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2호 사람과 상황] 10년 넘게 금융소외계층의 파산·회생 돕는 김철호 ‘새벽’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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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음과상황 이범진 | ||
“열심히 데모하면 하나님 나라 경제 이룰 수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30일 대전CCC 비전센터에서 김철호 목사(61, 마당교회)가 강의 말미에 한 말이다. ‘빚내는 청춘에게 빛나는 삶을’이라는 주제로 열린 ‘청년대학생 재무 상담 세미나’였다. 소외계층의 빚 탕감을 돕는 사회적협동조합 ‘새벽’의 상임이사인 그는 “빚 탕감만이 청춘들을 빛나게 할 수 있으며, 탕감신학에 터한 데모를 하자”고 ‘선동’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데모는 고대부터의 민주주의 역사에서 가장 확실하고 가장 멋있는 국민주권 행동이다.
강의 후 인터뷰 자리에서 ‘청년들이 다소 과격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을까?’라고 묻자, ‘그래서 그 말만은 꼭 하고 싶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해마다 가계부채가 가파르게 증가하여 최근엔 정부연구기관마저 ‘가계 빚 개선이 시급하다’고 경고하는 상황에서, 10년 넘게 채무불이행자와 취약계층을 상담하며 느낀 점, 그랬기에 더 선명하게 볼 수 있었던 “카지노 금융자본”의 실체 등에 대해 들었다. 인터뷰에는 김 목사와 동역하는 ‘새벽’ 부설 재무관리연구소 김정인 소장, 성서대전 김신일 사무국장, 그리고 12월 19일 김철호 목사와 ‘혼인잔치’를 여는 주인공 김옥연 경인여대 교수가 동석해 이야기를 보탰다.
― 10여 년 동안 저소득·소외 계층을 도와 온 사회적협동조합 ‘새벽’에 대해 소개해달라.
빚꾸러기들의 개인파산면책과 회생 상담을 주로 해왔다. 채무 상황을 진단해주고 그에 맞는 신용회복제도를 안내하고 있다. 가정재무관리 상담에서 자립 및 공동체(협동조합) 창업까지 실행할 수 있게 돕고 있다. 물론 모든 과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무료로 진행한다.
― ‘새벽’의 이사장을 맡고 계시다. 이 길에 들어선 과정이 궁금하다.
내가 신학교(대전신학대학원)에 입학한 게 1999년도이다. 당시 장로교(통합) 교단에서 민중목회하시는 빈들교회 김규복 목사님 옆에서 빈민사역을 보고 배우다가 상담 사역을 하게 되었다.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도 많았고, 그분들 모두에게 부채가 있었다. 이 빚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인터넷을 검색해서 파산면책 정보를 모으고, 이 과정에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대전충청지부 부설 무료법률구조센터를 알게 되었다. 그곳에서 임태영 상임간사(《10등급 국민》 공저자)를 통해 많이 배우면서 상담하는 시간을 거쳤다. 2006년에 교회를 개척하면서 주요 사역으로 ‘민생복지상담’을 삼았고, 2010년에 대전지역 활동가들의 제안으로 민생네트워크 ‘새벽’이 만들어졌다. ‘새벽’이 사회적협동조합이 된 것은 2013년이다. 파산면책을 받은 사람들이 새로운 대안경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게 ‘새벽’의 최종 목표다.
― 살아오신 이야기가 궁금하다. 40대 중반에 신학교에 입학했는데….
3대째 예수 믿는 집안이었다. 예수 잘 믿으면 복 받는다는 ‘평범한’ 신앙관으로 유년시절을 살았다. 그러다가 집안이 가난해서 중학교 중퇴를 하게 되고, 경제활동을 하면서 불평등한 세상에 눈을 떴다. 다른 말로 하면, 노동을 귀히 여기지 않는 세태에서 오는 사회문제에 눈을 뜬 것이다. 자연스럽게, 기독교 신앙의 핵심은 잘 먹고 잘살다가 천국 가는 게 아니라 이 땅을 하나님 나라로 만드는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10대 후반에는 원경선 선생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진지한 보수주의 신앙인이신 그분이 사경회를 왔는데 ‘사람 예수’를 이야기하며 “신앙인들은 예수처럼 세파를 거슬러 세상의 불의와 불평등을 거스르며 살아야 한다” 하셨다. 충격이었다. 그 뒤로 그분의 지방 강연을 쫓아다녔다. 당시 사경회가 열렸던 교회의 전도사님이 우치무라 간조의 책을 주셔서 읽고 너무 좋아 서점을 다 뒤져 전집을 찾아 읽었다. 훗날 함석헌의 씨알사상, 문익환 목사의 《히브리 민중사》도 감명 깊게 읽었다. 어쨌든 원경선 성생님 영향으로 청주(고향)의 사회선교 현장도 기웃거리고, 90년대부터는 가업인 작은 철강소에서 노가다(막노동)를 했다. 그리고 함께 일하는 일용노동자들과 생활공동체를 꾸리며 살았다. IMF(국제통화기금) 경제위기가 오지 않았더라면 계속 그렇게 살았을 텐데 IMF 때 직격탄을 맞아 공동체가 해체됐다. 그러다 신학교에 입학하고, 노가다로 돈 벌어 분납으로 학비 내가며 공부하다가 여기까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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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음과상황 오지은 | ||
― 결혼을 앞두고 계신데, 어떻게 만나셨나.
김옥연 교수 : 2012년에 강정지킴이로 활동하시던 목사님이 결혼할 때 처음 봤다. 그때 생활한복을 입고서 기도문을 읽으셨는데, 기도가 너무 은혜로웠다. 이후에 기도문 보내달라며 일종의 작업(?)을 걸었다. 나중에 메일은 왔는데 기도문은 첨부가 안 되어 있었고.(웃음) 그렇게 잊고 지냈는데 3개월 후 12월 25일에 대한문 앞에서 열린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연합예배에서 또 만나 우리(통합)쪽 목사님이고 미혼이라는 걸 알았다. 우리 교단에도 이렇게 훌륭한 분이 있구나 싶었다. 돈 한 푼 안 받고 상담활동을 해왔다는 것이 정말 파격적이었다. 진정한 성직자구나, 뜻을 같이하고 싶어 만나다가 연애도 하게 되었다. 물론 결혼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 하루 한 끼 먹는다고 하기에 처음엔 ‘객기’(영성) 때문인 줄 알았는데, 돈이 없어서였다. 기독교인이라면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인데, 이 일이 지속가능하게 하려면 길게 봐야 하는 일이겠다 싶어서 결혼까지 생각하게 되었다. 결혼식은 함께 저술한 《10등급 국민》 책잔치와 함께 이어지는 작은 혼인잔치로 계획중이다. (12월 19일 오전 11시부터 종로YMCA 대강당에서 열렸다.)
― 지속가능한 운동을 위한 전략적 결혼인 건가? (웃음)
김옥연 교수: 일종의 ‘선포식’이라고나 할까?(웃음) 결혼을 하려다 보니까 의견이 달라져 다투는 일도 생기더라. 왜 다른 사람들이 결혼할 때 그렇게 싸웠는지 이제야 알겠다. 목사님이 지금 예순 살이고, 내가 쉰일곱이다. 절대 결혼 안 할 것 같던 우리도 지인 결혼식에서 만났다. 결혼하고 싶은 분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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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김철호 목사 페이스북) | ||
― 김철호 목사님은 어떻게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나.
생각이 같고 뜻이 같고 행동의 지향이 같으면, 부부로 하나가 될 때 시너지가 더 크지 않을까 했다. 하나님 나라를 위해 더 크게 영향을 발휘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이가 들면 등 긁어줄 사람도 있어야겠다 싶었고.(웃음)
― 그러니까 한마디로 정리하면, 사랑하니까 결혼에 이르렀다?
물론이다!(웃음)
― 개인회생 관련 모든 상담을 무료로 진행한다고 했는데, 경제적 어려움이 클 것 같다.
과거엔 활동가들이 주머니 털어서 운영했다. 협동조합이 된 이후에는 우리와 생각을 같이하는 분들이 내는 조합비로 운영한다. 모든 사업을 일단 무료로 운영하기로 했기 때문에….
김신일 사무국장 : 파산면책을 돕는 일에 관해 교회에 가서 이야기하면 ‘빚진 사람이 잘못’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게 사실이다. 빚을 탕감해주는 일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일이라는 인식이 거의 없어서 어려운 상황이다. 직접 말씀하시기 난처하실 거 같아서 대신 이야기하자면, 지금 목사님 생활비가 거의 없으시다. 노회에서 받는 보조금이 전부일 거다. 거의 굶으신다. 하루에 한 끼, 그것도 포도 아니면 옥수수로 먹는 경우가 많다.
김정인 소장 : 사무실에서 보고 있으면 수도사 같다. 2년째 같이 지내고 있는데, 나도 덩달아 수도사가 된 기분이다. 월 조합비 3,000~4,000원 내는 조합원 50명이 전부다. 목사님과 끝까지 같이 가겠다는 생각은 있지만, 현실적으로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고민을 많이 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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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김정인 소장, 김신일 사무국장, 김철호 목사 ▲ ⓒ복음과상황 오지은 | ||
― ‘새벽’이 아닌 다른 곳에서 유료 상담을 받을 경우 얼마를 내야 하나.
옛날에는 변호사 상담으로 200~300만 원을 받았는데 요즘엔 더 혹독해졌다. 초기비용으로 150만 원을 받고, 소송을 거치면서 부대비용을 더 받는다. 똑같거나 더 내는 현실이다. 문제는 파산면책을 담당하는 실무자(사무장)들이 준비가 안 돼 있다는 거다. 단기간에 업무를 파악해 진행하다가 필요한 서류를 빠뜨리기도 하고, 조작하기도 한다. 벌이가 안 되니까 다른 분야로 가기도 하고. 빚 탕감을 위해 찾아온 사람이 상담과 소송을 위해 또 빚을 내야 하는 상황이고 결과도 장담할 수 없는 구조다. 우리가 이 사업을 계속 무료로 진행해야 할 필요와 의미가 너무 분명하다.
김옥연 교수 : 《10등급 국민》에 나온 18명의 사례가 전부 판사 앞에서 변호인처럼 이야기했던 부분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나아가 단순히 행정적인 파산면책뿐 아니라, 심층상담을 한다. 목사님이 목회적 상담을 하고, 김정인 소장 같은 분들이 재무안내까지 해준다. 앞서 말했듯 궁극적인 목적은 파산면책을 받은 사람들이 새로운 대안경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길이다. 지금도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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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등급 국민》에 소개된 분들이 불성실하고 부도덕한 사람이 아님에도 빚의 굴레에 빠지는 과정이 안타까웠다. 파산 심리과정이 길어져 그사이 목숨을 잃은 분의 사연도 실렸더라.
사실 개인의 파산면책은 심리할 거리가 없다. 법인의 경우야 다른 자산이나 물건들 때문에 심리과정이 필요하지만, 개인 파산자는 채무를 갚을 재산이 없고 소득도 없는 상황만 확인하면 그만이다. 법적으로 판사가 확인하고 면책하며 제2의 기회를 주겠다는 목표인데, 사회적 분위기가 비판적이다 보니 쓸데없이 2년씩이나 걸려 정작 당사자는 돌아가셨다.
― 상담했던 사람 중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이가 있나.
다 기억에 남는다. 하나같이 모두 가슴 시린 사연들이다. 성실했던 공무원이었는데 카드대란 당시 대환대출장려정책에 따라 가족들의 보증을 섰다가 잘못된 분이 있다. 그때 당시에 회생이나 파산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잘못된 선택으로 퇴직 후 시작한 사업도 망하고 가족이 뿔뿔이 다 흩어졌다. 차마 책에 싣지 못한 가슴 아픈 사연들이 너무 많다.
― 책에 싣지 못할 정도라면….
30대 부부였는데 빛 독촉에 시달리다가 결국 성매매를 강요당하는 일도 있었다. 인신매매, 장기매매도 있고…. 상담하면서 내담자들 상황이 내게 심리적으로 전이되면서 꿈도 자주 꿨다. 채무자가 되어 쫓기는 꿈은 그래도 덜 힘든데, 채권자가 되어 채무자에게 욕을 퍼부으며 잡으러 다니는 꿈을 꾸면 깨고 나서도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
― 참혹한 현실을 일상으로 접하면서도 ‘인간성’을 낙관하는가?
음…. 실제 상황이 잔인한 것은 사실이다. 빚 때문에 사람을 죽이는 데까지 나아가는 등 영화 <화차>(2012)가 보여주는 장면들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보진 않는다. 그렇게 몰아가는 ‘상황’이 있을 뿐이다. 채무-채권 관계에서는 아주 순식간에 그런 상황이 생겨난다. 추심하는 회사에서 사람을 뽑을 때 실제로 빚에 쫓겼던 이들을 뽑는다. 정규직 아니고 수당 받으며 일하는 사람들인데, 추심을 당했던 사람들이기에 채무자의 심리를 잘 알고 어떻게 수치심을 주며 독촉해야 하는지 체득한 이들이다. 얼마나 슬픈 일인가. 이게 인간의 본성이 만든 상황이 아니라 돈을 매개로 관계가 맺어지면서 험악한 상황이 만들어진 듯하다. 사탄, 돈이라는 악마가 한 짓이다. 물론 그전부터 이런 일은 있었겠지만 IMF 이후 더 증폭되면서 인간성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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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음과상황 오지은 | ||
― 책에 보면 ‘신용불량자’라 불리는 이들을 ‘이 시대의 강도 만난 사람’(피해자)으로, 신자유주의를 ‘맘몬’으로 칭하며 가해자로 명확하게 선을 긋는다. 예외사례도 있을 텐데 가해자-피해자를 너무 단순하게 나눈 것은 아닌가.
만약 IMF 사태가 없었다면 그렇게 분명하게 말 못했을 거다. 1997년 IMF 이후 금융자본주의 경제시스템으로 개편되는 과정의 경제 정책을 두고 판단했다. 자본가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그들이 마음껏 이익을 취할 수 있도록 변모한 정책과 그 폐해가 분명하니까 주저 없이 ‘강도’(가해자)라는 표현을 썼다. IMF 이후 노동자들이 쫓겨나고 노숙인이 많아지는 현상은 누구나 알지만, 금융 분야에서 어떻게 서민들을 약탈하는 상황을 만들어냈는지는 더 연구해서 소상히 밝혀내야 한다. IMF 때 대한민국 정부는 국민혈세 168조 원을 투입해 투기금융자본을 위한 구제금으로 쏟아 부었다. 경제를 살린다면서 신용카드 남발정책을 쓰고, 이자제한법마저 폐기했다. 그 무렵 25%로 제한하던 이자가 200%를 넘어섰다.(이자제한법은 2007년 3월 개인적인 금전거래와 미등록 사채업자의 금전거래를 적용대상으로 일부 부활했다.-편집자 주) 가난한 서민들을 고리대금업자들에게 팔아넘긴 셈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고금리 국가다. 그 결과, 830만 명의 저소득·금융소외 계층이 특히 큰 어려움에 빠졌다. 우리 주변 5명 중 1명의 이야기다.
― 대부분 김대중 정부 때 추진된 정책들이다.
나는 고 김대중 대통령을 어릴 때부터 ‘선생님’이라고 부를 정도로 존경한다. 그분은 경제에 해박하고 식견도 있었는데 왜 그랬을까 싶다. IMF 측의 강요로 추진했다고는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런 식으로 경제를 살린들 무슨 소용인가. 결국 부자들 배만 불렸는데. 코스피에 상장할 수 없는 기업들 받아들이는 코스닥 시장을 활성화해서 얻은 결과가 무엇인가? 누군가 ‘대박’이 나서 큰돈 벌었다고 하니까, 직장에 쫓겨난 사람들이 너도나도 퇴직금과 노후자금을 쏟아 부어 망했다. 경제위기 때 정부로부터 168조 원의 지원을 받은 부실 은행과 부실 재벌들은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고, 금융대박 신화를 조장해 막대한 이득을 챙겨 세를 키웠다. 오늘에 이르러서는 국민의 세금으로 부동산 시장을 부양하라고 정부를 압박하기까지 한다.
― 강의 중에 ‘카지노 금융자본 세상’이라는 표현을 썼다. 책에도 여러 번 언급되는데….
돈이 돈을 먹는 세상이다. 돈으로 돈을 버는 세력들을 그래서 ‘카지노 금융자본’이라 부른다. 노동보다는 불로소득을 추구하게 하는 세상 아닌가. 정부는 카지노 금융자본들에게 30~40%의 고리채를 보장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이들의 고리채에 휘둘린다. 오늘날 불평등과 양극화, 빈곤을 초래한 장본인이 바로 카지노 금융자본이다. 상위 1% 맘몬자본의 사익을 위해 99%의 사람들이 희생해야만 하는 승자독식의 세상, 바로 카지노 금융자본의 세상이다.
― ‘카지노 금융자본’이 다스리는 세상에서 개인의 파산면책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일종의 패자부활전이다. 신자유주의 시장의 낙오자들에게 주어지는 제2의 기회다. 대안 공동체를 지향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될 수 있다. 과중채무에 시달리던 이는 개인 파산면책을 통해 법적으로 모든 채무와 제재로부터 복권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많은 금융소외 계층이 이 제도를 모른 채 살아간다. 정부 당국은 채권자들의 사적 기관에 불과한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한 채무변제만을 홍보하고, 개인파산면책에 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개인파산면책제도는 새 출발을 위한 필요조건이며 특별한 불이익이 없음에도 채권추심기관, 투기금융자본, 언론의 악의적인 선동으로 알려지지 않거나 잘못 알려져 왔다. 미국조차도 개인파산면책제도가 활발하다. 자본주의 경제에서는 어쩔 수 없이 채무자가 나올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그들은 오히려 낙오한 이들이 다시 경제시스템 안으로 들어와야 전체 경제에 이익이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 ‘신자유주의’에 관해 지금까지 여러 개념 정리가 나왔다. 목사님의 경우, 극심한 채무에 시달리는 이들을 10년 넘게 상담해오면서 그 민낯을 몸소 체험하셨을 것 같다.
돈(맘몬)에 대한 속성을 더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쉽게 말해, 돈을 굴려 돈을 벌어야 하는데 선진국에서는 점점 어려워지니까 선진국 자본들이 동남아시아에 들어오고, 우리나라는 IMF 이후 그런 자본들이 마음껏 휘젓고 다니며 돈을 버는 구조가 되었다. ‘신용’이라는 이름의 빚, 그것이 이자를 생산해 내고, 이런 순환이 결국 경제약자들을 옥죈다. 전형적인 맘몬의 작용이다. ‘필요와 쓰임’(크레마)이라는 쌓을 수 없는 가치를 쌓게 되면 ‘자본’(크레마타)이 된다. 성서는 철저하게 이를 부정적으로 본다. 마태복음 19장에서 부자 청년에게 ‘가난한 이들에게 재물을 나누어주라’고 했던 맥락과 상통한다. 크레마를 착취하고 축적하고자 경쟁하고 독점해 쌓아진 돈을 ‘맘몬’이라고 한다.
‘신용’이 평가 절하되어 공중으로 날아간 돈은 결국 누군가에겐 빚으로 남고, 인생도 날아가 버린다. 2007년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가 초래한 금융 위기 때에도 극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나. 리먼 브라더스만 빼고 다른 은행은 다 살아났는데 사람들만 죽었다. 이익은 자본이 독점하고 모든 손실의 결과를 사회가 짊어진다.
― 그러한 맘몬에 대적할 하나님 나라 경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상호의존의 경제라고 본다. 자본주의 시장사회는 개인의 무한소비, 무한축적을 권하지만 하나님 나라는 서로 의존해야 운영된다. 하나님께서 출애굽 백성들에게 만나를 내려주셨을 때, 많이 거둔 사람도 남을 만큼 갖지 않았고, 적게 거둔 사람도 모자라지 않았다. 자본 축적의 유혹을 내려놓고 성서적 상호의존 경제를 만들어봤으면 좋겠다. 맘몬은 우리에게 먹고 마시고 입는 일상에 과도한 탐욕과 근심을 심는다. 많은 사람들이 맘몬의 노예로 전락한다. 맘몬의 삶과 결별하는 과감한 결단과 용기가 있어야 상호의존 경제가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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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들도 빚이 많다. 학자금 대출로 인한 근심과 걱정, 소비를 부추기는 마케팅 등의 영향으로 맘몬에 쉽게 노출된다.
최근 무중력지대라는 곳에서 열린 ‘청년부채 위로 콘서트-개미와 빚쟁이 대잔치’에 다녀왔다. 정말 파티처럼 너무 재밌었다. 빚을 지면 주눅이 들어야 하는데 아주 활발하게 잘 놀더라. 청년들 빚 탕감을 도와주면 정말 신나는 세상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학 가면 다 빚을 지지 않나. 불로소득은 날로 늘어나 노동소득을 빨아들이고 있는데, 어떤 방향으로든 청년들을 돕고 싶다. 옆에 있는 김신일 사무국장과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지쳐 쓰러져 죽을 때까지 할 생각이다.
김신일 사무국장 : ‘새벽’에 오면 일단은 무조건 뭔가를 해주는 방식으로 청년들의 빚 문제 해결을 도울 계획을 세우고 있다. 청년들의 빚 문제는 사실 ‘취업’과 ‘주거’ 등이 다 엮여 있어 복합적이다. 이에 사회적인 목소리도 내고, 알려지지 않은 제도도 찾아 활용하면서 청년들의 권리를 찾아보려 한다.
― 앞서 강연 중, 청년들에게 “데모하라”고 선동(?)했는데. 세미나에 참석한 선교단체 간사들에겐 다소 과격하다고 여겨지지는 않았을까?
시간에 쫓겼지만 꼭 하고 싶었던 말이었다. 데모의 사전적 뜻은 ‘어떤 주장이나 뜻을 나타내거나 관철하기 위해서 많은 이들이 모여서 행진이나 시위를 하는 것’이다. 데모는 과격한 게 아니라 가장 확실하고 멋있는 국민주권 행동이라는 것을 청년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고대 민주주의 역사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에클레시아’(민회)보다 더 직접적으로 활용된 것이 ‘데모’였다. 열심히 데모해야 빚을 탕감받는 하나님 나라 경제에 더 가까워진다.
― 제2의 IMF가 올 것이라고 예상하는 경제학자들이 있다.
5년 안에 온다고 본다. 1997년 당시는 우리나라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빚은 있었어도 건실히 운영되었던 때다. 금융 분야에서 꼬이니까 하루아침에 망하게 된 상황인데, 지금은 소수의 대기업과 부유층을 제외하고는 대다수가 금융소외계층이다. IMF 사태를 겪으면서 힘을 다 털려버렸기에 또다시 그런 위기가 오면 버틸 수 없을 것이다. 지금 가계부채가 1,200조 원이다. 우리나라 성인 1인당 3,500만 원씩 빚이 있다는 뜻이다. 무섭다.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은 빚 탕감밖에 없다. 이대로는 못 살겠다고 외쳐야 한다. 열심히 데모해야 한다.
■ 사회적협동조합 ‘새벽’ 블로그: cafe.daum.net/musa0980
■ 후원계좌: 농협 301-0145-0815-61 (예금주 : 사회적협동조합 민생네트워크 새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