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8호 사람과 상황] 다큐영화 〈자백〉 만든 해직 저널리스트 최승호 감독

   
▲ ⓒ복음과상황 이범진

지난 6월 2일 서울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국정원 간첩조작사건의 진실을 좇는 다큐멘터리 영화 〈자백〉 1차 시사회가 있었다. 올가을 개봉 예정인 이 영화는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상’과 아시아 영화진흥기구가 수여하는 ‘넷팩(NETPAC)상’을 동시 수상하며 올해 화제작으로 주목받았다.

이 영화는 공영방송의 공공성이 끝 모르게 추락하는 국내 미디어 생태계에서 탐사보도전문매체로 탄생한 뉴스타파(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가 3년간 끈질기게 국정원을 취재해온 결과물이다. 언론자유지수 역대 최하위를 기록한(‘국경없는기자회’ 발표, 180개 국가 중 70위) 국내 언론 환경에서 언론이 공권력을 직접 겨냥하여 비판하는 신호탄으로도 읽힌다.

〈자백〉의 감독 최승호(53) 씨는 지난 2012년 MBC ‘공정방송’ 파업에 참가하고 불법 해직당한 언론인이다. 〈PD수첩〉 책임PD로 재직 당시엔 “한국의 대형교회”(2000)를 방영하여 조용기 목사 일가를 둘러싼 비리 의혹을 보도했다가 교인들의 ‘주적’이 됐고, 이명박 정권이 밀어붙인 대규모 토목공사의 목적을 파헤친 “4대강 수심 6m의 비밀”(2010)을 제작하여 정권과 김재철 MBC 사장의 미움을 샀다. 같은 해에 향응 및 성 접대 의혹에 연루된 전·현직 검사 57명의 실명이 담긴 문건을 공개한 “검사와 스폰서, 묻어버린 진실” 시리즈로 박기준 당시 부산지검장의 옷을 벗게 만들었고, 이듬해 이명박 대통령이 출석하던 소망교회를 취재하던 중 〈PD수첩〉 제작진에서 비제작부서로 강제발령 당했다. MBC 복직이 불투명해지면서 그는 뉴스타파로 일터를 옮겨 ‘유우성 사건’이라 불리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파헤치기에 돌입했고, 지금도 국정원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렇게 ‘화려한’ 이력을 지닌 언론인이면서 영화감독으로 갓 데뷔한 최승호 씨를 6월 중순,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만나자마자, ‘영화 음향 상황은 어땠는지’ ‘내용 전달에 방해 요소는 없었는지’ 체크하며 관람 소감부터 물어온 그는 개봉에 앞서 영화 시사회 준비와 수정 작업을 하면서 다양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여전히 “국정원에 꽂혀” 있다는 그에게, 현재 멀티플렉스 개봉을 위해 스토리펀딩 모금을 진행 중인 영화 〈자백〉에 관한 이야기를 비롯하여 언론인이자 한 인간으로서 걷고 있는 길, 그리고 교회 청소년 시절 이야기까지 청해 보았다.

― 재심 후 무죄판결 받은 간첩조작사건을 나열한, 엔딩크레딧 장면이 기억에 오래 남아 있다.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는 기간이 최근 사건일수록 짧아지더라.
수십 년 전보다는 우리 사회가 나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국정원의 문제, 누군가를 간첩으로 찍는 상황에선 누구도 조작을 피할 수 없다는 면에서는 지금도 심각한 수준이라는 문제의식이 있다. 재일동포, 유학생이 타깃일 때도 있었고, 어업을 하다 북한으로 흘러 들어가서 한참을 잡혔다가 돌아온 납북귀한 어부가 간첩으로 조작된 시기가 있었다. 지금은 탈북자가 그 대상이다. 과거엔 형사상 절차도 제대로 따르지 않고 영장 없이 구속하고, 전기 고문하고, 무작정 패는 방식으로 겁박했기 때문에 그 부분을 입증하면 무죄판결 받기가 비교적 수월한 점이 있었는데, 지금은 법 절차상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처리’하기 때문에 입증이 더 어렵다는 점에서 어떤 면으로는 더 무섭다. 가시적인 고문이 아니라, 합법적으로 6개월간 달력도 없는 독방에 가두고는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회유하고 협박하기를 반복한다. “너 간첩이지?” 계속 물으면서, ‘자백’하면 뒤를 봐주겠다는 식이다. 견딜 수 있는 사람 거의 없을 거다. 남한 사회 법 체계를 모를수록 더 그렇고. 이런 경우는 재심을 받기도, 뒤집기도 쉽지 않다.

― 중앙합동신문센터에, 6개월간 사람을 감금하는 게 “합법적”이라는 건가?
유우성 사건이 조작으로 밝혀지고 이름만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로 바뀐 옛 중앙합동신문센터(합신센터)에 북한이탈주민을 6개월까지 가둬 두고 조사할 수 있다. 이런 법적 근거의 명확성이 이명박 정부 이후 마련되면서 조작 사건도 늘었다. 연혁을 보면 알 수 있듯 김대중-노무현 정부 땐 조작 사건이 없었다고 본다. 정부에서 조작의 필요성을 못 느꼈을 거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부터는 조작의 필요성이 있었던 거다. 북한의 위협이 크다는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강조하면서 정국을 운영해나가야 하니까. 북한이 더욱 위협적이라는 느낌을 줘야 하고, 밑에서는 더 열심히 움직일 수밖에 없는 거다.

국정원 직원이 간첩을 적발하면 받는 혜택도 늘었다. 돈도 실제로 훨씬 많이 주고, 승진도 잘되고. 직원 입장에선 간첩 하나 적발하면 인천 앞바다에 배 띄우는 격이다. 영화의 엔딩크레딧엔 재심으로 무죄판결 받은 사건만 등장한다. 그 외 조작으로 의심되는 사건이 훨씬 많다. 7월 7일 청주여자교도소에서 이시은이라는 간첩이 출소하는데, 이분도 완전 조작으로 의심된다. 취재 관련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거짓말탐지기를 속인 여자”를 검색하면 볼 수 있다.

― 의심되더라도 국정원을 직접 취재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은가? 영화상에도 국정원 측의 유의미한 답변은 거의 듣기 어렵더라.
조작이 탄로 나면 안 되니까 국정원 수사관들이 대상자들 출소 후에도 꾸준히 관리한다. 안에 있을 땐 영치금도 주고, 책도 넣어주고, 물품도 넣어주고. 이런 기록들은 다 남는다. 아마 여러 명목으로 국정원 공식 예산에 잡혀 있을 거다. 국정원 직접 취재는 정말 어렵다. 계속 접촉해도 인용할 만한 가치 있는 답변은 한 가지 정도다. “답변할 수 없다”는 답변. 아예 무응답도 많고, 영화 속 (합신센터에서 조사 받다 자살한) 한준식 씨 경우는 “확인해줄 수 없다” 했다. 그런 식으로 말하면 우리가 영화로 만들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기가 찼다. 취재하는 입장에선 사실관계 확증을 못 짓기 때문에 참 힘들다. 어쨌든 국정원을 이렇게 타이트하게 취재한 매체가 없었을 텐데 나도 (MBC에서) 잘려서 뉴스타파로 왔고, 뉴스타파가 그 일을 할 수 있고 이런 조작들이 공론화되어 다행이다. 실제로 많이 변한 건 없다. 그래서 영화로 만들어서 남기려는 거다.

   
▲ <자백> 의 한 장면. (시네마달 제공)
   
▲ <자백> 의 한 장면. (시네마달 제공)

― 영화에서 한준식 씨 간첩 누명을 벗기기 위해 그의 딸과 통화하는 장면이 있었다.
어려운 취재였다. 딸을 찾는 과정도, 찾아서 물어야겠다는 판단을 내리기까지도. 통화 감도 안 좋고, 전화하는 내내 정말 어려웠다. 전화통화 목적이 두 가지인데 하나는 아버지가 왔다 갔는지 확인하는 것과, 아버지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설명해줘야 하는 어려움이 특히 컸다. 딸이 10대인데 그 아이가 사는 동안에 통일이 될 수도 있지 않나. 그럼 아버지 소재를 찾아야 할 거다. 제사를 지내든 추도를 하든. 지금은 덜 중요하다 여길 수 있는 부분이지만 결국 인생에서 중요할 거니까. 그런 걸 다 알려줘야 하다 보니 이야기가 굉장히 복잡해지더라. 통화 시간이 얼마나 가능할지 모르고, 길어지면 위험할 수도 있고, 상대는 경계심을 갖고 있고. 정말 어려웠던 전화(장면)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알려주니까 굉장히 충격 받은 거 같았다. 갑자기 ‘누구냐’ 묻는 게, 내 신원에 대해 남쪽 기관원이 아닐까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 부분이잖나. 재통화해서 전화 이유를 다시 설명했지만 길겐 못했고, 아직 다시 못했다. 마음이 아팠다.

― 국가가 할 일을 대신한 것 같다.
대한민국이 정상 국가라면 북한 측에 정부가 정식 통보해야 마땅하지 않나? 정상적인 조사를 통해서 간첩 확정 발표를 했으면, 어떠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북측이 내려 보낸 누구누구가 간첩 자백 후 자살을 했다고, 시신을 보내니 가족에게 인계하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래야 맞는 거 아닌가. 그런데 이름이고 생년월일이고 신원을 위조해서 쓱싹 묻어 버리고…. 도대체 이런 걸 국가라고 할 수가 있을까. 정말 죄 받을 나라다. 이 사실을 알려야 했다. 딸에게도, 그리고 국민들에도 지금 한국사회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알려야 했다. 드러나지 않은 일이 훨씬 많을 거다. 국정원이야 ‘운 나쁘게’ 이 사건만 걸렸다 싶겠지.

― 비단 국정원 간첩조작사건뿐 아니라 매번 어려운 취재만 하면서 연속적인 거절을 경험할 텐데, 그런 어려움에 적응이 되나? MBC에서 뉴스타파로 소속이 바뀌어서 취재가 더 어려워졌을 거 같다.
〈PD수첩〉에서 취재할 때보다 뉴스타파에서 취재할 때 인터뷰 거절을 더 쉽게 당하는 건 있다. 그래도 이건 본질적인 어려움은 아니다. 한 번 더 이야기하면 되니까. 어차피 내가 취재하는 인물들은 예나 지금이나 답변 안할 인물들이라 달라진 게 없다. 업무상 본질적 어려움은 같다. 우리 사회 공직자란 사람들이 과거와 변함없이, 당당하지 못하다. 당연히 설명해야 할 사실을 설명하지 않고, 언론에 제대로 답변은 안 하고 무시하고 거짓말하고. 심지어는 답 안 하는 걸 용감한 행동으로 착각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 <자백> 의 한 장면. (시네마달 제공)

― 언론 환경이 더욱 나빠지는 추세다. 올해 한국의 언론자유지수가 70위, 역대 최하위다. 2012년 당시 공정방송 파업 170일을 이어갈 때 해직당한 언론인 당사자로서, 언론의 자유가 계속 없어지는 현실을 어떻게 보는가?
유우성 사건으로 이야기해보자. 국정원은 동생인 유가려 씨에게 허위 자백을 받고는 오빠 유우성 씨와 동생이 만나는 지점을 차단하기 위해 곧바로 중국으로 추방을 시도했다. 이를 알아차린 변호사들이 인신보호구제신청을 해서 유가려 씨가 합신센터에서 나왔고, 추방 전 기자회견을 해서 허위자백 사실을 알렸다. 나도 그때 이 사건을 알게 됐다. MBC 〈PD수첩〉에서 그 즉시 이 사건을 다뤘다면, 그리고 언론이 정상이면, KBS를 비롯해 연달아 보도됐을 거고 상황이 조기 해결됐을 거다. 그런데 심지어 1심에서 간첩 무죄판결이 났음에도 국정원은 더 세게 증거 조작을 했다. 언론이 살아 있으면, 감히 외국 정부 공문서까지 조작할 상상을 할 수가 있겠는가? 언론 자유라는 건 그렇게 많은 것들을 보호할 수 있는, 심지어 바꿀 수 있는 힘이다. 언론이 어떠한 행정권력이나 정치권력이라도 자유롭게 접근하고 취재할 수 있어야 결국 사회 모든 부문에서 구속 없이 자유를 생각하게 되는 법이다. 그런데 지금은 얽매여 있다. 머릿속에서 어떤 것들을 의심하더라도 입 밖으로 표현해도 될지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거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고. 이렇게 갈수록 사회에서 자유가 없어지게 된다. 말로는 창조경제, 창조경제 하지만, 실제는 창조적 경제가 나올 수 없는 틀에 갇혔다. 그러니 경제도 다 망할 수밖에. 결국 표현의 자유를 위한 것이 언론의 자유인데,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현 상황이 보여주고 있다.

― 역설적이게도 최 감독님은 언론 자유를 크게 누리고(?) 있는 거 같다.
개인적으로는 열악한 상황이라도 행복하다. 하고 싶은 취재 다 하고. 내가 언감생심 언제 영화감독을 해보겠나? 이명박, 김재철 씨에게 고마워해야 하나 헷갈릴 지경이다. 언론인으로서 대한민국은 취재할 게 얼마나 많은 곳인지 모른다. 한편으론 나도 자식들이 있고, 젊은이들을 보면 안타깝다. 그래서 우리 사회를 빨리 바꿔야 한다. 그 핵심은 국정원을 바꾸는 거 아닐까. 국정원 바꾸는 일이 우리 사회를 진정 바꾸는 하나의 출발점일 거다. 검찰 바꾸는 것보다 국정원 바꾸는 게 더 어렵고 본질적이다. 국정원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공포를 심어주는 존재니까. 끊임없이 적을 만들어 주입시키고, 거기서부터 공포를 느끼게 하니까 우리 생각이 지배당하고 자유롭지 않게 된다. 국정원이 제대로 역할을 해서 진짜 적을 관리하는 필수 기구로 운영되면 괜찮지만, 계속 거짓말을 하니까 문제다. 정말 믿고 싶은데 믿을 수가 없으니 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가. 결정적 순간에 국정원이 거짓말을 한다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비극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남북 간의 사건에 대해서, 국정원이 사실관계를 왜곡하면 바로 거기서부터 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국정원과 관련해선 그 어떤 것도 알 수가 없다. 국정원이 원훈을 “소리 없는 헌신”으로 바꿨던데,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 ⓒ복음과상황 이범진

― MBC 해직 이후 심경이 어떠셨나.
사실 해고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땐 워낙에 어처구니가 없는 경우라서 심각하게 생각 안했다. 혼자 당한 것도 아니고 ‘이게 오래 가겠어’ 싶었다. 아내랑 같이 ‘픽’ 웃어 넘겼다. 이렇게 오래갈 줄 알았으면 더 심각하게 생각했을 건데….(웃음) 나도 꽤 살았는데 헛살았는지, 판단력이 없나 보다. 박근혜 후보 당선 후에 ‘아 굉장히 길어지겠구나’ 했다. 나이도 있고 이대로 있을 순 없어서 먼저 해직당한 이근행 PD를 비롯한 몇몇 사람들이 하고 있던 뉴스타파에서 나도 일해야겠다 생각했다. 국정원 취재를 해야만 했다.

― 그 시기가 국정원 대선개입, 일명 국정원 댓글 사건이 한창 난리였던 때다.
내가 취재자로서 몇몇 ‘꽂히는 순간들’이 있어왔는데, 그중 하나였다. 국정원 직원인 김하영 씨 오피스텔 앞에서 취재진이 진을 치고, 경찰은 거짓 발표를 하는 등 사건의 연속이었던 나날이었고, 유우성 씨 사건도 그렇고 ‘국정원을 반드시 파야겠다’ 했다. MBC는 아무래도 시스템 내에 있는 방송사라서 완전히 자유로운 취재를 보장받을 수 없는 한계가 있다. 뉴스타파에서는 가능하다. 언론 자유가 보장되려면, 공영방송사 사장을 대통령이 결정하지 못하도록 시스템을 바꾸는 일이 시급하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이명박 씨가 다음 대통령으로 선출되고 나니까 곧바로 내가 MBC 간부에서 잘리더라. 세파라는 게 그렇다. 실제 바람 불기도 전에 풀이 먼저 눕는다. 청와대가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방송국 사장을 앉히고, 그들은 청와대가 좋아할 뉴스를 생산하려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현 MBC 방송기자들은 거의 김재철 사장 당시 새로 뽑은 ‘직원’들이다. 기존 기자들이 파업하는 동안 새로 100명 뽑고, 이후에 또 경력직으로 100명 뽑았다. 기본도 없고, 지켜야 할 무언가도 없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 시스템을 바꾸면 사람도 바뀐다는 얘긴가?
인간은 대부분 양면적이다. 어떤 시스템 안에서 대부분의 인간은 관성대로 따라간다. 생활이라는 게 원래 그렇지 않은가. 그중에서도 국정원 직원들은 악랄한 경우고. 그러나 소수는 구조의 문제에 대해 발언하고 바꾸려고 노력한다. 구조를 건강하게 바꾸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쁘게 살아가지 않을 수 있다. 구조를 바꾸는 동시에 지금까지 벌어진 일에 대해선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 다시는 나쁜 꿈을 꾸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 한국교회 비리도 여러 번 취재하고, 역시 한국교회 문제를 다룬 김재환 감독의 영화 〈쿼바디스〉에도 출연했었다. 교회와 인연(?)이 깊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 등에 업혀 교회를 다녔었다. 중등부 회장도 하고, 고등부 임원도 했다. 목사님이 나를 목사로 키우고 싶다고도 했었다. 그땐 자기 존재를 전적으로 투여하는 데서 얻을 수 있는 평화로움의 경지를 꿈꿨던 거 같다. 갈등하는 나의 존재를 안정시키고 싶어서 열심히 노력했는데 난 안 되더라.(웃음) 대학 진학하고 이사 가면서 자연스레 교회에 나가지 않게 됐다. 그래도 교회는 나에게 많은 영향을 줬었다. 넓고 큰 사회였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었다. 정직함과 정의감을 배웠었다. 교회에서 자라면서 은연중에 그런 가치들을 좇게 된 거 같다. 여름성경학교 봉사도 가고, 전도도 다녔다. 내 세계관에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 교회에서 많이 형성됐다. 그때 내 눈에는 교회가 윤리 도덕적으로 굉장히 올바른 사람들이 있는 곳이었다. 개인 욕망을 추구한다는 건 예수님 가르침에 어긋나는 것이고, 교회를 욕 먹이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그런데 〈PD수첩〉에서 교회를 다룰 쯤엔 교회가 너무 지나치더라. 세습을 하질 않나, 교회가 난리가 나고 정말 눈뜨고 못 봐줄 지경이었다. 그것도 소위 정통이라 불리는 교회들이 말이다.

   
▲ ⓒ복음과상황 이범진

― 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 일가 비리를 〈PD수첩〉에서 다뤘었다.
그 이전엔 이단만 다뤘었는데, 더 이상 이단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교인들 항의가 만만치 않았다. 교회에서 스티커를 나눠줬는지 교인들이 차량에 “〈PD수첩〉을 보지 말자”는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더라.(웃음) 본래 우리 사회에서 교회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인가. ‘빛과 소금’으로 사회 자정능력 향상과 도덕성 신장에 기여해야 할 교회가 그래서는 안 되는 거였다. 좋은 교회는 다 묻히고…. 신천지 같은 이단이 세가 커지는 이유도 원조가 변하니까 그렇게 되는 거 아닌가.

― 언론인을 꿈꾸는 (기독)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지.
스스로 중심을 지키며 살아가려 애쓰고 노력했으면 좋겠다. 생각하기를 멈추지 말고, 중심을 지키며 살다 보면 시간이 많이 지날 거고, 여러 가지 고비가 온다. 어려운 순간마다 일희일비하지 말고 부단히 자기를 잃지 않고 지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어느 순간 자기가 지켜내려 했던 그 존재가 되어 있다는 걸 느낄 때가 올 거다. 별다른 게 아니라 ‘내가 이런 걸 계속해서 하고 싶구나’ 아는 것과, 내가 무언가를 말할 때 ‘다른 사람들도 나를 믿어주는구나’ 느끼는 거. MBC에 남아 있는 후배들에게도 똑같이 말한다. 어렵다고 해서 자기를 내주고 쉽게 타협하면서 권력자들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는 건 결국 스스로를 갉아먹는 거라고.

― 〈자백〉이 올가을 개봉 예정인데, 또 계획중인 일이 있나?
우선 영화가 대박을 쳐야 한다! 스토리펀딩 반응이 꽤 좋은데, 더 올라가야 한다. 몇만 명 정도 펀딩 되면 그걸로 시사회를 연달아 열거다. 그 힘으로 멀티플렉스 영화관도 뚫어 볼 계획이다. 그럼 이런 주제가 익숙하지 않은 분들도 보게 될 거다. 영화가 갖는 흡입력이 있다. 국정원을 바꿔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좀 더 확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게 이 사건을 영화로 기록한 진짜 이유다. 시사회 버전을 보강해서 개봉판은 더 잘 만들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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