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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기치 않은 인터뷰, 복학 앞둔 20대를 만나다
[316호 그들이 사는 세상] 말년 휴가 나온 이철빈 씨와 휴학생 장형준 씨
[316호] 2017년 02월 22일 (수) 17:50:40 오지은 기자 ohjieun317@goscon.co.kr
   
▲ ⓒ복음과상황 이범진

작년 크리스마스 즈음 구독 만료 알림 기간에 이메일 답신 한 통이 왔다. 군복무 중에 복상을 구독하고 있던 이철빈(24) 씨가 보내온 사연인즉, 제대와 복학을 앞두고 재정 형편상 부득이 구독을 끊을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었다. 내부 논의를 거쳐 필자들의 원고료 기부(후원금)로 선물하는 6개월 무료 구독권을 적용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하자, 철빈 씨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느낌”이라고 답했다. 제대를 8일 남겨 놓고 마지막 휴가를 나온 그가 동갑내기 친구인 장형준(24) 씨와 함께 연초에 복상 사무실로 놀러왔다. 이 김에 냉큼 인터뷰를 청했다. 그들의 답변에서 이십대의 고민의 무게가 묻어났다.

― 쥐꼬리 만한 군인 월급으로 복상을 구독해왔다니!
이철빈(철빈): 군대에서 생활하니까 자급자족이 가능했다. 앞으로도 돈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식비보다 책값에 돈을 더 쓰며 살고 싶은데, 전역과 3월 복학을 앞두고 부득이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 많다. 아직 집에서 용돈을 타 쓰는 형편이라 마음 놓고 잡지를 구독하기는 어렵겠더라. 가능한 빨리 후원 구독을 하려고 한다. 복상을 매달 받아 보는 설렘이 좋다. 크리스마스에 구독 연장을 해준다는 이메일을 받았는데 수많은 크리스마스 중에 이번 크리스마스가 뜻 깊게 다가왔다. 그래서 놀러왔다.(웃음)

― 친구(장형준)도 복상 독자다. 군인이든 학생이든 똑같이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을 텐데 정기 구독한 계기는?
철빈: 형준이랑 울산에서 같은 학교(울산과기대)를 다닌다. 둘다 IVF(한국기독학생회) 멤버다. 기본소득을 커버스토리로 다룬 2014년 3월호를 처음 봤는데, 새로웠다! 이런 논의가 있다는 건 그때 알았다. 이후로 서점에서 다달이 띄엄띄엄 사 보곤 하다가 정기구독을 결심했다. 군대에서는 더 정독하게 되더라.

장형준(형준): 2014년 성서한국대회에서 무료로 증정하는 과월호를 읽었다. 그때 복상 부스에서 편집장님을 만나 진로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두세 시간은 이야기를 나눈 거 같다. 점심도 같이 먹고. 그 인연으로 정기구독을 하게 됐다. 울산 독자모임 때도 만났다.

― 형준 씨는 왜 휴학을 했는지.
진로 고민을 하다가 고민이 깊어졌다. 공대생인데, 엔지니어를 업으로 하다 보면 그쪽으로만 인생이 매몰될 것 같았다. 생각은 자꾸 변하는데, 교양과목을 통해 다른 분야를 접하기엔 너무 부실하고, 무엇을 업으로 삼을까 고민하는 과정이다.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이 되면서도, 직업에 갇히지 않는 일을 하고 싶다. 1학년 때 기초과목으로 컴퓨터 언어를 배웠는데 재밌어서, 그 공부를 더 해보려고도 한다.

   
▲ ⓒ복음과상황 이범진

― 서울에는 무슨 일로?
철빈: 제대 8일을 남기고 말년 휴가차 올라왔다.

형준: SNS를 통해 깊은 이야기를 나누게 된 이들도 직접 만나고 더 많은 것을 배우러 왔다. 2016년은 페미니즘을 비롯해 사회적인 사건들이 많이 터졌는데, 그것들을 공부하고 해석할 시간이 필요했다. 선교단체 안에서만은 잘 충족되지 않는 것들이 많아서 서울로 올라왔다. 페이스북으로 만난 IVF ‘탕아’ 같은 선배네서 방세를 보태며 함께 머무는 중이다.

―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나.
형준: 팟캐스트를 많이 들었다. 기독교 쪽으로는 배우고 싶고 목이 말랐었다. <양들의 침묵>을 들었는데, 상상력을 깨워줬다. 내면화된 교리를 깨주었다. 이런 저런 강의도 들으러 가고 전공 공부는 안하고 다른 것들을 파고 있다.

― 복학을 앞두고 있는데, 생각이 많겠다.
철빈: 경영학 전공하는데, 공대 특성화 학교라서 학교에서 소수 그룹이다. 너무 빨리 전공을 선택해서 재미가 없었던 거 같다. 스무 살엔 너무 어렸다. 세상에 대한 눈도 좀 트이고 배워야 재밌을 건데…. 복상 읽으면서 전공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단 생각이 들더라. 기본소득 주제도, 부채탕감 주제도, 관련 분야에 관심이 생기더라. 공부를 열심히 해 놓아야 실제 그런 일을 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복상에 고마운 점이다.

― 복상을 열심히 읽는다니, 독서가 취미일 것 같은 ‘감’이 온다.
철빈: 책을 많이 읽으려고 한다. 보직이 운전병이었는데 정작 운전을 잘 못해 행정병을 하면서 군대 내 도서관을 꽤 이용했다. 형준이가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는 걸 옆에서 보면서 처음엔 이질적인 느낌을 받았지만, 점차 나도 페미니즘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더라. 예상하겠지만 군대 안에서 여성이 대상화되는 건 예상보다 더 심하다. 너무 충격적이어서 그런 대화나 행동을 피하기만 했다. 그러다 군대 도서관에서 페미니즘을 다룬 책을 발견하고 읽게 되었는데, 단지 회피 방관만 한다면 그 자체로도 폭력이겠더라. ‘여자사람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며 페미니즘에 대한 생각이 또 한 번 바뀌었다. 그 친구에게도 그동안 미안한 말을 한 것들에 대해 용서해달라고 사과했다. 군대가 이러한데, 어찌 보면 남자 자체가 이미 그렇게 사회적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페미니즘이 꽃피고 차별 없는 사회가 가능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동시에 내가 변하는 걸 보면 다른 사람들도 바뀔 수 있겠다는 희망도 생긴다.

형준: 나도 처음엔 페미니즘의 언어를 과격하다고 생각했다. ‘강남역 살인 사건’이 터지기 전이었으니까…. 시점이 참 오묘했다. 여자친구와도 그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교회에서 자라오면서는 ‘종교적’ 규범을 최고의 가치로 주입받는데, ‘과연 그런가’ 싶더라. 어느 모임을 찾아가 《아담의 침묵》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요만큼’ 시원해지고 ‘이따 만큼’ 답답해지더라. 그러다 종교 규범 이상의 페미니즘에 더 다가가게 됐는데, 페미니즘이 여성 문제만 논하는 게 아니었다. 온갖 약한 것들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이고, 남녀로 보면 남성과 여성이 모두 자유로워야 한다는 논의였다. 갈수록 젠더 갈등이 사회에서 대두되는데 종교가 과연 무엇을 말할 수 있을지. 언어를 더 계발하지 않는 종교, 교회의 언어가 나조차 답답하고 불편해진다.

   
▲ ⓒ복음과상황 이범진

― 그렇다면 교회 다니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형준: 부모님이 다니는 교회에서 어머니가 최근 권사 직분을 받았다. 고신 교단 교회에서 부모님이 부역을 하시는데, 교회 내 차별을 눈으로 보고, 상식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부모님이랑도 갈등이 생겼다. 특히 아버지와 부딪혔는데, 아버지가 하신 말씀이 기억에서 지워지질 않는다. “엄마한텐 미안한 이야기지만 성경에 그렇게 나와 있다”고 하시더라. ‘창조과학 신앙’이랑 비슷하다. 문자주의적 신앙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않는 게 문제다. 성령 충만하고, 상상력도 풍부한 사람들은 교회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지 않은가. ‘다른’ 교회들을 다녀보고 있다.

철빈: 나도 정착하고 싶었지만 (교회를) 떠돌았다. 군대 가기 전 다니던 교회에서는 소그룹 목장의 무례한 태도 때문에 상처가 너무 컸고, 군입대 전 휴학 기간에 나간 교회는 이런 저런 분열과 혼란 속에 있었는데, 군대 있는 동안 쪼개졌다. 지금은 어딜 나가나 고민이다. 언제까지 떠돌아다녀야 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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