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4호 더불어 한몸살이] 프롤로그

   
▲ 그림: 정동철 제공

후우후우, 후루룩~.

이른 아침 건장한 남자 여섯이 작업복 차림으로 카페에 둘러앉아 어제 나온 청와대 발 낡은 뉴스를 안주 삼아 모닝커피를 마시고 있다. 아까워서 아껴먹던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말끔히 비우고 나서야 오늘의 작업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한다.

“자, 오늘은 명수와 병진이가 준웅이를 도와서 현관 쪽 데크 작업을 해주고, 주영이와 형기는 나랑 화장실 타일 작업을 하자. 주영인 지난번 기술학교에서 3개월간 타일 작업을 배웠으니 오늘 실력 발휘 좀 해봐.”

이렇게 몇 마디 브리핑만으로 형제들은 일사분란하게 제자리를 찾아가 능숙하게 제 몫의 일을 감당한다. 벌써 두 달째 이어지는 공사이다 보니 그럴 만도 하다. 우리 공동체는 최근 큰 도전 앞에 서 있다. 351평의 부지를 매입하여 네 가정의 주거 공간과 카페, 그리고 커뮤니티 센터를 리모델링하는 중이다. 공동체 형제들이 저마다 생업에 종사하면서도 시간을 내어 혼돈 속에 있던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외부에는 거의 의뢰하지 않고 우리 공동체 형제들의 노동력으로 이 거대한 과업을 이뤄가고 있다.

어디 형제들뿐이랴! 때론 아이들도 이 노역에 큰 몫을 감당한다. 여느 아이들처럼 체험 삼아 재밌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지루하고 힘들지만 현장에 꼭 필요한 일들을 묵묵히 도와준다. 주로 벽돌, 잔디, 흙, 폐기물 같이 다양한 소재들을 다루지만 작업 내용은 단순해서 ‘나르기’가 대부분이다. 자매들은 형제들이 작업장에서 일을 하는 동안 카페 일을 대신 하고 아이들을 가르치며 일꾼들의 간식을 챙긴다.

때때로 교회 성도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함께 먼지를 뒤집어쓰기도 한다. 더러는 재정을 후원해주거나 간식을 지원해주기도 하는 훈훈함이 있다. 이게 다 돈 때문이다. 재정이 충분했다면 외주를 주고 말 일이었다. 그러나 넉넉치 않은 재정 여건 탓에 재정 절감을 위한 아이디어는 더욱 노동 집약적이 되었고, 다양한 사람이 함께 일할 시간도 많아졌다. 물론 하루에 할 일을 이틀 동안 하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이긴 하다. 그래도 함께 일할 친구를 얻었으며 여러 도움의 손길에 감동하면서 더디지만 별 탈 없이 일이 되어가고 있다. ‘반디마을’의 토대(platform)가 이렇게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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