며 아쉬워했다. 

대표자 15인 찬송 부르며 청와대로 행진 "우는 자 위해 오소서"[영상보기](출처:복음과상황)


대표자 15인은 청운동사무소 앞 세월호 유가족 농성천막을 방문해 위로했다. 이 자리에서 유가족들은 자신들의 상황과 처지를 대표자들에게 털어놨고, 대표자들은 기도로 이들을 위로했다. ‘2학년 8반 김제훈 아빠’ 김미헌 씨는 하소연과 더불어 감사의 마음을 보태 전했다.
“많이 애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23년 정도 한 직장만 다닌 직장인입니다. 저한테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다른 분들은 그만하라는 분들도 많은데, 이런 참사는 단원고 사고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에, 이런 사고가 더 일어나지 않게 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에 유가족들이 학교나 지방으로 다니면서 우리의 상황을 알리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모르시더라고요. 우리가 돈만 바라는 줄 알고 있기도 하고요. 사고 첫날부터 팽목항에 있었는데요, 경비정 해경 한 대 있더라고요. 왜 구조 안하느냐고 했더니 한다는 행동이 배 위로 올라가서 손으로 두드리고 귀 대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3일 동안 그렇게 아무 일도 안 했습니다. 혹시 그 안에 살아있는 생명이 있으면 구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하잖아요. 몇 명을 구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구하려고 하지 않았다는 게 문제입니다. 구하려는 성의가 있었다면, 열심히 구조했는데 결과가 이런 것이라면 (다른 분들은 몰라도 나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특별법이 제정이 되어서 이런 사고가 다시 났을 때 아이들 빨리 구할 수 있는 위기관리 시스템을 만들어야, 우리 아이들 희생이 조금이나마 의미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사실 지금 유가족들이 많이 힘이 듭니다. 밤에 못 주무시는 어머니들이 많습니다. 치료받는 분들도 많고요. 이렇게 애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는 끝가지 갈 것입니다.”

‘2학년 7반 오영석 엄마’ 권미화 씨는 시민들을 향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며, 오해를 받는 것에 깊은 탄식을 내뱉었다.
저희는 답답합니다. 우리도 (팽목항에) 내려가면 죄인입니다. 우리는 애들을 받았거든요. 만져봤거든요. 우리 애기라는 거 확인을 했거든요. … 우리가 원하는 것은 (실종자들) 돌아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왜 여러 핑계를 대면서 안 하고 있는 것일까요? 사람들이 이제 팽목항이 있는 조도에 낚시를 하러 옵니다. 다른 데서 하시면 안 될까요? 많은 시민들이 유가족을 속상하게 하더라고요. 간절한 사람들의 마음을 알아줘야 하는데, 우리의 말을 듣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아직도 많기 때문에, 저 사람들도 우리와 같은 길을 갈려나 보다 합니다. 우리는 지금 자식들 때문에 버티고 있는 데 거기에 못질하고 있습니다.”

유가족 목소리 "조도(팽목항)로 낚시 오는 사람 있어..다른 데서 하시면 안될까요?"[영상보기](출처:복음과상황)


* 세월호 유가족들 위한 김기석 목사 기도[영상보기](출처:복음과상황)

▲ 대표자 15인은 청운동사무소 앞 세월호 유가족 농성천막을 방문해 위로했다. 이 자리에서 유가족들은 자신들의 상황과 처지를 대표자들에게 털어놨고, 대표자들은 기도로 이들을 위로했다. ⓒ복음과상황 이범진


유가족들의 가슴 아픈 상황을 들은 후 대표 15인 중 김기석 청파교회 담임목사가 이들을 위해 기도했다. 김 목사는 “하나님이 이 자리에 오셔서 늘 임재하여 주시고 외로울 때마다 벗이 되어주시옵고, 저들의 마음이 심연속에 들어갈 때 그들을 불러 일으켜 용기를 갖고 살아가게 도와주시옵소서”라며 6분여 넘게 격정적인 목소리로 기도했다.

이번 연합예배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기독인 모임, 생명평화마당, 예수살기, 촛불교회 등 세월호 진실규명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개신교 복음주의진영 단체와 에큐메니칼진영 단체연합으로 개최되었다. 한편, 방인성 목사와 김홍술 목사는 광화문 단식장에서 하룻밤을 더 보낸 뒤 10월 6일 월요일 오전 병원으로 이송됐다. 


※ 다음은 연합예배 때 발표된 성명서 전문

"유가족이 동의하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진실 규명을 촉구합니다"

2014년 4월 16일 고난주간 수요일에 만난 세월호 참사는 우리 모두를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시대로 이끌었습니다. 부모 잃은 자식들과 자식 잃은 부모들의 슬프고 슬픈 사연이 한국사회를 휘감았습니다. 우리는 이 모든 참사의 목격자로서 전후좌우로 빈틈없이 작동한 자본의 논리와 무정한 권력 앞에 분노하고 또 분노하였습니다. 

그로부터 이제 여섯 달이 되어가는 이 시점까지 우리는 참사로부터 한 걸음도 전진하지 못한 채 한국 사회의 총체적 무기력과 무능력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위기의 순간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던 국가와, 늘 비상사태라며 사회를 윽박지르던 이들은 오히려 유가족들에게 이 모든 사회적 절망의 책임을 전가하는 가운데 46일에 걸친 유가족 김영오 씨의 단식이 우리의 양심과 책임감을 일깨웠습니다.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이 불의를 행하고 생명을 가벼이 여기는 이 참혹한 시대를 기억하며 참사 후부터 현재까지 광화문과 청운동에서 예배하고, 광장에서 단식하고, 일인 시위하며 정의와 생명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유가족의 뜻을 이은 김홍술, 방인성 두 목사의 단식이 10월 5일로 예정한 40일을 맞이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밝혀지거나 해결된 것은 아직 아무것도 없습니다. 40일 단식은 오늘 이 자리에서 마무리 하지만 우리는 새로운 출발을 위해 다시 광화문에 모였습니다. 우는 자들의 눈물이 그치는 날까지, 침몰한 정의가 세상을 다스리는 날까지 우리는 모이고, 외치고, 기도할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유가족이 동의하는 특별법을 제정하여 모든 진실이 온전하게 규명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 한국 사회와 한국교회에 다음과 같이 엄중히 촉구합니다.

1. 여야 정치권에 촉구합니다. 세월호 특별법 논의 과정에서 여야 누구도 유가족들의 의견과 동의를 무겁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특별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정치권은 자신들이 대변해야 할 시민들과 유리된 채 자신들만의 정치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여야 정치권은 정파적 이익을 떠나 유가족뿐 아니라 국민의 의구심을 해소할 법과 제도를 제대로 만들어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규명하는 일에 최우선으로 나서기를 촉구합니다.

2. 정부에 촉구합니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의 전과 후로 똑똑히 드러난 이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잊지 않습니다. 반성하지 않는 정권에 미래는 없습니다. 책임을 회피하고, 진실을 은폐하지 마십시오. 정부가 세월호 참사 앞에 드러낸 적나라한 모습은 하늘이 보았고, 땅이 알았고, 바다가 기억하고 있습니다. 오직 진실을 말하고, 정직을 실천하기 바랍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마시고, 특별법에 따른 조사과정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안전 사회를 만드는 데 필요한 조치에 즉각 나서기를 촉구합니다.

3. 언론과 한국 사회에 촉구합니다. 사실을 왜곡하지 말고, 진실을 외면하지 마십시오. 세월호 특별법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된 우리와 다음 세대를 보호하자는 공익적 사안이며, 유가족들은 한국사회를 대표해서 이를 떠안게 된 공적 대리인입니다. 사람들이 보고, 듣고, 판단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조작하고,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는 언론 보도와 집단행동을 멈추기를 촉구합니다.

4. 한국교회에 촉구합니다. 세월호에서 살아오지 못한 이들과 살아 돌아온 모든 이들, 그리고 그들의 가족과 친구들을 한국교회가 감싸 안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기 바랍니다. 이들을 악의적으로 비방하거나, 고립시키는 언행에 반대하고, 이들이 집으로 돌아가 건강하게 세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기도하고 지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들이 해소되지 않은 의문을 풀고, 정의로운 책임 규명을 목도하고, 서러운 눈물을 씻을 때까지 이들과 결연히 함께하기를 촉구합니다.

2014년 10월 5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40일 단식 해단 및 안전 사회를 촉구하는 기독인 연합 예배>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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