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1호 커버스토리]
처음 야구장에 가던 날을 잊을 수 없다. 아버지와 형의 손을 잡고 버스를 타고 동대문운동장에 갔다. 너무 어릴 때라서 어느 팀 경기였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야구장 가는 내내 엄청 신나서 들떴던 느낌은 생생하다. 국민학교 입학식 날 내 손목에는 ‘MBC 청룡’ 시계가 있었고 ‘MBC 청룡’의 파란색 유니폼과 글로브로 인해 나의 피도 파란색이었다. ‘MBC 청룡’이 ‘LG 트윈스’로 바뀐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고 너무 슬퍼서 울었다! TV 뉴스로 보고 신문을 읽어도 실감이 나질 않았다. 그 느낌과 감정을 그때는 뭐라 표현할 수 없었지만, 지금 떠올려보면 ‘상실감’ ‘거절감’ ‘우울감’ 뭐 대략 이런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슬픔이었다. 다행히도 그 불행한 아픔은 금방 잊혔다. 나의 영웅, 우상들이 파란색 유니폼을 벗고 ‘LG 트윈스’의 검은 줄무늬 유니폼으로 갈아입더니 첫해부터 우승했다. 덕분에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야구가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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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30대 직장인, 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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