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7호 진은지의 낯선 시간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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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마이야 모스크 ⓒ진은지 | ||
길은 곧고 길게 뻗어 있다. 천장이 지붕으로 덮여 있어 다소 어둡고 공기는 텁텁하다. 깨지고 구멍 난 지붕 틈으로 파고든 빛이 사람들의 얼굴과 공중에 떠다니는 허연 것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사람들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목소리들은 커졌다가도 작아지고 성난 목소리와 웃음소리가 뒤엉켜 소란스럽다. 이 도시에서는 가장 활기가 넘치는 곳일 이 길은 성경에 ‘직가’라 기록돼 있듯이 다마스쿠스 구시가의 동쪽과 서쪽을 직선으로 잇는다. (2011년 이후 계속되는 내전으로 시리아는 현재 ‘직가’뿐 아니라 나라 대부분이 파괴된 상태다.) 지금은 하미디에 시장이 형성돼 있어서 길 좌우로 후각을 자극하는 온갖 향신료와 화려한 문양의 식기, 가전제품, 빵 등을 파는 가게들이 촘촘히 들어서 있다.
누군가에게 침략당하고 화재로 불탈 때마다 소실되고 무너졌지만 다시 보수되고 재건됐던 하미디에 시장은 수백 년 동안 다마스쿠스 사람들의 삶의 공간으로 자리잡아왔다. 필요하거나 고쳐야 하는 물건이 있으면 이곳으로 가져오라고 할 정도로 없는 게 없다는데, 살면서 어딘가 모자라고 허전할 때 이곳에 와서 결핍을 수리 받고 충일해질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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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진은지 사진. 권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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