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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인간’의 무게
[319호 3인 3책]
[319호] 2017년 05월 24일 (수) 17:58:59 박용희 용서점 대표, 북마스터 goscon@goscon.co.kr
   
 

사막은 샘을 품고 있다
이승우 지음
복있는사람 펴냄 / 2017년
                                    

근래 나온 책들 중 눈에 띄는 3권을 최종 후보로 골라냈다. 한 권은 독일 신학자의 두꺼운 ‘조직신학’책이고, 또 한 권은 영국 성공회 주교가 쓴 ‘교회’에 관한 얇은 입문서, 나머지 한 권은 한때 신학을 공부했던 소설가가 쓴 ‘신앙 에세이’다.

일단은 두껍기 그지없는 조직신학 책에 눈길이 간다. 뒷표지만 보더라도 쟁쟁한 신학교 교수들이 추천사를 달아 놓았다. 검색을 해보니 이미 서평도 꽤 있다. 잘만 섞으면 ‘이 책 정도는 읽어야 현대신학을 좀 안다고 할 수 있지 않지 않겠는가’라는 서평 하나는 너끈히 쓸 수 있을 것 같다. 용서점에 가끔 찾아오는 목회자들이나 신학생들에게도 내가 이 정도 책은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읽을 수 있는 서점 주인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기회가 될 것 같기도 하다. 온갖 상상으로 부풀어 오를 때 즈음 한 움큼의 양심이 나를 붙든다. 결국 세 번째 책을 고른다. 신학을 공부했다는 소설가의 이름은 이승우고, 그가 쓴 ‘신앙 에세이’의 제목은 《사막은 샘을 품고 있다》이다.

신학을 공부했다지만, 그리고 모든 글에 기독교적인 사유가 점점이 박혀 있지만 확실히 이 책은 어떤 큰 그림을 그리는 책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 이 ‘에세이’는 독일 신학자가 쓴 두꺼운 ‘조직신학’ 만큼 체계적이지 않고 논리적으로 집요하지 않다. 그렇다고 정보량이 풍부하냐, 그것도 아니다. 정보량과 주제의 집중, 보기에 따라서는 독자들을 충분히 의식하고 있느냐는 점에서 이 ‘에세이’는 영국 성공회 주교가 쓴 친절한 교회 가이드에 못 미친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책을 기어코, 끈질기게, 애써 권하고픈 이유는 앞의 두 책이 다루지 않는, 혹은 마땅히 다루어야 하나 아무렇지도 않게 다룬 것처럼 넘어가는 ‘삶’과 ‘인간’의 무게를 훨씬 더 많이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말한다.

“사람은 어떤 어려운 책보다 더 읽기 어려운 책이다. 책을 이해하고 파악하는 것보다 사람을 이해하고 파악하는 것이 훨씬 어렵다. … 우리가 책을 읽는 것도 사람을 읽기 위해서다. 사람을 읽기가 어렵기 때문에 사람을 잘 읽으려고 책을 읽는 것이다.” -‘쌓아둔 책’에서

물론 신앙의 대상, 신학의 대상은 인간이 아니라 하나님이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에 하나님 이전에 인간이, 그리고 인간의 삶이 지닌 복잡다단함, 불가해함, 신비를 먼저 맛볼 필요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신비로운 인간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신비를, 그분의 불가해함, 깊이, 두터움을 아무렇지 않게, 단순명료한 것처럼 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을 말하면서 인간을 단순하게, 얕게 말하는 것은 결국 하나님을, 하나님의 성육신 사건을, 그리고 지금도 함께하시는 하나님의 활동을 단순하게, 얕게 말하는 것과 다름없다. 작가 말대로 인간을 이해하고 파악하는 것은 어렵다. 그리고 그 인간을 창조하신 하나님을 이해하고 파악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에세이를 포함해 좋은 문학은 우리에게 이 단순하지만 단순하지 않은 진리를 알려준다. 그러므로 이 책을 찬찬히 음미하기를 바란다. 당신이나 나나 다른 무엇이 아닌 인간이니까. 그리고 당신이라는 세계가, 당신의 삶이 진실로 두텁고, 또 두터워지기를 바라니까.

 
박용희
장신대 구내서점, IVP(한국기독학생회 출판부) ‘산책’ 북마스터로 일했다. 책, 여행, 사람을 좋아한다. 새해 들어 고양시 덕은동에 헌책방 ‘용서점’을 내고 책과 더불어 하루를 열고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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