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6호 스무살의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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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에게 이 사회의 모든 책임을 떠넘기지 말아주세요. 장강의 뒷물이 앞물을 밀고 갑니다갑니다(長江後浪推前浪). 당신들이 '앞물' 이라는 것을 꼭 기억해주세요." (사진: cc by 김범수/위키미디어코먼스) | ||
나는 대통령도 못 뽑아봤다
시끌시끌했던 지난 18대 대선 때, 저는 고등학교 2학년이었습니다. ‘고등학교’라는 삭막하게 폐쇄적인 공간에서 입시에 대한 묘한 부담을 안고 지냈던 고등학교 2학년. 어른들과 정치 이야기를 하다가 지난 대선 때 제가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는 이야기를 하면 다들 깜짝 놀랍니다. 희림 ‘군’이 그렇게 어렸느냐며 휘둥그레진 눈망울을 내비치지요. 사실입니다. 저는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기 하루 전, 1995년 6월 28일에 태어난 새파랗게 어린 젊은이입니다.
저는 대통령도 못 뽑아봤습니다. 지난 4월 13일에 있었던 총선이 제가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한 선거였지요. 첫 투표를 마친 기분은 생각보다 썰렁했습니다. 신분증을 내밀고, 건네주는 투표용지에 두 번의 도장을 찍는 게 전부였습니다. 투표가 민주주의의 꽃이라더니, 뭐 이리 볼품없는 꽃이 있을까 싶었지요. 투표가 세상을 바꾼다는 말만 더 믿기 힘들어진 허무한 경험만 하고 투표장을 나오며 맞닥뜨린 것은 불같이 화를 내는 어느 아저씨였습니다. 그는 요즘 20대들이 투표를 안 해서 세상이 이 모양이라고 중얼대고 있었습니다.
문득, 궁금했습니다. 저는 방금 투표를 하고 나온 20대입니다. 저는 투표를 했으니까 그분의 외침, 20대가 투표를 하면서 세상을 책임져야 한다는 그 둔탁한 외침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방금 투표를 했다고 말하는 제게 그는 거리로 나가 시위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죄목을 씌울 것이고, 한 달에 두 번은 광화문 농성장을 찾고 그 이상 시위에 참여한다며 항변하면 그때는 화염병 한 번 던지지 않고 시위 타령이냐며 혐의하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