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호 3인 3책] 요한계시록 바르게 읽기 / 마이클 고먼 지음 / 박규태 옮김 / 새물결플러스 / 2014년

2011년 가을학기에 주전 8세기 예언자들에 관한 강의를 들었다. 주교재는 김회권 교수가 쓴 이사야서 주석이었다. 그 책을 읽으면서 성경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무작정 여러 번 읽는 것보다 한 번이라도 성서학자들이 쓴 책들의 도움을 받으며 읽는 것이 낫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 수업을 마칠 즈음에 성경 전체를 주석이나 강해서 혹은 개론서와 함께 읽어보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리고 지난 몇 년간 실제로 그렇게 했다. 때로는 혼자서, 때로는 독서모임의 동료들과 함께.

최근 독서모임에서 읽은 마이클 고먼의 《요한계시록 바르게 읽기》는 나의 그 무모한 프로젝트의 대미를 장식하는 책이었다. 평신도치고는 꽤 성경을 읽는 편인 나에게도 계시록은 손이 잘 가지 않는 책이었다. 그동안 계시록을 가까이 하지 않았던 이유는 그 내용이 휴거, 적그리스도, 우주적 차원의 전쟁, 최후의 심판, 그리고 온갖 보석으로 장식된 천국에 관한 것이라는 선입견 탓이었다. SF나 판타지에 도무지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나에게 그것은 그 책을 멀리할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요한계시록 바르게 읽기》는 나의 그런 선입견을 산산이 깨부쉈다. 고먼은 계시록이 “적그리스도”가 아니라 “살아계신 그리스도”에 대해, 그리고 이 세상을 벗어나는 “휴거”가 아니라 이 세상에서의 “제자도”에 관해 말한다고 주장했다. 계시록은 종말에 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는 예언(豫言)이 아니라, 1세기 신자들에게 세상에 매몰되지 말고 하나님만 섬길 것을 권하는 신학시(神學詩)다. 계시록에 등장하는 악의 세력에 대한 최종적 승리 및 새 하늘과 새 땅에 관한 환상은 독자들에게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용기와 소망을 제공한다. 그런 용기와 소망을 지닌 자들은 이 세상에서 하나님을 위한 참된 증인이자 그분의 뜻을 예시하는 대안공동체로 살아갈 수 있다. 그들은 계시록의 주인공인 어린 양처럼 살아야 한다. 그들은, 종말에 심판주로 오시는 어린 양이 “그 자신의 피로 물든 옷”을 입고 오시듯, 자신을 희생하는 방식으로 살아가야 한다. 또한, 어린 양이 실제 칼이 아니라 “그의 입에서 나오는 예리한 검”으로 악과 싸우시듯, 말씀의 검인 진리에 의지해 세상과 싸워야 한다.

그렇다면 계시록에 등장하는 묵시록적 표현들, 특히 사탄의 세력과 어린 양의 군대가 벌이는 전쟁과 그로 인한 처절한 파괴와 죽음에 관한 서술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고먼은 그것을 종말에 일어날 일들에 대한 ‘문자적 묘사’가 아니라 하나님이 마침내 모든 악을 철저하게 그리고 최종적으로 소멸시키실 것을 알려주는 ‘문학적 상징’으로 여긴다. 즉 그것은 독자들에게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승리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다.

《요한계시록 바르게 읽기》는 계시록을 ‘쉽게’가 아니라 ‘바르게’ 읽도록 돕는 책이다. 사실 어려운 책을 쉽게 읽을 방법은 없다. 그러니 어렵더라도 읽어야 할 책이라면, 반드시, 바르게 읽어야 한다. 원고를 써놓고 보니 짧은 글 안에 “아니라”라는 표현이 너무 많아 거치적거릴 정도다. 하지만 바로 그것이 이 책이 우리가 그동안 잘못 읽어왔던 계시록을 “바르게” 읽도록 도울 수 있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김광남
숭실대에서 영문학을, 같은 학교 기독교학대학원에서 성서학을 공부했고, 책을 쓰고 번역하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하나님 나라의 비밀》, 《아담의 역사성 논쟁》등 다수가 있으며, 지은 책으로는 《한국 교회, 예레미야에게 길을 묻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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