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소리를 짓다 / 김승범 지음 / 생각비행 펴냄 / 18,000원

                                    

▲ 천상의 소리를 짓다

오르겔바우마이스터(오르겔 제작 장인) 홍성훈의 오르겔 짓는 이야기. 오르겔은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관을 음계에 따라 배열하고 바람을 불어넣어 소리를 내는 건반 악기로 ‘오르간’ ‘파이프 오르간’ 등으로 불리며, 큰 성당이나 교회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사진작가인 저자가 13년 동안 홍성훈의 삶과 작품 세계를 추적, 사진과 글로 담아냈다.  

이 책은 독일에서 마이스터가 되어 명예와 부를 거머쥘 수 있었으나 오르겔 제작문화가 척박한 한국에 돌아온 홍성훈의 ‘동기’가 큰 줄거리를 이룬다. 한국적 오르겔을 만들겠다는 신념, 한국의 소리를 만들겠다는 포부에서였다. 이러한 그의 소명은 경제적으로 늘 버겁지만, 버티며 나아가는 동력이 된다. 1998년부터 현재까지 약 16개의 오르겔을 제작했다. 

“독일에 ‘베루펜’(Berufen)이라는 말이 있어. 우리말로 번역하면 ‘직업’에 해당하는 말인데, 그 속뜻은 ‘하늘로부터 받은 소명’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지. 오르겔바우마이스터로서 한국인이 좋아할 수 있는 한국적인 오르겔을 만들어내는 것이 나의 일이자 소명이야.”(90쪽)

책에는 각각의 오르겔 제작에 담긴 숨은 사연과 의미, 그리고 제작과정이 사진과 함께 소상하게 담겨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오르겔의 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점이다. 오랫동안 교회다운 교회를 만나지 못하고, 설교다운 설교를 듣지 못한 사람들이라면 아래의 (오르겔 제작) 교회를 둘러보며 천상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좋겠다. 

“지금 내 인생은 많은 사람들이 하늘의 소리를 통해 위로를 받고 행복해질 수 있는 마땅한 도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뿐….”(220쪽)


■홍성훈이 제작한 오르겔 : 대한성공회 주교좌소성당(서울 중구), 큰은혜교회(서울 관악구), 아름다운동산교회(경기도 용인), 예수로교회(경기도 파주), 논현2동 성당(서울 강남구), 임동 주교좌대성당(광주 북구), 선사교회(경기도 성남), 새사람교회(서울 종로구), 수림교회(서울 강동구), 국수교회(경기도 양평), 청량교회(경기도 양평). 


이범진 기자 poemgene@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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