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4호 커버스토리]

   
▲ 2013년 오스까 로메로 서거를 기념하는 행진 중 펄럭이는 깃발. (사진: CNS)

“까르멘, 너에겐 로메로 대주교가 어떤 분이니?”

아침마다 연구소 문을 열어주는 까르멘(Carmen Pinazo Suárez)에게 물었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

“남미보다는 중미에서 더 추앙하는 것 같은데? 최근에는 로메로의 생가를 박물관으로 만들어 유품이라도 보고 그의 정신을 이어받으려는 엘쌀바도르 신자들의 움직임이 적극적이야.”

로메로에 대해 아는 뻬루 사람들은 생각보다 적었지만, 알고 있는 이들의 기억은 강렬했다. 결혼 후 남편과 함께 가톨릭에서 개신교로 개종한 친구 엘비라(Alfonso Elvira Urrutia)는 가톨릭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인지 로메로를 매우 존경하고 있었고, 뻬루 감리교 감독인 하비에르(Javier Ochoa Jara) 목사도 로메로에 대해 “그리스도인의 모범이자 진실을 용감하게 전한 예언자”라고 추켜세웠다. 뻬루의 루터교 신학자인 빅또르(Víctor Mendosa)는 “신앙을 위해 싸운 예언자이자, 그리스도인으로서 다른 그리스도인에게 죽임당한 순교자”라고 표현했다. 그리스도인에게 죽임당한? 그렇다. 라틴아메리카 사람들은 누구나 유아세례를 통해 그리스도인이 되기 때문에 로메로를 암살한 이도 ‘겉으로는’ 그리스도인이었을 테다.

가톨릭 신학자이자 역사학자인 호쎌루이스( José Luis Franco Meléndez)도 그를 “해방신학의 영향을 받아 가난하고 짓눌린 민중과 연대해 불의를 폭로하고 약자를 지키다 순교한 인물”로 소개했다. 엘쌀바도르 태생이지만 정치적 혼란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가 개신교 목사가 된 제씨(Jessi Alas)에게 로메로에 대해 물었더니, “아, 로메로 대주교님이요?” 하고 바로 존칭을 쓰며, 로메로는 엘쌀바도르에서 영웅과도 같은 인물이라며, 설교도 좋았고 좋은 일을 많이 했다고, 매우 존경하는 인물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금 뻬루에서 나와 같이 살고 있는 현지인 가족은 4대째 개신교를 믿어오지만, 로메로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구독안내

이 기사는 유료회원만 볼 수 있습니다.

후원구독, 온라인구독 회원은 로그인을 해주시고 인증 절차를 거치면 유료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후원구독(월 1만 원 이상), 온라인구독(1년 5만 원) 회원이 아니시면 이번 기회에 〈복음과상황〉을 후원, 구독 해보세요.

저작권자 © 복음과상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