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9호 사람과 상황] 개성공단 폐쇄 5개월째 맞는 입주기업 ㈜오오앤육육닷컴 강창범 대표

   
▲ ⓒ복음과상황 이범진

“직원은 거의 없고, 실직자나 다름없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인 숙녀복 제조업체 ㈜오오앤육육닷컴 강창범(51) 대표가 입을 떼자마자 한 말이다. 박근혜 정부가 올 2월 10일 개성공단 폐쇄 결정을 한 지 백 일 하고도 한 달 이상 흐른 7월 초, 강 대표의 회사를 찾았다. 마침 그는 ‘급박했던’ 공단 폐쇄로 인해 연쇄 피해를 당하면서 함께 사지에 내몰린 거래처와 통화를 막 끊은 차였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로켓 발사 실험에 대해 2·10 제재조치를 취한 후 생산품도 다 못 챙겨서 하루 만에 쫓기듯 개성을 빠져 나온 개성공단 기업인들 대부분이 강창범 대표와 비슷한 처지다. 개성공단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에 따르면 개성 입주기업의 유형 손실만 9천억 원이 훨씬 넘으며(정부 추산 7,779억 원), 여기에 2천억 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영업비용 손실을 더하면 1조 원이 훌쩍 넘는다. 또한 정부 인프라 및 기관 시설 투자는 5천억 원에 이른다.

시사주간지 〈시사인〉이 개성공단 폐쇄 직후인 지난 2월 12~18일에 입주 기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4%가 회사 전체가 흔들릴 만큼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 답변했다(123개 업체 중 50개 업체 참여). 정부 발표(3월 기준)로도 개성공단 폐쇄로 인한 해고자가 92명(북한 근로자 제외), 해고예정자 41명이었다. 지난 3월 10일에는 개성공단 내 우리 기업 자산을 완전 청산하겠다는 북한 발표가 있었다. 우리 정부의 2·10 제재는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와 국내 경제 제재로 귀결된 셈이다.

정부가 주도하고 민간 기업이 참여한 남·북·민·관 경제협력사업, 개성공단이 2004년 12월 본격 가동 후 남북관계 ‘정치적’ 상황에 따라 부침을 겪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북한 정부가 개성공단을 중단한 2013년 당시(1차)엔 그래도 신규투자 불허 수준에서 현상 유지는 할 수 있었다. 공단 재가동을 위한 남북 합의서 제1항에는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공단의 안정적 운영을 보장한다”라고 되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시 합의한 내용이다. 스스로 합의문을 뒤엎은 꼴인 정부의 이번 개성공단 폐쇄는 1차 때보다도 장기화 우려가 크다. 정부는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장마철 전 기계설비, 보존 대책 마련’ 등을 이유로 방북 신청을 한 것마저 불허했다. 이에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지난 6월 28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방북승인 촉구를 위한 첫 옥외 집회를 개최했다. 기업인들로서는 이례적이다. 이들은 정부에 개성공단 기업인, 근로자, 협력업체에 대한 책임 및 보상을 촉구하고 방북신청서를 또 다시 제출했다.

강참범 대표도 6·28 집회에 참여했다. 그는 ‘텅 빈’ 사무실 공간에서 개성공단 폐쇄 이후 사면초가인 상황을 털어놓으며 “외부에서는 개성공단 기업인들이 정부 보상금을 다 받은 줄로 안다”고 말했다. 이런 오해로 인해 협력업체에 고소까지 당한 터였다. 정부 보상 범위에도 들지 못한 협력업체들은 개성공단 입주기업 보상 소식에 촉각을 세우며 발만 동동 구르기가 벌써 다섯 달 째다. 강 대표는 개성공단 폐쇄 이후 5개월 정도가 지나 이미 개성공단 문제가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상황을 답답해하다가도, 개성에서 매일 일어나던 ‘작은 통일’을 회상할 때면 다시 눈을 반짝이며 “개성공단이야말로 평화공존을 위한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개인 근황을 시작으로 꽤 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사무실이 텅 비었다. 지금 상황이 얼마나 안 좋은 건가.
말 그대로 백수 상태다.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전혀 못한다. 회사 나와서 계속 전화 받는 게 생활이다. 거래처 중에 나를 상대로 소장을 접수한 분이 있다. 우리 업체가 정부 보상금을 이미 지급받은 줄 알고, 왜 자기네 손해 보상 안 해주냐고. 거래처에 송구스럽다. 우리도 아직 받은 게 없으며, 피해액 증빙자료 주면 정부 측에 신청하겠다고, 걸려오는 전화마다 설명하고 있다. 정부 주도 사업이었으니 국가 신뢰가 전제지만, 어쨌든 우리 회사 믿고 거래를 튼 거 아닌가. 2차, 3차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정부는 언론을 통해서 세금 유예니 이자 유예니 말하면서 마치 기업들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지만, 그런 조치는 단지 숨통만 끊지 않을 뿐이다. 결코 정상화 조치라고 할 수가 없다. 어차피 세금 유예 안 하면 다 압류해야 하고, 이자 유예 안 하면 전부 청산 절차 밟아야 하는 상황에 처할 텐데, 그건 정부에도 부담 아닌가. 그 부담 덜려는 조치라는 생각이 든다.

― 공단 폐쇄 후 시간이 꽤 지났다. 여론의 관심이 전과 같지 않다. 5개월 전 개성공단 폐쇄 결정 당시 심정이 어땠나.
무슨 특수작전도 아니고, 너무 전격적이고 ‘전광석화’ 같은 조치여서 아무런 느낌조차 없었다. ‘급소를 맞는다는 게 이런 건가’ 싶었다. 2013년 개성공단 1차 중단 때는 그나마 한 달여 기간이 주어졌고, 차량 왕복은 못해도 일방통행으로 내려올 순 있었다. 읍소도 해보고, 급한 불도 꺼놓고 나올 수 있었는데, 이번엔 정말 갑자기 당했다. 그것도 설 명절에. 설이 끝나면 봄이다. 봄 신상품 납품 직전이었다. 미리 받아 놓을 만한 상품도 공단에 남겨놨었는데 전격적으로 급소를 맞은 격이었다. ‘국민은 살핌을 받는 존재가 아니구나’ 싶었다. 하나의 도구, 총알받이가 된 느낌이었다. 전액 보상해줘야 할 판에 처음엔 90%까지는 해준다고 언론에 선전했다. 그러나 90%는 언감생심, 보상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기업인에게 회사는 생명과 같다. 노동자에게 일자리가 목숨과도 같지 않나.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라 인생이 녹아 있는 문제다. 생계 터전이고, 직원들 애환이 깃들어 있다. 아무리 국가 정책이라고 해도 최소한 국민을 합리적으로 설득시켜야 할 의무가 있지 않나.

   
텅 빈 사무실 ▲ ⓒ복음과상황 이범진

― “보상은 거의 없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정부가 우선 피해 실태 파악부터 한다고 해서 기다렸다. 실태 파악 후 내린 결론의 수준은 밑바닥 수준이었다. 정부가 일방으로 정한 양식에 맞추어 채워 넣는 식의 조사가 이루어졌다. 울며 겨자 먹기였지만 다른 양식은 수용하지 않아서 거기에 맞출 수밖에 없었다. 피해 조사 주체도 공단을 폐쇄한 정부가 하는 ‘셀프조사’였다. 가해자 셀프조사. 그렇게 피해 추산 금액이 나오니, 처음 얘기와 달리 추산 금액의 70%까지만 보상한다고 했다. 심지어 상한 금액이 설정됐다. 더군다나 1차 중단 당시 보상한 금액은 공제한다고 했다. 갑질도 이런 갑질이 없다. 결과적으로 우리 회사는 피해 금액의 반도 보상받지 못할 형편이다. 영업 손실까지 감안하면 겨우 피해 총액의 10% 정도를 보상받게 된다. 이런 게 국가인가? 정부가 주도했고,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에 따라서 장려한 사업이었다. 과연 법치국가가 맞는지, 조폭 집단 아닌가 싶다.

― 정부가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방북요청을 거듭 불허했다. 개성공단 재개 신호를 전혀 보내고 있지 않은 것 같은데….
걱정이다. 개성공단에서 우리 회사는 유일하게 지하실이 있다. 지하실 펌프질을 안 하면 물이 다 차는데, 2013년 때는 그나마 전기는 살아 있어서 재개 후 확인하니 깨끗하게 있었다. 지금은 전기도 안 넣어 주고, 지하에 발전기도 안 되는 상황이다. 물 차서 기계 다 망가지면 어떡하나. 공장 관리는 하게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공장 다 망가지게 하고 보상금 주려면, 그렇게 들어가는 돈 영유아 복지나 어르신들 생계비 지원하는 데 써야지 재개되더라도 사업을 다시 하기가 쉽진 않을 거 같다. 이미 양질의 거래처는 날라 갔고, 자금도 신용도 없어서 사기성 농후한 업체라도 닥치는 대로 거래해야 할 판이다. 학습 효과가 쌓여, 기업인들이 개성공단에 다시 들어가려고 할까.

올해 회사에서 근 3년 만에 처음으로 최하 100퍼센트 성과급 지급도 약속했었다. 직원들이 동영상으로 찍고 난리였다. 직원 결혼도 시켰다. 내가 주례를 섰다. 2013년에 어쩔 수 없이 회사를 그만뒀다가 공단 재개하고 불렀더니 바로 달려와 준 ‘오른팔 직원’이었다. 그 친구 이번 개성공단 폐쇄로 다시 그만두고 아직도 취업을 못했다. 국내 근무자들은 개성공단 폐쇄로 인한 휴직 수당 대상도 아니다. 개성 근무도 국내 지원이 있어야 가능한 건데, 수당 조건이 현실적이지 않았다.

― 평일 낮인데 회사에 직원들이 거의 없다.
국내 직원이 2013년 전에는 130명 정도였다. 수익이 나려던 차에 개성공단 1차 중단으로 전원 해고 상황이 되다시피 했고, 공단 재가동 후 점차 고용이 다시 늘면서 30명까지 회복했는데 이렇게 다시 사무실이 비게 되었다. 개성공단 업체 중에 우리가 신용등급이 제일 좋았었는데, 현재 꼴찌다. 2014년 2015년 연속으로 수익을 내면서 올해도 수익이 폭증하려다가 상황이 또 이렇게 됐다. 3년 연속 흑자를 냈는데 한 순간에 불량 기업이 되어 대출 기회도 없다. 우리 회사에서 일하던 북측 근로자는 천 명 규모로 개성공단 기업 중 중상 정도였다.

― 그 많은 북한 근로자들과 함께 일했던 경험이 궁금하다.
우리 회사는 숙녀복, 그중에서도 트렌드 물, 그러니까 유행하는 옷을 만드는 회사다. 유행 따라 계절마다 생산물이 계속 변화하는 업종이다 보니 근로자 숙련도가 붙으려면 몇 년의 세월이 필요하다. 체제 차이로 인한 문화적 이질감을 극복해 가면서 몇 년을 부대끼며 노동자들의 숙련 기간을 천천히 보냈다. 이렇게 짧은 기간을 염두하고 사업 벌였겠나. 앞으로 통일이 되면, 같이 살아갈 후손들도 생각하면서 그 마음으로 이어 왔다. 우리 경영진, 관리자들이 나부터가 일단 북한 적대교육을 받고 자라난 세대고, 문화적 상대주의라는 게 몸에 밴 사람들도 아니다. 학식 높은 사람들도 어려운 일인데, 정말 힘들었다. 그런데 북한 근로자들이 기본적으로 우리 정서와 통하더라. 같이 몇 년을 부대끼면서 바뀌었다. 처음 입주 땐 북한 직원들이 나를 ‘남측 사장선생’이라고 지칭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 사장선생’이라고 불러주더라. 몸이 안 좋다고 해서 쉬라고 해도 공장이 눈에 밟혀서 못 쉬겠다는 직원도 있었다. 다른 공장보다 더 잘하자면서 수주를 더 많이 받아오라고도 했다. 처음엔 서로 적대시하고, 내가 등장하면 하던 얘기도 안 하고 그랬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허물이 없어졌다. 개성에서는 그냥 ‘하나의 코리아’였다. 이런 유대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남북 친선 축구 경기 벌인다고 되는 일도 아니다. 우린 ‘경제 단일팀’이었고, 남한이 그 열매를 다 먹었다. 국내의 원단 공장, 염색 공장, 실공장들까지 모두 연결되어 있었고, 소비자들은 고품질의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었다. 이젠 더 안 좋은 제품을 더 비싸게 사야 한다. 북한 근로자들한테 잘 있으라는 인사도 못하고 나왔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이 6월 28일 방북승인 촉구를 위한 집회를 마친 후 방북신청서를 제출하고 있다. ▲ ⓒ복음과상황 오지은
   
▲ ⓒ복음과상황 오지은

― 북한 근로자들은 어떻게 되나. 그들도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 거 아닌가.
개성공단에서 일한 북한 근로자가 5만 5천 명이다. 그들 1명당 3~4인 가구라고 치면 적어도 16~20만 명을 먹여살리던 부양력이 없어진 거다. 우리 헌법에 따르면 북한 사람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그런데 국가가 주도해서 그들을 일거에 실업자로 만들었다. 개성공단 기업이 북측 근로자에 지불하는 월급이 350달러 정도다. 그 외에 식자재, 초코파이, 수건, 비누 같은 필수품, 개인 복지물품들을 전달한다. 기업이 급여 지급하는 돈이 다 북한 당국에 모두 귀속된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는데, 불가능하다. 적어도 북한 당국으로 들어간 돈의 최하 50% 이상은 풀어진다고 본다. 북한 근로자들 우리랑 한 달 정도만 일하면 얼굴색이 달라진다. 혹자는 초코파이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거만 먹으면 죽는다. 그리고 북한 사람들도 유행에 민감하고, 킬힐, 통굽 같은 구두 다 신는다. 신발 하나에 1달러겠나. 쌀도 군량미로 비축했던 묵은 쌀, 제일 싼 걸로 사 먹는다고 해도 가축 사료보다 비싸다. 식량 배급도 남한 관계자들이 늘 보고 있으니까 체제 자존심상 북한도 개성공단 직원들에게 더 철저히 배급할 수밖에 없다. 거기 우리가 있음으로 북한이 식량 배급을 제대로 하게 만드는 셈이다. 우리가 나오고 지금, 제대로 배급이 이루어질까? 남한 사람들이 몰래 몰래 인심 쓴다는 거 아니까 그들도 우리한테 마음을 준다. 경제적 실익 이상으로 통일 비용을 현격히 줄이는 기회가 다 없어지고 있다. 정부가 이번에 그렇게 전격적으로 안 했더라도, 한 달 정도라도 시간을 끌면서 핵무기 때문에 개성공단이 위협을 받는다고 하면 북한 근로자들 사이에서도 북한 당국에 불만이 들끓지 않았겠나.

― 사업적 이익 이상의 소중한 것을 잃은 거 같다.
기업들이 이윤을 추구하러 개성으로 간 거 맞다. 하지만 개성 기업인들 대부분이 눈에 보이는 경제적 이익 이상을 경험했다. 북한 근로자들이랑 때론 싸우기도 하고 갈등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정도 생기고 화합도 만들어지는 걸 체험했다. 북한 근로자들도 결국 우리를 적대적으로 대하지 않는다. 본심이 통하고 운명공동체가 되면서는 마음을 터놓고 얘기하게 됐다. 이런 게 기적이라고 생각했었다. 개성의 기적! 처음엔 얼마나 서로 티격태격 싸웠는지 모른다. 내가 북한 사람은 뿔 달린 이리 승냥이로 배우고 자랐다고 하니까, 자기들도 그랬다더라. ‘내가 실제 그래 보이냐’ 물으면 그냥 웃었다. 오히려 중국인들보다 남한 사람을 좋아한다. 거짓말도 안 하고,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거니까. 개성공단이 평화 공존을 위한 유일한 길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개성에서 평화를 만들고 있었다. 한민족 정서를 공유하고 있었다. 핵실험? 북한이 한 번 더 할 때 우리는 오히려 공단을 하나 더 지어야 한다. 그들이 핵실험을 20번 하면 공단 20개쯤 더 만들어야 자발적으로 핵실험을 포기하게 될 수 있을 거다. 상대방이 풍요로 다가오는데, 계속해서 핵무기를 만들고 싶을까? 남한 전기밥솥 사고 싶고 텔레비전 보고 싶을 텐데.

― 남북 평화나 통일에 원래부터 관심을 갖고 살아오셨나.
그렇지 않다. 북한 사람들과 같이 생활하면서 자꾸만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힐 것 같았다. ‘이렇게 하면 되겠다’ 싶어 통일하고 싶어졌다. 자자손손 그 통일을 누리게 하고 싶어서 어려운 일 겪으면서도 여기까지 왔고. 그런데 물거품이 됐다. 말로는 통일하자면서 북한과 남한이 이렇게 반목해서 될까. 교회에서 이 상황에 대해 나와야 할 소리가 도통 나오지 않아서 실망스럽다.

― 교회에서 집사로 섬긴다고 알고 있다.
‘가나안 성도’ 생활을 오래 했다. 초기에 잘 모르고 이단 교회에 나간 적이 있어서 그 뒤로 교회 고르는 눈이 까다로워졌다. 명백한 이단이 아니어도 더 이단스러운 교회도 많고. 예수를 구주로 받아들임을 고백하느냐 여부만 갖고 이단이냐 아니냐를 따진다면 그건 아닌 거 같다. 행동을 봐야지. 그리스도인의 덕목이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 아닌가. 억눌린 자를 돌보지 않는 교회가 진짜 이단 같다. 아무리 정통이라고 해도 더 위험하고 사악한. 지금 다니는 교회는 그런 점에서 확신이 있다. 작년에 세례를 받고 새신자 교육도 받았는데, 평화누리(상임 공동대표 박득훈) 통해서 사회 활동에도 참여했었다. 개성공단 일이 이렇게 된 거에 대해서 단체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으면서, 한편 개인적으로는 혹시나 나에게 주님이 가지신 뜻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게 나를 돌아보는 시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라면?
우리 회사 역사가 13년이다. 앞만 보고 달려왔다. 되돌아 보고 있다. 처음엔 회사가 이렇게 날아가나 싶어 잠을 못 이루었는데, 지금은 그나마 자다가 세 번 정도만 깨고 다시 잔다. 내가 당한 사람이고 피해자다. 가해자는 맘 편한데 내가 더 괴로워서는 안 되겠더라. 마음을 내려놓았다. 어떻게 스스로 천국을 발견하고, 그걸 사회에서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 계속 나 자신에 대해서 허상이 아닌 진리를 깨닫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예전엔 분노조절이 잘 안 됐는데 요즘은 조절이 된다. 돈 버는 데 혈안이었을 때는, 인간관계를 두고 이 사람이 나에게 주문을 줄 사람인가를 따지거나 시간을 계산하곤 했다. 요즘엔 여유가 생겼다. 광고 전화가 와도 다 듣는다. 혹시 내가 걸어온 이 길에서 이젠 다른 길을 걸어야 하는 걸까 생각한다.

― 절망적인 상황에서, 되레 담담해 보인다.
가족들 볼 낯이 없었는데 오히려 가족들이 나를 배려해주고 같이 화도 내준다. 요즘 시간이 있으니까 딸 아이 공부도 가르쳐주고 있다. 그 재미도 좋다.

   
▲ ⓒ복음과상황 이범진

― 앞서 “교회에서 나와야 할 소리가 안 나온다”고 했는데….
예수님이 우릴 위해 희생한 가르침에 대해서 우리가 동의한다면, 연대하며 억눌린 자들을 보살펴야 하지 않나. 억눌린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북한에도 있다. 아까도 말했지만 통일을 하자면서 지금처럼 서로 반목하는 상황에 교회라도 상대를 인정하고 대화하자고 해야 하지 않나.

― 요즘 여러 가지 생각을 한다고 했다. ‘백수 상황’에서 어떤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난 아직도 기업인이 나와 맞는다고 여긴다. 기업인으로 하나님 사랑을 실천하는 방법을 고민한다. 시도하려던 대북 지원이 어려워져서 내가 갈 길이 이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 해서 내 삶을 살려고 한다. 다른 분들 평가를 알 수 없지만, 눈치 보지 않고 실천하려고 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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