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친구가 없어요 / 나카가와 마나부 지음 / 김현화 옮김 / 바다출판사 펴냄 / 12,000원

저자의 만화가 지망생 시절을 담은 만화 에세이. 주제는 ‘친구 만들기’다. 친하다 여겼던 고등학교 동창의 결혼 소식을 뒤늦게 접한 충격으로 “나에게 과연 친구가 있는가?” 돌아본 것이 시작이었다. 불행하게도 남아 있는 친구는 0명. 아르바이트와 만화 그리기를 병행하는 그에게 ‘인생에 대해 속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는 절실하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활용하기도 하고, 오프라인 사교 모임에도 참석하지만, 30대 중반의 그가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자기계발서도 읽고, 점도 보는 등 친구를 만들기 위해 애쓰던 그는 교회에 다다른다. 목적지보다 한 정거장 먼저 내린 곳에서 우연히 교회를 발견한 것이다.

‘교회에는 마음씨 착한 사람들이 모여 있을 것 같아.’

친구를 만들기 위해 교회 대청소에도 참여한 그는 목사님을 만나서도 단도직입이다. “상경한 지 1년이 돼 가는데 친구가 생기질 않습니다. 이 교회에 온 것도 사실 외로워서입니다. 친구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독교적인 지혜를 기대했으나, “이 교회에는 젊은 신자들이 많으니 예배나 성탄절 행사에 참가하는 게 좋을 겁니다”라는 평범한 답변이 돌아와 실망한 주인공. 성탄절 행사까지 꾸역꾸역 참석한다. 그럼에도 친구는 사귈 수 없었다. 결국, 교회를 떠나지만 수확은 있었다.

“저는 교회에서 사람들의 상냥한 모습을 접하고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건 즐거운 일인 것 같아.’  … 결혼식을 올릴 때는 그 교회에서 올릴까 합니다.(딱히 예정은 없지만 말이지요…….”(89~90쪽)

사실 이 만화의 절정은 주인공이 동네 벽에서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막 12:31)라는 말씀을 보고 그대로 ‘적용’하면서 시작된다. 그에게 ‘이웃’은 미닫이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살고 있는 만화가 지망생 B씨. 몇 차례의 소음과 악취 공격으로 원수지간이 된 지 오래다. 그런데도 그는 용기를 내고자 한다. 수십 번의 용기와 좌절이 뒤섞이는 그의 친구 만들기 프로젝트는 코믹하게 그려지지만, 분명 서글프다. “갑자기 물어봐서 미안한데, 너한테 나 친구 맞아?” 내가 정작 ‘친구 신청’해야 할 이들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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