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7호 커버스토리]

   
▲ <그림1>

롯과 딸들에 대한 뒷담화
성경을 읽다 말고 뜬금없이 ‘구글링’(Googling)을 한다. 오, 은혜로운 세상이여! ‘클릭’ 한 번으로 명화가 배달되는구나. 소돔과 고모라에 대해 옛 화가들이 그려낸 이야기를 잠시 들여다볼 참이다. 그들의 성경읽기가 우리와 어떻게 같은지, 혹은 다른지를 살피는 것도 흥미로운 작업일 테다.

먼저 눈에 들어온 작품은 ‘독일 미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ürer, 1471-1528)의 <딸들과 함께 소돔을 떠나는 롯>(그림 1). 늙은 아버지가 앞장서서 걷고 있고, 두 딸이 그 뒤를 따른다. 아버지의 겉옷자락이 펄럭이는 걸 보니, 제법 날랜 걸음으로 걷는 눈치다. 각자 손에, 머리에 봇짐을 챙기기는 했으나 비교적 단출한 것이 꽤나 급하게 길을 나섰음을 보여준다. 세 사람 뒤로 저 멀리 화염에 쌓인 도시가 배경처럼 펼쳐져 있다. 화가는 붉은 옷을 입은 딸의 머리 위 봇짐에서 약간 왼쪽 뒤편에 소금기둥으로 변한 롯의 아내를 조그맣게 그려 넣는 세심함도 잊지 않았다. 그 여인의 시선은 여전히 불타는 도시를 향해 있으리라. 그렇게 소금기둥으로 변한 아내를, 어머니를 뒤로 한 채, 무조건 앞만 보고 내달려야 하는 세 사람의 심정이 어떠할까. 뒤러의 성경읽기는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춘다. 아버지의 굳은 표정과 딸들의 슬픈 표정 어디에서도 음란의 징후를 찾아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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