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1호 커버스토리]

교회를 떠나는 ‘불안’한 청년들
한국 사회에서 절망에 쌓인, 아픈 청춘들이 자꾸만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불안 속에서 살아가는 그들에게 이제 가슴 설레는 청춘예찬은 사라진 지 오래다. 최근 청년들이 가장 공감하는 단어는 ‘불안’이다. 청년실업 해결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언급되지만 희망을 주기엔 역부족이다. 옛날에는 ‘부모가 가난해도 내가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면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간직하며 살았다. 그러나 지금 청년들에게는 그날이 없어졌다.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없게 된 것이다. 내일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고 절망과 좌절이 청년들 사이에 빠르게 번지고 있다. 절망이 청년들의 생기 있는 시간들을 삼켜버리는 듯하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라는 20세기 독일 영화감독 파스빈더의 영화 제목은 21세기 한국 청년의 현실을 설명해준다. 더욱 심각한 것은 2000년 이후 20-30대 청년들의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사실이다. 2011년 사망 원인 통계에 따르면 20대 청년 사망자 가운데 47.2%가 자살로 목숨을 끊었다. 2012년 세계보건기구가 조사한 주요 60개국 가운데 한국 청년 사망률은 18.2%로 세계 9위였다. 전체 연령대와 비교했을 때 20대가 삶을 비관적으로 여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상대적으로 더 잦다는 얘기다. 사회문제인 자살률을 줄이기 위해서는 “왜 20대의 자살 비중이 가장 높은 것인지” 먼저 고민해보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청년들이 교회를 등지고 떠난다. 교회 안에서 개혁을 시도하기보단, 조용히 사라지고 있다. 젊은이들이 떠나는 교회는 희망이 없다. 개신교 교단마다 주일학교 학생 감소로 인한 다음세대에 대한 염려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청년들의 빠른 이탈은 한국교회의 가까운 미래가 어둡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사회의 총체적 위기 속에서 불안한 교회 청년들은 기성세대에 대한 불신과 불통으로 인해 교회를 향한 실망이 깊어지고 있다. 불안, 불만, 불신 그리고 불통 등이 이 시대를 대표하는 단어들이다.

‘3포 세대’, 즉 결혼·직장·연애를 포기한 세대라는 자조도 이미 오래전 이야기가 되었다. 2015년 서울노동권익센터가 발표한 ‘실질 청년실업률’은 31.8%로, 오늘날 청년 3명 중 1명은 실업상태에 처해 있다. 이는 독립과 결혼이 늦어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2030세대의 실업우울증이 증가하고 체념과 죄책감이 사회공포증으로 발전하여, 심하게는 대인기피증까지 불러일으킨다. 즉, 지금의 청년실업은 청년우울증을 낳고 있다. 이러한 미래에 대한 절망은 청년들로 하여금 흔히 겪는 한 번의 실패에도 영원히 재기할 수 없다는 불안을 심어주게 된다.

이러한 청년세대의 불안에 대한 사회적 반응은 2000년대 중반부터 불기 시작한 ‘위로’와 ‘치유’의 책들에서 나타났다. 물질적 고통뿐 아니라 패배의식으로 인한 정신의 황폐함과 절망으로 허덕이는 청년들에게 대중문화는 낭만적인 ‘힐링’을 상업화하여, 미디어마다 마약과도 같은 거짓된 위로와 치유들이 넘쳐나게 만들었다. 하지만 청년문제는 현실을 정직하게 대면할 수 있는 용기와 변화에 대한 의지 없이 거짓된 위로나 상업적 희망으로는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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