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의 사생활 / 제임스 W. 페니베이커 / 김아영 옮김 / 사이 펴냄 / 17,500원

우리는 하루에 1만 개 넘는 단어를 사용한다.

“이때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스타일로 단어를 사용한다. 즉 우리에게는 각자의 ‘단어 사용 스타일’이 있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거의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를 통해 우리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드러낸다.”(8쪽)

‘언어 지문’이라 불리는 단서를 추적하면 한 사람의 세계를 엿볼 수 있다. 텍사스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저자는 ‘글쓰기를 통한 치유 효과’에 대해 연구하던 중, 언어의 지문(指紋)을 통해 그 사람의 정체성, 성격, 심리 상태, 심지어 미래의 행동까지 파악할 수 있음을 과학적으로 밝혀냈다. 단어에 초점을 맞춘 책이지만, 언어학책이 아니다. 젠더, 거짓말, 사랑, 정치와 같은 주제들로 구성된 심리학책이다.

연구 방법은 ‘단어의 내용’이 아닌 대명사, 조사 등 ‘쓸모없는 단어’(junk words)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그 ‘스타일’을 분석하는 것이다. 기능어라고 이름 붙인, 이 숨어 있는 단어의 특징은 △매우 자주 쓰인다 △단어의 길이가 짧고 감지하기 어렵다 △뇌에서 내용어와 다르게 처리된다 △매우, 몹시 사회적이다.

흥미로운 사례들이 제시되며 단어의 정체가 드러난다. 특히 ‘우리’라는 단어는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①너 빼고 내 친구들 ②너희들 ③나 ④생각이 같은 세상 모든 사람들 ⑤너와 나, 모두 ‘우리’로 통한다. 여기서 ①~④는 모두 대화하는 사람들 간에 벽을 세운다. 정치인들이 ‘우리’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면, 경계해야 한다.

“부시의 <나>라는 단어 사용이 처음으로 급격히 떨어진 것은 9/11 테러 직후였다. 이때는 대다수의 미국인들과 마찬가지로 부시 역시 <나>라는 단어의 사용을 줄이고 <우리>라는 단어를 더 많이 사용했다.” 

자동적으로 튀어나오는 ‘단어 사용 스타일’의 과학적 분석은 생각보다 많은 진실을 드러낸다. 남을 파악할 때 사용하는 것도 좋지만,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썼던 자신의 글을 읽어보며 ‘내가 몰랐던 나’에게 다가가 보는 것도 좋겠다. (저자의 관심도 단어가 아닌 ‘사람’과 ‘관계’였다.) 내가 쓴 수많은 ‘우리’의 우리는, 도대체 어떤 우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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