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1호 커버스토리]

소명과 사명
소명은 하나님의 부르심을 의미한다. 대개 소명은 꽤 특별한 체험과 연관되고 특별히 해야 할 일과 연관되는 경우가 많다. 구약 예언자들의 경우가 그러한 소명의 대표적 예다. 그렇지만 엄밀히 말해 구약 예언자들의 활동은 특정한 기간에 한정된다. 우리는 40년가량을 사역한 이사야나 예레미야의 일상이 어떠했는지 알지 못한다. 예언자들 가운데는 아모스나 학개처럼 지극히 짧은 기간을 사역한 이들도 있으며, 이 사역 이전과 이후 그들의 삶이 어떠한지도 알지 못한다.

아모스는 목자요 뽕나무를 재배하는 자로 살다가 급작스럽게 그를 찾으시고 부르신 하나님으로 인해 매우 짧은 기간 예언 활동을 하였다. 스스로는 “선지자”가 아니라고까지 말한(암 7:14) 그의 ‘예언 사역’은 특정 기간에 해야 할 일이었던 셈이니, 이 사역은 그의 ‘소명’이라기보다 ‘맡겨진 임무’ 혹은 ‘사신이나 사절이 받은 명령’이라는 뜻(국립국어대사전)을 지닌 ‘사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아모스처럼 예상하지 못했는데 사명이 주어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이사야(사 6장)처럼 특별한 일에 하나님께서 보낼 자를 찾으실 때 스스로 자원하여 그 사명을 맡는 경우도 있다.

사실, ‘소명’과 ‘사명’을 칼로 무 베듯 구분하는 것은 주관적일 수 있다. 그럼에도 굳이 차이를 찾아보면, ‘일을 시키다’라는 단어를 지닌 ‘사명’(使命)과는 달리, ‘소명’(召命)이라는 단어에는 ‘부름’이 들어 있다(영어의 calling이나 vocation, 독일어의 Berufung 참고). 그 점에서 가장 근본적인 소명은 하나님의 부르심일 것이다. 첫 사람이 하나님께서 지으신 모든 생명을 불렀을 때 그것이 그들의 이름이 되었고(창 2:19), 하나님께서 그 형상과 모양대로 지음 받은 사람을 세상에 불러내셨을 때 그것이 사람의 이름이 되고 존재 이유와 근원이 되었다. 그래서 일단 ‘소명’은 세상에 존재하는 그 자체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말할 수 있다. 하나님께서 지으신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 자체가 하나님의 부르심, 소명이다. 삶이, 존재가 소명이다.

그렇다면 ‘소명의식’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생명과 시간을 주셨음을 깨닫고 믿고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때로 그러한 삶 속에서 특별한 일을 특정한 시간에 해야 할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우리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이 땅에 태어나게 하셨을 뿐 아니라 우리를 부르신 줄 믿고 살아간다. 소명의식은 특별한 일을 해내는 데서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 전체가 하나님으로부터 왔음을, 하나님이 우리로 세상에 존재케 하셨음을 믿고 고백하는 데서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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