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호 사람과 상황] 세월호 미수습자 조은화·허다윤 어머니 이금희·박은미 씨 인터뷰

   
▲ ⓒ복음과상황 옥명호

‘그곳’에선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 2014년 4월 16일에 멈춰선 지 이미 천 일이 넘었다. 시간이 멈춘 팽목항 앞바다에선 바람만이 세차게 뭍으로 불어왔다. 일렁이는 물결과 세찬 바람은 팽목항 등대를 지나 가족휴게소로 쓰는 컨테이너박스를 두드린다.

2017년 1월 3일, 전라남도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을 찾았다. 팽목항 공터에 설치된 컨테이너 안에는 미수습자 가족이 지내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세월호가 인양되기만을, 그래서 아직도 저 차디찬 맹골수도 바닷속에서 돌아오지 못한 이들을 기다리며 정지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팽목항 방문객들에게 차와 음료, 밥과 국을 대접하는 가족휴게소 컨테이너에서 만난 미수습자 조은화 학생의 어머니 이금희(47) 씨와 허다윤 학생의 어머니 박은미(47) 씨는 2시간여 내내 애끓는 마음을 쏟아냈다.  

다윤 엄마: 버려졌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아요. 미수습자 9명은 소수잖아요. 아이들을 안아볼 수 있었던 ‘세월호 유족’들에 비하면 저희도 소수죠. 물론 그분들도 전체 국민들 입장에서는 소수이지만요. 저희 미수습자 가족들은 인양을 기다리며 여기에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요.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에게도 버려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세월호에 관한 언급은 많이 되는 것 같은데 여전히 ‘미수습자’에 관한 관심은 없는 것 같거든요. 세월호 특별법에도 ‘미수습자’는 없어요. 특별법에 인양을 명시해달라고 했으나 반영되지 않았어요. 계속 버려지는 기분이었어요. 9명이 아니라 수백 명이 배 안에 있었다면 ‘인양’이 명시되지 않은 특별법이 받아들여졌을까요? 그런데요, 요즘에는, 차라리 9명이어서 다행이다 싶어요. 너무 비참하니까….(잠시 침묵) 이런 비참함은 9명으로 족하다 싶어요. 마지막으로 남겨지고 버려지는 가족이 9명뿐이라 다행이다 싶어요. 가끔 하나님께 “왜죠? 왜 저예요, 하나님” 하고 물어요. 하나님은 믿지만 이 상황이 너무 비참해서…. 물론 아무 답변 없으세요. 그냥 투정부리는 거죠. 내 아버지이니까, 내가 그분의 딸이니까. 딱 하나 믿어지는 건 하나님이 나를 보고 계시다는 것. 함께하신다는 것. 저 차가운 바닷속 우리 아이들하고도 함께하신다는 것. 내가 울면 같이 우시고, 내가 넘어지면 같이 넘어지신다는 건 믿어지니까.

은화 엄마: 1,000일 가까이 배 안에 있는 사람은 생명이 아닌가요? 대통령이 2014년에 우리한테 뭐라 그랬나요? “실종자들이 그만하랄 때까지 하겠습니다.” 그 약속 안 지켰잖아요. 국민들은 “마지막 한 사람까지”라고 외쳤는데…. 우리가 2015년에 특별법에 ‘인양’ 넣어달라고 사정사정을 했어요. 당연히 넣어야 하는 거였는데 왜 우리가 무릎 꿇고 빌게 만들었나요. 국민들은 특별법에 ‘인양’이 있는지 없는지도 몰라요. 사람의 생명이 존엄하다고요? 우리 딸이 1,000일 가깝게 저렇게 있는 것을 보면 아닌 것 같아요. 말이 안 되는 건데, 대한민국 사회는 말이 안 되는 상황이 너무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곳이에요. 그런데 이제 ‘세월호 천 일 행사’를 한다고요? 나는 창피해서 못할 것 같아요. 자기 새끼들이 아직 배에 있어도 그런 행사 할까요? 못 할 거야…. 그런데 일부 국민들도 열광을 하잖아요. 세월호를 위해서 뭔가를 했다는 위로를 받고 가겠지요. 이건 아니라고 봐요. 기본부터 다시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성경 말씀 중 가장 중요한 메시지가 뭔가요? 하나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사랑하라, 잖아요. 성경의 모든 계명을 축약한 거잖아요. 그런데 기독교인들 눈에 아직 배 안에 있는 아홉 명은 안 보이는 걸까요? 어쩌면 우리가 꼭 욥 같아요. 친구들은 ‘네가 잘못했다’고 하고 부인은 ‘죽으라’고 하잖아요. 전도사다, 목사다, 사모다 하면서 와서 엉뚱한 소리 하지 않았으면 해요. 내가 아는 직분자는 낮은 사람 돌보는 사람인데….

▲ 세월호 미수습자를 알리는 홍보물(일부)

아직 배 안에 ‘사람’이 있다. 그럼에도 마치 ‘없는 것처럼’ 일이 진행되어 왔다는 것이다. 대통령 탄핵도 중요하지만 기본과 본질이 ‘생명’과 ‘사람’에 있음을 잊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그들에게 최우선순위는 ‘인양’일 수밖에 없다.

은화 엄마: 얼마 전 광화문 광장에 가보니 미수습 아이들 현수막이 ‘박근혜 퇴진하라’는 현수막으로 덮여 있더라고요. 그나마 안 떼고 그 위로 덮은 것을 배려라고 한 건지…. 물론 우리 현수막을 뗀 곳도 있고요. 그래서 (관련 액자까지) 다 떼어서 여기 팽목으로 갖고 내려왔어요. 우리 팽목항에 달랑 여섯 명 있거든요. 사람들이 요즘 박근혜 대통령 욕을 많이 하는데요. 이미 우리 사회가, 박근혜가 그래도 되는 나라가 아니었을까요? 박근혜는 국민이 뽑았고, 국민 수준이 그 정도 아니었나 싶어요.
특별법을 이번에 개정한다고 해요. 개정될 것 같아요. 이번에는 외부 영향 안 받을 사람이 특조위에 들어갔으면 좋겠어요. 내 직업, 내 앞길에 전혀 영향 안 받는 사람으로요. 잠수전문가, 영상전문가, 선박(인양)전문가가 반 이상 들어가야 하지 않나요. 특조위만 해서 뭐해요? 정치적 압력에 영향 안 받을 외국 전문가들이 객관적으로 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다윤 엄마: 은화 어머니랑 저랑 똑같아요. 딸 찾으려는 것 하나죠. 말 안 해도 그냥 서로 마음이 읽혀요. 여기 바다를 바라만 봐도 서로 무슨 생각하는지 알아요. 한번은 ‘왜 하필 어머니랑 저예요?’ 물었던 적이 있어요. 성경 말씀에도 더 소외된 사람에게 가라고 했는데, 피해자 속 피해자가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내 딸이 아직도 세월호에 있다는 게 가장 힘든 거예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게 인양이잖아요. 그래야 가족을 찾을 수 있는 거니까요. 그럼에도 우선순위에서 계속 밀려왔어요. 정말 부탁드려요. 디테일하게 미수습자 이야기를 다뤄주시면 좋겠어요. 여기 상황도요. 그래야 사람들이 좀 제대로 알지 않을까요? 세월호 관련 온갖 의혹 보도도 우리를 힘겹게 해요. 인양 작업을 낮에는 안 하고 밤에만 한다는 공중파 보도가 있었잖아요. 세월호 인양 작업을 자문하는 영국 인양컨설팅업체 TMC 관계자가 “아닙니다. 24시간 물때가 되면 다 작업합니다”라고 밝혔거든요. 언론사도 다 취재해 갔어요. 그런데도 본인들이 원하는 주제로 짜 맞춰 보도하는 거죠. 그렇게 안 해도 우리는 충분히 힘든데….

은화 엄마: 인양 없이 진상 규명이 되나요? 배 인양도 없이 어떻게 진실의 퍼즐을 맞출 수 있을까요? 배 인양 없이는 진실을 알 수 없는 것인데, 그걸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그 최대 피해자가 우리 미수습자 9명 가족이에요. 우리 딸 은화, 다윤이, 영인이, 현철이, 양승진 선생님, 고창석 선생님, 권재근-혁규 부자, 이영숙 님의 가족이 가장 큰 피해자 아닌가요. 배가 안 올라왔는데 계속 구호만 외친다고 안전한 사회가 올까요? 저는 은화를 찾으면 장례 치르는 것보다 먼저 ‘너를 그렇게 오래 바닷속에 있게 해서 미안하다’는 얘기를 국민들에게 듣게 하고 싶어요. 우리 잘못으로 네가 죽었지만 더 잘못된 선택으로 너를 차가운 바닷속에 오래 있게 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듣게 하고 싶어요. 바다만 봐도 아는 거잖아요. 거기에 내 아이가 있다고 한다면, 가족이 거기에 있다면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다들 아는 것 아닌가요?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배려와 위로 문화가 안 되어 있는 것 같아요. 여기 찾아오는 분들도 도리어 우리가 위로해서 보내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나만 아니면 된다는 식이죠. 이 일 겪기 전에는 저도 그런 생각으로 산 사람들 중 하나이고요. 누가 저에게 물어요. 어떻게 죽지 않고 살아가느냐고요. 이렇게 말해줬어요. “내 딸에 대해서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내 딸이 아직 바닷속에 있는 게 싫어서 데려와야 하니까 살고 있다”고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요, 순서대로 가자는 겁니다. 분향소 만들어놓고 열심히 추모만 하는 사이에 저 바닷속 미수습자는 잊혀지고 있어요. 그건 아니잖아요. 진실 규명을 위해서라도 세월호부터 최대한 빨리 인양하는 게 먼저 아닌가요.

미수습자 가족에게는 ‘7시간의 진실’이 세월호 참사의 핵심인양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게 힘겹다. 한시라도 더 빨리 배를 끌어올리는 데 온 힘을 쏟아도 모자랄 판에, 지나치게 국민적 관심과 에너지가 ‘7시간’에만 몰리는 것 같아서 답답한 마음이다. ‘인양’이 이뤄지면 미수습자를 찾고 ‘진상규명’도 그만큼 빨라지는 것 아닌가. 그러니 미수습자 가족에게는 ‘인양’이 먼저다.

 

▲ ⓒ복음과상황 옥명호

다윤 엄마: 작년 말에 세월호 유족이 ‘선체 훼손 가처분 신청’을 했잖아요. 그건 세월호 배가 뭍으로 올라왔을 때 손을 못 댈 가능성이 높다는 건데요, 그러면 선체 내부의 아이들 어떻게 찾을까요? 우리 아이는 아직 배 안에 있을 텐데요…. 

은화 엄마: 진상규명을 위한 증거물이기 때문에 선체 훼손을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있어요. 그런데 전문가들 의견이 선체 훼손 없이 인양하는 것은 시간과 비용을 장담 못 한다는 거예요. 우리나라가 인양 시간을 세월아 네월아 무한정 수용할 국민성은 아니잖아요. 결국 배를 어느 정도 뜯는 방법밖에 없어요. 어떤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다른 거 같아요. 사람을 봤으면 좋겠어요. 사람을 보고 세월호를 해결했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은 살아 돌아오지 않아요. 이건 확실하죠. 그래도 다 찾아서 묻어줘야죠. 법을 제대로 고치고, 진상규명해서 부모들에게 알려주고 해야죠. ‘인권’과 ‘진상규명’과 ‘안전한 나라’는 열심히 외치는데 세월호 배는 여전히 바다 아래에 가라앉아 있네요. 배를 건져올리더라도 사람부터 안 찾고 조사부터 할지도 몰라요. 만일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엔 사람이 없다”라고 기자회견 할 거예요. 우리나라에는 미수습자 9명뿐 아니라 정부, 언론, 국민, 유가족은 사람이 아니다, 라고요.

중심을 바로 잡아야 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세월호 참사는 특정 목적을 위해 ‘이용’되어서도 안 되며, 특정인이 지나치게 ‘영웅시’되거나 미화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그래야 세월호 참사가 엉뚱한 방향으로 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얘기였다.

은화 엄마: 세월호 희생자들 위한 약전(略傳)을 만든다고 하더라고요. 언제부터 언제까지 무엇을 기록할 거냐고 물었더니 태어나서부터 수학여행 전까지라고 해요. 기가 막혔어요. 우리 딸이 무슨 유관순인가요? 신사임당인가요? 왜 영웅을 만들어요. 아이들은 영웅이 아니에요. 아픈 아이들이죠. 일대기를 쓸 영웅이 아니라는 겁니다. 엄마 아빠한테 바락바락 대들고, 수학여행 가면서도 대판 싸우고 간 보통의 아이들이었어요. 근데 왜 미화하고 영웅을 만들어요? 어느 순간 세월호 아이들, 관계자들이 필요 이상으로 영웅이 되고 미화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이게 지금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게 맞나 싶습니다.

다윤 엄마: 사람을 먼저 찾아야죠. 순서대로 갔으면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겠죠. 소수는 버리고….

은화 엄마: 신년 정초에도 정말 황당했어요. 엄마들은 여기 있는데, 정치인들이 인양 작업이 보이는 동거차도에 가서 인양 촉구한다고 갔어요. 미수습자 9명 가족 중 딱 한 명 들어갔고요. 작년에는 누가 미수습자들 위해서 떡국을 끓여 가져왔는데 그릇 하나에 숟가락 아홉 개 꽂아놨더라고요. 제가 기분이 나빠서 한마디 했어요. 우리 애는 혼자 먹는 거 좋아하지 이렇게 다 같이 먹는 거 싫어하니까 하지 말라고요. 제가 이런 식으로 말을 해서 ‘감사를 모르는 엄마’로 통해요. 그런데요. 제가 왜 감사해야 하나요? 최소한 딸을 찾고 감사하고 싶어요. 아직 내 딸은 바닷속에 있는데….

‘자기만의 세월호’ 하지 말라는 거예요. 세월호가 ‘장사’ 되고 ‘자리’가 되면 안 되잖아요. 세월호 참사는 생명의 존엄을 존중하는 의미로 다뤄져야 합니다. 그 첫발이 세월호 인양과 미수습자 아홉 명을 찾는 것이고요. 그게 우리가 ‘4월 16일’에서 비로소 ‘4월 17일’로 갈 수 있는 길이에요.

다윤 엄마: 인양에 대한 부분은 언론에서도 잘 다뤄지지 않는 것 같아요. 비중 있게 세월호를 다뤄주는 언론도 있다지만, 우리 미수습자 가족들이 보기에는 다 똑같이 보도 안 하는 걸로 보여요. 언론사에서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것 같아요. 미수습자 가족들은 팽목항에 머물고 있는데 동거차도 들어가는 정치인 따라가서 뉴스 만들어 내는 게 더 중요한 거죠. 우리는 아이를 찾아야 하니까, 찾을 수 있게 기사를 잘 내달라고 매번 신신당부하는데, 인양 이야기는 언급이 잘 안 되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 ⓒ복음과상황 옥명호

‘미수습자’라는 용어는 ‘미수습자’ 가족들이 쓰는 말이다. 정부와 언론은 ‘실종자’라는 단어를 주로 사용한다.  

은화 엄마: 광주민주화운동 때도 70명의 실종자가 있었어요. 실종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는 거예요. 어디를 가다가 사고가 나서 못 돌아와도 ‘실종자’지요.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때 6명의 실종자가 있었대요. 나중에 DNA가 검출되었는데 미량이라 명확히 알 수 없는 사람 3명, 가족이 안 찾아서 검사를 못 하는 3명이었죠. ‘미수습자’는 여기에 있는 것을 아는데 못 데려오는 사람들인 거죠. 그래서 ‘미수습자’를 속히 인양을 해달라는 겁니다. 이곳(팽목항)은 실종자가 아닌 미수습자 9명을 기다리는 곳입니다. 사실 이곳은 분향소를 설치할 곳이 아니에요.

다윤 엄마: 예수님이 그러셨잖아요. 아흔아홉 마리 양보다 길을 잃은 한 마리 양이 소중하다고요. 그런 심정으로 국민들이 미수습자를 생각해주시면 좋겠어요.

은화 엄마: 대구 지하철 참사를 겪은 엄마를 만났었어요. 당시 뉴스가 나왔을 때, 딸이 사고를 당한 건 확실한데, 사망자 명단에 있는 게 좋은 건지 아닌지 순간 헷갈리더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사망자 명단에 안 나오니까 현장을 저녁마다 갔다고 해요. 며칠 지나고 나중에는 내 아이가 여기 있었다는 흔적조차 나오지 않으면 어떡하지 하는 공포에 휩싸였다고 해요. 아무것도 발견 안 되면 거기 없었던 것이 돼 버리는 거니까요. DNA가 미량이라 조사가 안 되는 30여 명의 뼈를 한 번에 묻은 자리가 어느 공원에 있대요. 그중 내 딸이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지내신다고 해요. 13년이 지난 지금은 불러주는 곳도 없고, 오해와 곡해만 쌓인대요. 세월호도 그럴 거라고 하셔요. 잊힐 거라고.
대구 지하철 참사로 딸과 부인 잃은 분이 그래요. DNA가 나왔는데 아이가 어리기 때문에 엄마 DNA가 더 많이 나와야 하는데 딸이 더 많이 나왔다고. 화장터 온도가 800도인데, 참사 때 온도가 1,300도였다고 해요. 왜 딸의 DNA가 더 많이 나왔느냐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물었더니 ‘엄마가 당시에 딸을 안고 있었던 거 같다’라고. 그게 엄마잖아요.

다윤 엄마: 우리가 엄마잖아요. 그러니 엄마로서 우리 입장에서만 이야기하게 되네요. 혹시 자녀가 있으세요? 그러시다면 부모의 마음으로, 자식을 꼭 찾을 수 있게 ‘세월호 인양’이 정말 시급하고 중요하다는 걸 잘 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창자가 끊어지는 것 같은’ 고통 속에도 두 분 모두 굳은 신앙을 갖고 있다. 무시되고 버려짐에도 버텨나가는 힘은 하나님께서 지켜보고 계시다는 믿음에서 솟아난다. 

다윤 엄마: 인양 업체 상하이 샐비지 측은 인양 가능한 시기가 4~5월이라고 말해요. 물론 날씨가 좋아야 합니다. 지금 작업이 늦어지는 이유도 날씨 때문이거든요. 많은 분들이 날씨를 위해서 기도해주시면 좋겠어요. 혹자는 업체 측에서 진실을 숨기려고 시간을 끈다고 생각하는데요. 업체 사장이 말하길, 자기들도 대출받아서 그 일을 하고 있다고 해요. 그들도 일 얼른 마치고 빨리 돌아가고 싶지 않겠어요? 미수습자 한 사람의 유실 없이 인양이 이뤄지도록, 또 인양 작업하는 사람도 다치지 않도록 기도해주세요. 그런 간절한 마음이 힘이 됩니다.

은화 엄마: 전에는 ‘왜 나만’이라는 마음이 컸는데 지금은 이런 비참함을 9명의 가족들만 겪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선체 훼손 가처분 신청된 것 듣고 화가 나서 욕을 했더니, 어느 아버님이 “우리 아들 대신 갖다 넣으세요” 하시더라고요. 세월호 못 올라오면 자기 아들 갖다 넣으라고요. 그게 은화 찾는 데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 하고 싶으시다고요. 끔찍한 소리 하지 마시라고 했더니 당신은 아들 얼굴 봤고 손을 잡았고 안아봤다고요. 그렇게 가슴에 묻을 수 있었는데, 미수습자 부모들은 천 일 동안 그걸 못했으니 얼마나 마음이 타들어 가느냐고요. 자기 아들 대신 세월호에 넣고 싶은 심정이라고요. 그런 분들 고마운 분들이죠. 그런 마음들 때문에 버티고 있어요. 우리가 팽목항에 오고 나서 물질적 지원이 다 끊겼거든요. 한번은 식수가 다 떨어져서 걱정하고 있는데, 누가 와서 물으세요. 뭐가 제일 필요하냐고요. ‘물이요’ 했더니 생수를 수십 통 사주시고 가시는 거예요. 과일도 두고 가시고, 쌀도 보내주시고요. 다윤 엄마가 그러더라고요. ‘하나님께서 또 까마귀 보내셨네.’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세상은, 이런 사람들이 좀 많았으면 좋겠어요.

   
▲ 다윤 엄마 박은미 씨(좌)와 은화 엄마 이금희 씨. 등 뒤로 미수습자 9명 앞으로 보내온 9개의 꽃다발이 보인다. ⓒ복음과상황 옥명호

다윤 엄마: 세월호 참사 터지고 교회는 못 나가지만, 그래도 하나님은 나와 함께하신다는 게 그냥 느껴지고 믿어져요. 우리에게 포기란 없어요. 아이를 찾는 일이니까요. 하나님께서 우리를 구하기 위해서 당신 아들의 생명까지 내놓으셨잖아요. 하나님께서 나 포기 안 한 것처럼 나도 포기 안 할 거라고 기도해요. 지금도 하나님께서 세월호 속에서 아이들 다 안고 계시지 않겠어요?

은화 엄마: 어느 목사님께 막 따진 적이 있어요. 사람들이 너무 못되었다고요. 그런데 목사님이 그러시더라고요. ‘그 사악한 사람을 위해서 예수님을 보내신 하나님의 그 사랑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요. 그 얘기 듣고는 처음에는 공감할 수 없었어요. 그런데 내가 여기 있으면서 종교를 다 떠나서 좋은 사람들 참 많이 만났고, 그분들이 내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나에게 말씀하셨던 걸 찬찬히 되돌아봤어요. 그렇게 조금씩 그 목사님 말씀이 와 닿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견뎌요.

글이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다윤·은화 어머니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 위에서 그 생각은 더 절실했다. 두 분을 비롯하여 미수습자 가족들의 심정을 담아내기에 이 지면과 기사는 얼마나 미력한가. 가족휴게소에서 만난 두 어머니를 떠올리면, 오늘도 가슴 속에 팽목항의 찬 바람이 인다.

   
▲ ⓒ복음과상황 옥명호

■ 미수습자 가족 지원 물품 보낼 곳 : 전라남도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가족식당
■ 미수습자 가족 후원 계좌 : 국민은행 673001-01-470779 (예금주 : 박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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