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정의 / 니콜라스 월터스토프 지음

사랑과 정의 / 니콜라스 월터스토프 지음 / 홍종락 옮김 / 강영안 해설
IVP 펴냄 / 27,000원

정의(공의)와 사랑은 하나님의 주요 속성이며 기독교의 핵심 가치이자 명령이다. 그런데 기독교 전통은 대체로 이 두 가치가 서로 대립하거나 충돌한다고 여겨왔다. 사랑과 정의는 본질상 갈등을 피하기 어렵다고 이해한 것이다. 그렇기에 ‘사랑-명령’(love-imperative)을 따르려면 정의를 뒤로 밀쳐두어야 하고 ‘정의-명령’(justice-imperative)을 받들려면 사랑을 뒷전에 놓아야 한다고 받아들였다. 사랑을 앞세우는 이들은 불의하고, 정의를 앞세우는 이들은 무정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건 그래서다.

이렇듯 정의와 사랑을 상호대립적으로 파악한 이들 가운데는 정의보다 사랑을 더 선호하는 쪽에 서려는 이들이 있어 왔다. 두 명령이 충돌할 경우, 정의보다는 사랑에 ‘우선권’을 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그렇다. 물론 정반대로 사랑보다 정의를 더 선호하는 이들도 있다. 덴마크 철학자 키에르케고어와 스웨덴 신학자 니그렌은 두 가치가 충돌할 경우 정의 대신 사랑을 택해야 한다고 말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한편, 미국 신학자 라인홀드 니버는 사랑보다는 오히려 정의를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월터스토프는 이 책에서 이들 양쪽의 인식과 주장을 모두 비판하면서, 사랑과 정의는 서로 대립하지 않으며 구별되지만 구분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한 양측의 인식은 사랑과 정의를 잘못 이해한 결과라는 것이다.

월터스토프에 따르면, 사랑과 정의가 충돌하는 상황은 다름 아닌 기형적 사랑, 기형적 정의가 드러난 결과다. 불의를 행하는 사랑은 기형적 사랑이며, 사랑이 빠진 정의는 기형적 정의인 것이다. 그렇기에 온전한 사랑, 온전한 정의는 서로 침해하거나 배제하는 관계가 아니며 양립 가능한 것이다.

“참다운 정의는 언제나 ‘사랑 가운데 행하는 정의’(justice in love)이며 참다운 사랑은 ‘정의 가운데 행하는 사랑’(love in justice)이다.”(5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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