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시대의 도전과 기독교의 응답 / 우종학 지음 / 새물결플러스 펴냄 / 16,000원

수년 전 청소년 신앙잡지 프리랜서 편집자였을 때 어느 과학자의 묵상글이 인상적이었다. 우주-일상-성경을 넘나들며 길어낸 글은 쉬우면서 깊이 있고, 흥미로우면서 유익했다. 문장도 거의 손댈 데가 없었다. 그가 바로 이 책의 저자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다. 과학-신앙의 갈등 속에서 교회를 떠나려는 이들을 여럿 ‘회심’케 했다는 《무신론 기자, 크리스천 과학자에게 따지다》(IVP)가 ‘과학과 신앙의 대화’ 입문편이었다면, 이 책은 심화편인 셈이다.

“별과 은하와 인터스텔라의 우주를 연구하는 일이 이 세상에서 가장 신나는 직업이자 제게 딱 맞는 삶의 예배”라고 여겼던 이 모태신앙인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천문학자가 되었다. 크리스천 과학자로서 그의 소명은 연구실과 대학강단을 넘어, ‘과학은 신앙의 적’이라는 오해에 붙들린 채 과학주의 무신론의 도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반지성적 경향의 한국교회를 향한다. 아울러 과학-신앙의 갈등 가운데 교회에서 멀어진 ‘잃어버린 한 마리 양’ 들에게로 향한다.

리처드 도킨스의 책을 읽고 신앙을 잃고 교회를 떠난 이들, 과학을 공부하면서 신앙을 버린 모태신앙인, 학교와 주일학교에서 배운 내용 사이의 모순으로 오랫동안 고민하다 창조과학을 가르친 교회가 거짓말했다는 결론을 내린 중학생…. 그들 한 영혼 한 영혼을 “품어야 할 관심의 대상이며 사역의 대상”으로 여기기에 자신의 강의를 듣고 한 명이라도 신앙이 회복된다면, “그리스도인이라는 가면을 쓴 진화론자”라거나 ‘예수 믿고 복 받으라’는 식의 비난과 언어폭력, 인신공격은 아무것도 아니다. 

책에는 그가 오랫동안 과학과 신앙에 대해 강의해온 내용이 정갈한 글쓰기를 통해 고스란히 담겼다. 과학의 결과를 무신론의 증거로 사용하는 ‘과학주의 무신론’의 주장과 한계를 다룬 “3부_과학주의 무신론의 도전”과, 문자주의와 근본주의에 사로잡힌 창조과학의 오류와 폐쇄성을 다루는 “4부_근본주의와 문자주의의 오류를 넘어”만 따로 떼어 읽어도 책값이 아깝지 않다. 은하와 우주, 인터스텔라의 경이로운 사진을 보는 즐거움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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