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론자들의 망상》 데이비드 벤틀리 하트 지음 / 한성수 옮김 / 한국기독교연구소 펴냄 / 18,000원

이 책은 리처드 도킨스, 샘 해리스 등 영향력 있는 무신론자들의 기독교 비판을 비판한다. 그러나 비판을 위해 쓰인 책이 아니다. 초대교회 역사에서 복음이 이끈 ‘혁명’의 의미를 소개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책의 부제가 ‘그리스도인들의 혁명과 교회사 새로 보기’이다.) 주로 3~4세기의 초대교회 역사를 문명사적으로 해석, 현대 기독교와의 단절을 메우려는 시도다.  

“가난한 남자/여자가 회중 가운데 들어오는 것을 보거든, 똑같은 주교라도 자기 권한이 허락하는 한 모든 수단을 다 해서 새로 들어온 그/그녀에게 앉을 자리를 마련해주어야 하는데, 심지어 자기가 마룻바닥에 앉게 되더라도 그렇게 자리를 마련해주어야 했다.”(290쪽)

학식이 있거나, 벼슬이 높거나, 부자인 사람들도 노예, 노동자, 장인들과 섞여 앉았으나 수치로 여기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럼에도 사회 구분은 강력한 것이었다. 주인이나 노예나 그리스도 안에서 형제였으나 “여전히 노예는 노예”였다. 이들에게는 법적으로 ‘인격’(person)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은, 인류의 참혹한 역사 속에서 주인과 노예로 구분된 세상을 뒤흔들었다.  

“우리가 복음서들 속에서 보는 새롭게 탄생되는 세계는 그 속에서 특권, 권력, 탁월함의 장중한 우주적 건조물 전체가 흔들리고, … ‘무질서한’(anarchic) 질서로 대체되는 세계다. 즉, 그 새로운 질서 안에서는 십자가에 처형된 종 안에서 하느님의 영광이 계시된 것을 우리가 보고, 또한 그 안에서는 (결국엔) 땅에서 버림받은 자들을 하늘의 자녀들로 보라고 우리에게 요구될 것이다.”(296쪽)

또한 저자는 기독교의 교리들이 어떻게 당대 사람들의 인생관, 세계관, 가치관, 구원관을 변화시키고 영적, 문화적, 사회경제적 혁명을 일으켰는지 자세하게 논증한다. 퇴행하는 한국교회 현장과 견주어 읽기엔 참으로 혹독하고 쓸쓸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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