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2호 드라마 보는 여자]

죽는 게 뭐라고…
대학 때 교양 수업 시간에 ‘죽음’을 주제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교수님은 “만약 일주일 후에 죽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 일주일을 어떻게 지낼 것인가?”라는 화두를 던졌다. 여러 말들이 오가는 가운데 내 차례가 되었을 때, “닥쳐봐야 알겠지만, 그냥 살던 대로 살다 죽을 것 같아요”라고 대답했다. 교수님은 “종교적 신념이 강한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이라며 신기해했다. 그럴 리가. 죽음에 관해 단 한 순간도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기에 그렇게 말한 것뿐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신기하리만치 죽음과 무관한 삶을 살았다. 몇 년 전, 외할머니와 친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가족의 죽음을 경험한 적이 없었고(두 분의 죽음도 ‘직접’ 경험 못하고, 장례 일정에 참여했을 뿐이다), 아빠가 8시간이 넘는 암 수술을 받을 때도 아빠가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한 번쯤은 상상해본다는 자살 혹은 내 죽음조차 떠올려본 적이 없다. 그저 예수님의 죽음이라는 먼 이야기를 통해 흐릿하게 상상할 뿐이었다.

몇 년 전, 외할머니와 친할아버지가 몇 개월 차를 두고 돌아가셨다. 엄마 잃은 엄마를, 아빠 잃은 아빠를 위로할 길을 찾지 못해 당황했다. ‘나도 언젠가는 엄마를 잃고, 아빠를 잃을 텐데 그땐 어쩌지’ 생각하니 겁이 났다. 삶과 죽음은 다른 차원의 일이라 여겼는데, 삶 곁에 죽음이 있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닫고 나의 무지를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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