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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세월호 통해 다시 태어나기를”
[320호 메멘토 0416] 유가족 최순화 씨(창현 엄마)가 한국교회에 전하는 메시지
[320호] 2017년 06월 28일 (수) 14:25:53 이범진 기자 poemgene@goscon.co.kr

세월호 참사 1,134일째인 5월 23일, 제자도연구소(소장 황정현)가 주최한 세월호 간담회 ‘RE-Born’(리본)에서 유가족인 창현 엄마 최순화 씨가 굴곡진 신앙 여정을 쏟아냈다. 15년 동안 유년부 교사로 헌신했던 교회에서 쫓겨나듯 나와, 교회마다 찾아다니며 세월호 간담회를 갖고 있다. 교회가 환영하지 않더라도 그들을 설득하겠다는 마음으로 버틴다. 고통 속에서 차츰차츰 깨달아진 ‘진짜 믿음’을 전하고 싶어서다. 그 믿음은, 빛 한 점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도 하나님을 바라보는 것이다.
 

   
▲ 창현 엄마 최순화 씨 ⓒ복음과상황 이범진


이날 “여전히 원망과 의문도 남아있지만, 새 삶을 시작했다”고 고백한 창현 엄마는 “한국교회도 세월호를 통해 다시 태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 세월호를 놓치면 안 된다”며 간곡히 당부했다. (간담회는 서울 영등포구 ‘위드인’에서 황 소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다음은 간담회 때 오간 내용.

― 자식 잃은 부모가 신앙을 유지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세월호가 다시 해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기 하루 전에 강원도 원주에서 나타난 리본 모양의 구름. SNS 상에 몇 장의 사진들이 올라 오면서 화제가 됐다.

지금 제가 견디는 힘은 무엇일까요…. 믿음, 믿음입니다. 예수 잘 믿으면 천국에 가고 교회 열심히 다니면 복 받는다는 믿음 말고요. 오롯이 하나님 존재에 대한 믿음이요. 그것이 없었다면 지난 3년, 견뎌내지 못했을 거예요. 그분은 정의로운 분이고, 그러면서도 사랑이 많으신 분이잖아요. 왜 이런 참사가 발생했는지 알려달라는 유가족의 당연한 요구를 정부 관료, 언론인, 종교인들이 전부 무시했을 때, 그때는 정말 이대로 끝나는 건가 싶었어요. 어디를 봐도 희망이 보이지 않았어요. 지난해 10월까지는요. 오직 믿을 만한 분은 하나님뿐이었어요. 불의를 보고 참지 않으시는 하나님이요.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라고 하신 말씀도 이런 게 아닐까 싶어요. 거짓과 술수가 판치는 어지러운 세상일수록 하나님을 믿는 믿음이 중요한 것 같아요. 꺼져가는 등불을 끄지 않으시는 사랑의 하나님을 확신한 것은 촛불집회 때 저희 유가족들이 요구하던 것들이 다 이루어지면서였어요. 그리고 3월 23일이었나요? 원주에 리본 모양의 구름이 하늘에 떠올랐잖아요. 보자마자 저것은 하나님께서 다윤 엄마, 은화 엄마를 비롯한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주는 위로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동안 이어온 세월호 싸움이 옳았다는 분명한 메시지였고요.

― 참사 전과 후의 믿음이 전혀 다른 믿음인 것 같네요. 
참사 전, 교회에 몸담고 있을 때는 천국 가고 복 받는 게 제 믿음이었어요. 교회 열심히 다니면 천국도 가고 모든 일이 순탄할 것이라는 믿음. 세월호 참사로 창현이가 가고 나서 들었던 생각이 ‘우리 아이가 천국 갔을까?’였어요. 희생자 250명 중 70여 명이 기독교식으로 장례를 치렀는데, 어느 분이 그러더라고요. “나머지 사람들은 천국 못 가서 안타깝다”라고요. 반론을 제기하고 싶었는데, 할 말이 없더라고요. 저도 그렇게 알고 지냈고, 그런 믿음으로 살아왔으니까요. 지금은 창현이가 천국에 갔는지 못 갔는지에 매달리지 않아요. 누가 물어도 대답할 말은 없어요. 창현이 핸드폰을 복구해보니까, 여러 사람들에게 기도해달라고 메시지를 보냈더라고요. 죽는 순간까지 창현이가 하나님을 찾았더라고요. 교회 안 다니면 지옥에 간다고 스스럼없이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하나님은 그런 분이 아니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어요. “자식들 천국 갔으니까 일상으로 돌아가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참 무식하게 들려요. 그렇게 믿음을 해석하는 것은 신학적으로도 치명적인 문제가 아닌가요?

― 다니던 교회를 나오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세월호 1주기가 되기 전이었어요. 세월호 특별법을 무력화하는 시행령은 폐기되어야 한다는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유가족 60여 명이 삭발할 때, 저도 동참했어요. 교회에 갈 때는 모자를 쓰고 갔는데, 담임목사님이 부장집사님을 통해 하는 말이 ‘비구니처럼 하고서 어떻게 아이들 앞에 설 거냐’였어요. 나가라는 말이잖아요. 그 전까지 갈등은 계속 있었지만, 주일학교 교사로서 아이들과의 약속 때문에 참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더 이상은 안 되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15년 몸담았던 교회를 그렇게 떠났네요.

― 대다수 교회는 비판하거나 침묵하는 것 같습니다.
특별법 만들려고 전국으로 서명을 받으러 다녔어요. 교회에서 받으려고 했는데, 목사님이 안 된다고 해서 못 받았어요. 큰 교회는 들어가지 못한 곳도 있고요. 막말도 많이 듣고요. 반면에 불교 정토회에서는 한 달도 안 돼서 자발적으로 100만 명이 서명을 해줬어요. 부러웠죠. 교회에는 오히려 반감이 생겼어요. ‘복음이란 것이 무엇일까’ 고민도 더 하게 되었고요. 교회가 너무 닫혀 있어요. 자기들끼리만 좋은 친교단체 같다고 할까요? 유가족들이 비상식적인 것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런데도 교회가 나서서 우리에게 국가 발전 저해 세력이라느니, 우상이라느니… 안타까워요.

― 그럼에도 계속 여러 교회를 다니며 간담회에 참여하고 계시죠?
예레미야가 유다의 멸망을 예언하니까, 유다 사람들이 그를 죽이려 하잖아요. 세월호를 대하는 한국교회의 태도와 유사한 것 같아요. 그래서 교회를 향해 세월호를 놓치지 말라고 말하고 싶어요. 세월호 참사가 사순절 고난주간에 일어난 사건이잖아요. 어떻게 세월호를 놓치고 복음을 이야기하고, 하나님을 이야기할 수 있느냐고요. 예수의 수난을 싹 잊고 부활의 기쁨만 이야기하며, 부흥·영광·축복만 말하는 것은 복음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건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의 거짓 메시지 아닌가요?

― ‘RE-Born’이라는 캘리그라피를 직접 만드셨습니다.
‘Re-Born’이라는 말은 《슬픈 대한민국 이야기》(김재진 지음)라는 책에서 처음 봤어요. 올해 세월호 3주기와 부활절이 같은 날인만큼 세월호 ‘Re-Born’은 부활절의 의미를 잘 설명해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활이 있으려면 반드시 십자가의 고통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그 십자가를 묵상하는 고난주간에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어요. 예수님이 우리 죄를 대신해 십자가에 못 박히셨다는 사실과 어른들의 탐욕, 이기심, 무관심 등의 죄 때문에 어린 생명들이 희생되었다는 사실을 철저하게 인지하면서 교회가 무엇을 회개해야 하는지, 교회의 현주소가 어디인지, 교회가 얼마나 복음과 멀어져 있는지, 교회가 얼마나 예수님을 무시하고 하나님 얼굴에 먹칠을 하고 있는지를 깨닫기 바랐습니다. 세월호는 교회가 얼마나 복음과 멀어져 있는가를 측량할 수 있는 저울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세월호를 외면하고 배척하는 교회일수록 예수님의 복음과는 멀어져 있다는 느낌입니다. 세월호 ‘Re-Born’을 옷에 새기고 가방에 새긴 건 세월호를 통해 교회가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서였습니다.

   
▲ 이날 간담회에는 십여 명이 참석해 최순화 씨와 심도 깊은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복음과상황 이범진

― 신앙적 의미가 담긴 상징이었네요.
다시 태어나자는 외침이었다고 할까요? 교회를 돌아다니다 보니 좋은 교회도 있더라고요. 유가족을 돕는 손길도 꾸준하고요. 알곡과 쭉정이가 같이 자라는 데 알곡이 다칠까 봐 기다리는 하나님 마음을 보았어요. 큰 교회일수록 세월호를 강하게 거부해요. 하나님을 안 믿기 때문인 듯해요. 그럴 때면 하나님께서 알곡을 위해 심판을 너무 미루시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해요. 믿는 사람이라면 마지막 때를 알아차려야죠. 심판 때 쭉정이와 함께 불에 던져지지 않으려면, 나의 믿음이 껍데기만 섬기는 신앙은 아닌지 돌아봐야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더욱, 교회가 세월호를 놓치면 안 된다 외치고 싶었어요. 유가족의 일이라서가 아니라, 당신과 나, 우리의 일이기 때문에 더욱 그래요. 불편하고 아파도 계속 기억하며, 왜 그런 참사가 일어났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밝혀내야 다시 시작할 수 있잖아요.

― 정권이 바뀌었는데, 희망이 보이시나요?
빠르게 공약을 이행하는 것 같아서 좋아요.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그러나 세월호 관련한 이전 정권의 해수부 공무원들은 이미 다 요직에 가 있거나 승진했거든요. 실제 조사가 들어가면 잘 될까, 의구심이 들기도 해요. 이전보다는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우리가 치열하게 싸워야 하는 거죠.

― 최근 미수습자들을 발견했다는 뉴스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 사이에 깊은 골이 생겼어요. 정부가 교묘하게 우리를 갈라놓은 측면이 크고요. 가교 역할을 하는 몇몇 사람이 있었고, 저도 그중 한 사람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유가족’ 입장일 뿐이지요. 각자의 입장이 다르다 보니 시간이 흐르면서 그 골이 더 깊어졌어요. 그럼에도 마음은 똑같다고 생각해요. 어제 구명조끼를 입은 유골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유가족들 모두 똑같이 ‘그 날’을 떠올렸을 거예요. 미수습자 한 사람 발견될 때마다, 내 자식은 배 안에서 어땠을까 다 상상하겠지요. 3년 동안 아이가 진흙 속에 묻혀 있었어요. 그 속에서 아이를 꺼내야 하는 심정, 미수습자 가족이 아니면 모르죠. 저도 모르죠. 앞으로 유가족이 더 많이 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 사이의 골을 메울 수 있을 것 같아요. 은화 엄마, 다윤 엄마도 이제 ‘유가족’이 될 테니까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자식을 억울하게 잃었다는 공통점이 있으니까…. 마음이 같아질 때가 있을 거라 생각해요.
 

   
▲ 최순화 씨의 캘리그라피

‘미수습자 가족’과 ‘유가족’ 이야기가 나오자 곧바로 사회자인 황정현 소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 부분을 봉합할 수 있는 가교 역할을 신앙인들이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창현 어머니나 4·16합창단에 계신 분들, 그리고 미수습자인 은화와 다윤이 가족들도 신앙인들이고요. 영화 <패치 아담스>의 주인공인 의사가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우리는 병을 치료할 뿐 아니라 사람을 치료한다.’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촛불을 들었던 것을 넘어서, 촛불을 함께 들었던 세월호 가족들이 얼마나 힘겨웠는지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잊지 않는 것이 행동인 동시에 사명이고, 기억하는 것이 곧 거듭남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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