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7호 민통선 평화 일기 02]
▲ 통일 출발역이라는 안내판이 있는 신탄리역.(사진: 정지석 제공) |
통일 출발역
철원 옆에 신탄리라는 마을이 있다. 아주 작고 아름다운 마을이다. 2012년 12월, 철원 대마리 마을에 백마고지역이 생기기 전에는 신탄리역이 경원선 철도의 마지막 종착역이었다. 나는 서울 갔다가 철원으로 돌아올 때는 종종 경원선 기차를 탔고, 이 작고 예쁜 신탄리 기차역에 내리곤 했다.
2011년 10월 어느 날이었을 게다. 철원으로 이사 와서 길을 익히며 지내던 시절, 나는 서울에서 철원 가는 경원선 기차를 탔다. 서울 시청 지하철역에서 동두천 가는 1호선 전차를 타고 가서, 동두천역에서 출발하는 경원선 기차를 갈아탔다.
동두천-신탄리 경원선 기차. 아마도 경원선 기차를 탄 것은 내 생애 처음이었을 것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뱅뱅 돌던 나에게는 동두천만 해도 까마득히 멀고 멀게만 느껴지는 북쪽 마을이었던게다.
경원선 기차를 타고 철원 가는 길은 신탄리역에서 멈췄다. 땅은 열려 있는데 철도는 끊겨 있었다. 북쪽을 향해 뻗어가던 두 줄기 무쇠 철로는 잘려 있었다. 끝없이 이어진 철로만 보았지, 이렇게 영문 모르게 끝이 잘려진 철로는 신기하게만 느껴졌다.
아, 여기부터 철도는 북쪽으로 못 가는구나. 철도가 끊겨서 기차가 더 가지 못하는 현실의 좌절감은 처음 와 본 신탄리역보다도 더 낯선 감정이었다. 분단의 감정이란 아마도 이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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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석 국경선평화학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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