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호 표지]

   
▲ 수도권 주요 대학의 일방적 학과 통폐합을 다룬 <더 팩트>(www.tf.co.kr)의 "TF탐사선" 유튜브 영상 갈무리

캠퍼스에 피는 꽃
꽃피는 봄이 오면, 제가 다니는 경희대학교는 대학에서 놀이공원으로 그 모습을 바꿉니다. 캠퍼스가 아름다워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몰려들어 교정 곳곳에서 봄나들이를 즐기거든요. 벚꽃이 만개할 즈음에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급증하는데, 제가 신입생이었을 때는 ‘와! 교환학생이 이렇게나 많구나!’ 하며 감탄했을 정도지요.

그런데 사실 북적이는 캠퍼스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다 고요한 본관 앞을 서성이며 산책하는 게 습관인 저로서는 꼭 늘 앉던 자리를 빼앗긴 것만 같거든요. 시원한 저녁 공기를 맡으며 사색하는 재미가 쏠쏠한데, 아름다운 캠퍼스는 봄날의 고독을 차단합니다. 이런 날이면, 벚꽃 피는 무렵엔 캠퍼스 입장료만 받아도 등록금 안 내고 학교 다닐 수 있겠다는 기발한 생각도 들곤 합니다.

그런데 문득 고민이 듭니다. 어쩌면 대학이라는 공간을 더 잘 활용하고 있는 이는 내가 아니라 벚꽃나들이를 온 저들이 아닐까? 풍운의 꿈을 안고 대학의 문을 두드렸지만, 누군가가 ‘그래서 너는 대학에서 무얼 배웠느냐’라고 물으면 그럴듯한 대답을 하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3년째 3월의 캠퍼스 벚꽃을 보고 있는데 여기서 뭘 배웠는지 잘 모르겠다니…. 저는 단지 멋들어진 벚꽃을 보기 위해, 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고 있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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