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6호 3인 3책] 이상한 정상 가족

        

“은호야, 사랑이 뭐야?” 매주 교회에서 만나는 장은호(6세)에게 종종 묻는다. 은호는 잠시 생각하다가 씨익 웃으며 대답한다. “같이 있는 거.” 어떨 때는 “손잡는 거”라고 대답했다가 어느 날에는 “안아주는 거”라고 말하기도 한다. 대답은 다르지만, 표정은 한결같다. 생각만 해도 좋은 듯 싱그러운 미소가 가득하다. 이제 겨우 여섯 살 아이에게 사랑을 알려준 이는 누구일까? 은호가 처음 만난 공동체, 가족일 것이다. 그러나 모든 아이가 은호처럼 ‘가족’에게서 긍정적인 경험을 하는 건 아니다.

▲ 김희경 지음 / 동아시아 펴냄 / 2017년

《이상한 정상가족》에 따르면 2016년에 “302명의 갓난아기가 길바닥과 베이비박스에 버려졌다. 같은 기간 해외로 입양된 아이는 334명”이다. 영유아뿐 아니라 18세 미만으로 범위를 넓히면 “부모에게 버림받아 시설, 위탁가정 등으로 간 아이들은 4,503명”이다. “학대를 당해 숨진 아이는 한 달 평균 세 명꼴”이고, 숨지진 않았으나 “아동학대 판정을 받은 경우는 하루 평균 51건”이라고 한다. 이런 아동학대의 80% 이상은 바로 가족이 모인 곳, 집에서 발생한다. 즉 은호가 가족의 환대를 받으며 사랑을 몸으로 익히는 사이, 많은 아이는 버려지거나, 학대당하거나, 죽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동학대는 심화하는데 “2016년 사교육비 지출은 역대 최고를 찍었다.” ‘돌봄’은 상실되고, ‘매니지먼트’로서 ‘가족 기능’은 강화되는 셈이다. 게다가 “남성이 집에서 자녀와 함께 보낸 시간은 하루 평균 6분에 불과”하고, “육아휴직을 한 여성 중 43%는 복직 1년 안에 사표를” 낸다.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인의 삶의 질 종합지수’에서 10년 전보다 후퇴한 유일한 항목은 ‘가족/공동체’ 영역”이라고 한다. 청년세대는 비혼을 택하거나 출산을 거부하며 재생산을 중단하고, 가족은 붕괴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가족 해체’ 현상을 우려한다. 과연 그게 문제일까? 《이상한 정상가족》 저자는 “가족 해체보다 더 큰 문제는 가부장적 질서를 근간으로 한 완강한 가족주의”라 진단하고,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정상가족’ 이데올로기가 어떤 문제를 재생산하고 있는지, 특히 ‘아이’의 관점에서 다양한 사례를 통해 고발한다.

한국 사회는 전근대사회에서 미처 근대사회로 이동하지 못한 채 식민지 시기와 전쟁을 경험하고, 압축 성장을 겪은 기이한 나라다. 그런 흐름 속에서 사회는 빠르게 분화되었지만, 건강한 개인화 과정은 생략되었다. 개인보다는 가족이, 가족보다는 국가가 우선하는 사회였기에 국가가 해결해야 할 과제를 가족에게 떠넘겨왔다. 그러다가 IMF를 계기로, 위기에 취약한 가족은 붕괴하기 시작했고, 신자유주의 경제 구조에서 가족의 양극화도 가속화했다. 그 결과 가족 이기주의, 미혼모나 이주노동자 차별, 아동학대와 사교육 열풍 등 다양한 사회문제가 심화됐다. 즉 “이상한 정상가족”이라는 형용모순은 국가와 사회의 모순을 지지대 삼아 강화된 것이다. 저자는 이런 흐름을 고발하는 데에서 머물지 않고 적절한 대안을 제시한다. “우리가 함께 살기 위해서는 가족 안에서 개인은 보다 자율적인 주체여야 하고 느슨하게 연대하며 서로를 돌봐주는 공동체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대안이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역설적으로 그 당연한 걸 상상하고 실행하지 않기에 이런 책이 나오는 것 아닐까?

나 역시 가족이 있어 든든하고 행복했지만, 가족으로 인해 불행했던 순간도 많았다. 그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결국 ‘개인이 행복해야 가족이 건강하다’는 사실에 이른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도 결국 이와 비슷하다. 

 

오수경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지만 글쓰기 울렁증이 있고, 책을 많이 사지만 읽지는 않고, 사람을 많이 만나지만 부끄럼이 많고, 내성적이지만 수다스럽고, 나이 먹다 체한 30대, 비혼, 여성이다. 사훈이 ‘노는게 젤 좋아’인 청어람에서 열심히 일하는 척하며 놀고 있다. 지은 책으로 《일 못하는 사람 유니온》(공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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