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기 교회 예배 이야기 / 로버트 뱅크스 지음

▲ 1세기 교회 예배 이야기 /로버트 뱅크스 지음 / 신현기 옮김IVP 펴냄 / 2017년

간혹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왠지 사야할 것 같은 압박감을 주고 결국 사게 만드는 책이 있다. 이 책 《1세기 교회 예배 이야기》가 바로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7월 11일 기준으로 알라딘 종교 분야 1위, Yes24 종교 분야 2위, 교보문고 종교 분야 2위, 갓피플몰 전체 6위다. 게다가 (조금 과장해) 페이스북을 확인할 때마다 이 책의 독서평이 올라온다. 이렇게 되면 별 도리가 없지 않은가. 사는 수밖에. 

종교 분야 서적 상위권을 한동안 불교 서적, 그리고 명리 관련 서적이 휩쓸고 있던 판국에 간만에 기독교 서적이 1위를 하니, 독실한 신자(!)인 나로서는 응원하는 마음에서라도 사지 않을 도리가 없다. 여기서 질문이 하나 등장한다. 도대체 이 책은 왜 이렇게 대중의 주목을 받는 걸까? 어떻게 이 책은 ‘사지 않으면 뭔가 찜찜한 느낌이 들게 할 정도로 핫한 책’이 되었을까?

이제껏 들어보지 않았던,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하고 있는 책이어서? 그렇지 않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 책의 원서는 1990년에 나왔고, 1999년에 이미 여수룬에서 번역 출간했다. 초대 교회에서 어떻게 예배를 드렸는지 이야기 형식으로 다루었다는 점이 책의 ‘특징’이 될 순 있어도 그러한 책이 없는 건 아니다. 당장 생각해 봐도 이와 관련한 책으로 《초대 교회의 예배와 전도》 《어느 로마 귀족의 죽음》이 떠오르니 말이다.

그렇다면 저자가 압도적인 지명도를 갖춘 이여서? 그렇지도 않다. 로버트 뱅크스라는 이름은 아주 낯설진 않지만(기독교 출판계에서 책 좀 읽는 사람들은 그가 쓴 《바울의 공동체 사상》을 기억할 것이다) 그렇다고 톰 라이트나 요즘 잘 나가는 팀 켈러만큼의 지명도가 있는 저자는 아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번역자 지명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없다. 역자와 어느 정도 인연이 있는 나로서는 ‘그렇다’ 하고 싶지만, 유감스럽게도 한국 기독교 출판계에서 번역자 ‘급수’가 책의 판매량을 보장하진 않는다. 게다가 70쪽 정도 분량의 책이기에 역자 활약이 어느 정도 제한을 받는다. 그렇다면 출판사 때문인가? 물론 IVP는 기독교 출판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 출판사이고,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신뢰감’을 주었을진 모르지만, 마구마구 소비욕을 자극할 정도는 아니다. 게다가 내가 전해들은 이야기가 맞다면 출판사가 이른바 ‘미는 책’도 아니었다.

그러니 이 책은 엄청나게 유명한 작가가 쓴 책이 아님에도, 엄청나게 특별한 이야기를 다룬 책이 아님에도, 게다가 출판사가 엄청나게 많이 팔릴 거라 기대한 것도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을 사로잡은 셈이다. 뒤집어 생각하면 엄청나게 유명한 작가가 쓴 엄청나게 특별한 이야기를 엄청나게 거대한 출판사에서 펴낸다 하더라도 반드시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낸다는 법은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실제로 출판계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난다.

누군가의 기획과 누군가의 번역을 거쳐, 또 다시 누군가의 편집을 통해 책이 나와 일정한 망을 통해 한 사람의 독자에게 전해지기까지의 과정은 그 자체로 흥미롭고, 또 신비로운 사건이다. 단순히 책 내용만 보고 몇 가지 조건들(이를테면 저자, 내용, 역자, 출판사)을 고려하여 책 이야기만 하는 것은, 어쩌면 책읽기라는 거대한 행위 중 극히 작은 부분에 속한 것일 수도 있다. 한 권의 책이 많은 사람에게 회자되고 결국 한 사람의 손에 쥐어지는 과정까지도 관심을 기울이고 음미할 수 있다면 우리의 책 읽기는 책을 만드는 과정만큼이나 흥미롭고 신비로운 사건이 되지 않을까. 


박용희
장신대 구내서점, IVP(한국기독학생회 출판부) ‘산책’ 북마스터로 일했다. 책, 여행, 사람을 좋아한다. 새해 들어 고양시 덕은동에 헌책방 ‘용서점’을 내고 책과 더불어 하루를 열고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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