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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많은 마을의 한 남자
[317호 그들이 사는 세상] 살래예마을 플로리스트 오일랑 씨
[317호] 2017년 03월 28일 (화) 15:54:41 이범진 기자 poemgene@goscon.co.kr
   
▲ 살래예마을 오일랑 독자 ⓒ복음과상황 이범진

경남 창원 ‘살래예마을’에 사는 오일랑(34) 독자를 만났다. 취재 차 경남 지역 독자들을 검색한 것이 인터뷰의 시작이었다. ‘오일랑’이라는 이름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이름의 뜻은 ‘한 남자’라고 한다.) 개인 구독은 물론 그가 일하는 직장 ‘래예 플라워’도 복상을 후원하고 있었다. 꽃을 사랑하는 플로리스트에게 이런저런 자질구레한 질문을 던졌다. 돌아오는 대답은 우아했다.


― 꽃집 이름이 ‘래예 플라워’이다. 무슨 뜻인가?  
보통 영어인 줄 아는데, 우리말 “같이 살래예”에서 ‘래예’만 따서 붙인 이름이다. 

― 개인적으로 복상을 구독하고 있고, 래예 플라워 이름으로도 후원하고 있다. 
마을 사람들끼리 꽃집을 공동 운영하고 있다. 우리끼리 가정예배도 드리는데, 일정 회비(헌금)를 걷어서 외부를 돕기로 했다. 잡지사 중에는 복상을 정해서 후원해왔다. 

― ‘마을 사람’이라면?
다섯 가정, 아이들 포함 13명 정도가 공동체를 이루어 살고 있다. 걸어서 10분 거리에 모여 살면서 꽃집을 운영하고 있다. 따로 사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다들 언니 오빠 형 하면서 지낸다. 

― 공동체에서 공동으로 운영하는 꽃집이라…. 검색해 보니 이 지역에서 유명하더라. 매장도 두 군데가 있는데, 비결이 있나? 
5년째를 맞았는데 사람들이 좋게 봐주셨다. 우리는 화환을 하지 않고, 냉장고도 쓰지 않는다. 처음에는 손해였는데 그런 점들을 알고 찾아오는 분들이 많다. 창원에는 서울처럼 꽃 도매시장이 있는 게 아니니까, 많은 종류의 다양한 꽃을 구하는 분들이 거듭 찾는다. 

   
▲라넌큘러스 두 송이를 붙이면, 개구리 눈처럼 보인다. ⓒ복음과상황 이범진

― 친한 사람들끼리 같이 사업하면 안 된다고 하던데. 공동체가 잘 유지되나?
자주 싸웠다. 싸운 만큼 해법도 여러 가지였던 것 같다. 어떤 결정을 할 때, 만장 합의를 한다. 소수가 희생되지 않도록, 최대한 오랜 시간 합의를 한다. 마을 사람들이 다 크리스천이지만, 생각과 신앙이 각기 다름을 전제한다. 물론 지금 내가 하는 말들도 마을을 대변하지 않는다. 나 개인의 생각이 마을에서 ‘존중’받을 뿐이다. 그런 존중을 기반으로 만장 합의를 한다. 한편으로 우리는 의리를 더 중하게 여기는 것 같다. 학생 때 재밌게 놀았던 친구, 동네 친구, 마을 이웃으로서 봐왔던 사람들이 쭉 같이 있고 싶고, 재미있게 계속 지내고 싶은 사람들이 의리와 정으로 뭉쳤기에 잘 유지되는 듯하다. 기본소득도 시행하고 있다. ‘공동체’라고 하니까 뭔가 거창하게 느껴져서 주로 ‘마을’이라고 부른다.  

― 왜 하필 꽃집을? 
재미있을 것 같았다. 같이 모여 살기로 했을 때는 다들 백수였다. 스펙으로 보면 다들 일류는 아니었지만, 개인적으로 뛰어난 사람들이었다. 무슨 일을 해도 재밌게 할 수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꽃집이 좋을 것 같았다. 감정을 전하는 좋은 일이니까. 누군가의 감정을 대신 전하는 일이니까. 

― 결국 재미있을 것 같아서?
우리 마을의 최고 핵심가치는 ‘재미’이다. 처음에 모여 살기 시작할 때, 서른 가지 정도의 덕목을 적어놓고 하나씩 지워갔다. 마지막까지 남은 게 ‘재미’였다. 반대로 버려야 할 것은 ‘거짓’이었다. 거창하면 망하는 것 같다. 

   
▲ 라넌큘러스 ⓒ복음과상황 이범진

― 꽃집의 꽃 디자이너, 플로리스트를 맡고 있다. 원래 전공은 무엇이었나? 
대학에서는 환경공학을 전공했다. 공대이지만 농림부와도 관련 있는 전공이어서 플로리스트와 아주 무관하진 않다.(웃음) 자격증 따는 데 도움이 되었다. 꽃이 좋아서 시작했지만, 요즘에는 경영도 재밌다. 잃을 게 없을 때 시작한 일이라, 재미를 좇으며 일하고 있다.

― 꽃에 대해 전혀 모른다.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꽃은 ‘취향’이다. 취향에는 전문가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손님들에게도 그렇게 말한다. 전문가들이 아무리 화려하게 꾸며도 내 취향에 안 예뻐 보이면, 아닌 것이다. 

― 플로리스트에게는 어리석은 물음일 수도 있겠다. 어떤 꽃을 가장 좋아하나? 
그때그때 바뀐다. 요즘에는 라넌큘러스(Ranunculus)라는 꽃을 좋아한다. 적당히 몸이 구부러져 있고, 얼굴 겹이 많아서 처음 꽃을 배울 때 많이 사용했다. 꽃 이름은 라틴어 Rana에서 유래되었는데 개구리라는 뜻이다. 이렇게 두 송이를 붙이면, 개구리 눈처럼 보인다.

   
▲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아침에 일어나 세면대에서 꽃 한 송이와 마주하는 그 짧은 순간이 우리의 하루를 좌우한다. 그 하루가 인생에서 중요한 하루일 수도 있고." ⓒ복음과상황 이범진

― 꽃 한 송이로 기분이 180도 변하기도 한다. 꽃의 힘이자 특수함인 것 같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 시험 삼아 집 이곳저곳에 꽃을 둬봤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아침에 일어나 세면대에서 꽃 한 송이와 마주하는 그 짧은 순간이 우리의 하루를 좌우한다. 그 하루가 인생에서 중요한 하루일 수도 있고. 자연에 의해서 우리 감정은 영향을 받는다. 점점 우리 시대가 감정을 억압하고 무시하지 않나. 나 이외의 내 기분을 표현해주고, 화를 풀어주는 식물이 주변에 있고 없고는 큰 차이다. 우리나라는 주로 노란 꽃과 흰 꽃이 많은데, 그것이 우리의 우유부단함과 연관되어 있을 수 있다. 그러니 강렬한 색의 북유럽 꽃들도 자주 보는 게 좋다. 

― 앞으로 계획하는 일이 있나?
직원들의 의식주를 해결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마을 사람들뿐 아니라 직원들도 함께 살 수 있는 집을 짓고 싶다. 장기적으로는 꽃과 관련한 유통구조를 더욱 하나님 나라에 가깝게 만들고 싶다. 요즘 사람들이 커피는 많이 마시니까 공정무역 커피도 생기고 하는데, 꽃은 아무리 싸도 안 팔리는 구조이다 보니 환경을 개선하기가 무척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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