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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교회 세습, 탐욕의 끝에서
[325호 시사 잰걸음]
[325호] 2017년 11월 28일 (화) 16:20:06 박제민 기독시민운동가 goscon@goscon.co.kr

‘명일동의 소리’가 되자며 이름을 명성교회로 정했다. 1980년 7월 6일, 김삼환 목사와 20여 명의 성도들은 옛 500번과 569번 버스 종점이 있던 서울시 강동구 명일동 홍우상가 2층을 빌려 첫 예배를 드렸다. 당시만 해도 동네에 버스회사 종점이 있다는 것은 거기가 변두리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린벨트가 풀리면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생기기 시작했다. 새벽기도를 열심히 하던 교회는 인기를 얻고 급격히 성장하게 됐다.

개척한 지 3년 만인 1983년에 지금 자리에 첫 번째 건물을 지었다. 1987년에는 그 건물을 허물고 약 4,000석 규모의 두 번째 건물을 지었다. 두 개의 십자가 탑이 우뚝 선 그 건물이다. 그래도 자리가 모자라 그 건물 옆에 약 8,400석 규모의 세 번째 건물을 지었다. 명성교회는 등록교인 10만 명에, 출석교인 5만 명을 자랑하는 초대형 교회가 되었고, 김삼환 목사는 교단 총회장과 교회협의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자의 반 타의 반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인물이 되었다.

   
▲ 김삼환 목사와 김하나 목사(왼쪽) (사진: <뉴스앤조이> 박요셉)

명성교회 김삼환-김하나 부자 세습
교단법에서 목사의 정년은 70세로 정했다. 김삼환 목사는 2015년 은퇴를 해야 했다. 교계와 사회는 이 초대형 교회의 후임이 누구일지 궁금해했다. 몇몇이 입에 오르내렸지만 결국 관심은 아들인 김하나 목사에게 모아졌다. 김하나 목사는 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와 명성교회 청년부를 담당하고 있었다.

2013년 11월 12일,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열린 종교개혁 기념 세미나에서 김하나 목사는 ‘세습금지법’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렇게 대답했다. (약간 장황해서 쓸데없는 말은 빼고 핵심만 추렸는데, 발언의 맥락을 훼손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역사적 요구라고 생각한다. 총회를 통해서 이미 결정된 사안이다. 총회가 끝나고 아버지와 함께 앉아서 “하나님의 뜻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어떻게 이 교회 리더십을 교체해야 될지 기도하고 애쓰고 많이 생각해왔는데, 지금 이렇게 결론이 난 것은 우리 기도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이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길이 바로 이 길이다”라고 했다. 총회의 결정에 당연히 따른다. 변칙 혹은 술수가 아니라 하나님의 요구에 따르려는 준비가 되어 있다. 총회 결의가 그냥 명성교회 세습 못하게 하는 결의가 아니라 이 시대에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결의로서 존중한다.
그런데 그사이에 묘한 말도 했다.

이게 뭐 꼭 어떻게 하겠다, 안 합니다, 이런 선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으셨으면 좋겠다.

역사적 요구, 하나님의 뜻, 기도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길, 하나님의 요구, 하나님의 부르심… 이 아름다운 말들은 정확히 4년 후 뒤집혔다. 2017년 11월 12일, 김하나 목사는 아버지 김삼환 목사의 대를 이어 명성교회를 세습하게 된다.

궤변과 폭력으로 밀어붙인 세습
명성교회 김삼환-김하나 세습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논리를 편다. 말을 많이 만들어서 사람들을 헷갈리게 만들려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실제로 익명의 명성교회 성도는 혼란스럽다며 사실이 뭐냐고 물어오기도 했다. 하나 같이 궤변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사실을 따져보자.

첫째, 세습이 아니라고 한다. 아버지가 물려주는 것도 아니라 교회가 청빙하는 것이고, 재산을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목회를 해달라는 것이라고 한다. 누구 마음대로 세습이라고 부르냐고 볼멘소리도 한다.

그런데, 바로 그것을 세습이라고 한다. 김하나 목사가 아버지 김삼환 목사의 대를 이어 명성교회를 물려받으면 목회의 권위와 함께 각종 인사권, 1,000억 원 대라는 재정권을 행사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교단법이 금지하고 사람들이 반대하는 세습인 것이다.

둘째, 세습금지법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총회 헌법위원회가 세습금지법이 교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어 개정해야 한다고 해석 의견을 냈으니 효력이 없어졌다는 주장이다. 심지어 교단 총회장까지 지낸 김삼환 목사도 예배시간에 이런 말을 했다.

대통령도 헌법재판소가 결정을 해서, 지금 대통령직을 내려놓게 됐다. 헌법위에서 이건 속히 고쳐야 하고, 이 법을 폐기해야 한다는 결의를 몇 번 했다. 헌법위가 결의하면 모든 도의, 모든 행정, 모든 해석은 그 이상 못하는 거다. 바로 즉각 효과가 있는 건데, 총회까지 넘겨서 다 통과됐다. 우리 교회는 개정된 헌법위 판결에 따라 청빙 절차를 밟은 거다.

거짓말이다. 교단 헌법에 대한 최종 권한은 총회에 있다. 세습금지법이 없어지려면 총회에서 찬반 토론도 하고 “찬성하는 사람 손드세요” 해서 바꿨어야 했다. 그런데 총회에서 그런 적 없었다. 세습금지법은 지금 이 순간에도 효력이 있다. 현재 교단 총회장과 사무총장이 그렇다고 하는데 왜들 아니라고 할까.

셋째, 노회를 거쳐 정당하게 김하나 목사 위임이 통과됐다고 한다. 지교회의 목사를 세우는 것은 노회의 권한이다. 그런데 노회에도 각자 규칙이 있다. 명성교회가 속한 서울동남노회는 목사부노회장이 차기 노회장을 승계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차기 노회장이 될 목사가 세습을 반대했기 때문에 명성교회 측의 방해로 노회장이 되지 못했고 노회는 파행됐다. 명성교회와 그 옹호자들은 자기들끼리 새 노회장을 뽑아서 김하나 목사 청빙안을 가결했다.

그런데 규칙에 정해진 의장이 진행하지 않은 회의가 불법이고 무효인 것이 상식이다. 내가 갑자기 청와대에 가서 국무회의를 진행한다고 해서 뭐가 되는 게 아니잖은가. 명성교회가 꼭 새 노회장을 뽑고 싶었으면, 거듭 말하지만 찬반 토론도 하고 “찬성하는 사람 손드세요” 해서 규칙을 바꿨어야 했다. 그러나 총회와 마찬가지로 노회에서도 그런 거 없었다.

넷째, 명성교회 교인들이 김하나 목사를 원한다는 것이다. 명성교회는 지난 3월 19일 교인들의 투표를 해서 74%라는 높은 찬성으로 김하나 목사를 청빙하기로 결의했다. 한마디로 민주주의 원칙을 지켰다는 것이다. (아, 민주주의를 건드리다니…)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세습금지법이 있는 한 세습은 안 되는 것이 법이다. 다수결에 따라 정해진 법을 지키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초다. 자꾸 압도적 찬성이라고 그러는데 총회에서도 압도적인 찬성으로 세습금지법을 제정했다. 찬성 비율도 명성교회의 것보다 조금 더 높은 84%.

마지막으로 ‘비판 좀 그만하라’고, ‘예수님이 울고 계신다’고 한다. 뭐 예수님이 우셔? 음…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더러움의 끝에서 개혁은 시작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성교회는 세습을 밀어붙였다. 김하나 목사는 지난 11월 10일, 갑자기 새노래명성교회를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정해진 것이 없고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안 가려고 모든 노력을 다했다고 하면서도, 자기 타임 스케줄 상 가더라도 11월은 채우고 가고 싶었다고 했다. 모순된 말이다. 세습을 피하면 훌륭한 목사로 남을 수 있었겠지만, 결정을 했고 책임지겠다고 했다. 목사로서 훌륭한 목사가 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무엇일까? 모를 말이다. 자신이 떠나도 새노래명성교회는 하나님이 세우신 교회이니 잘 붙잡아 주실 것이라고 했다. 명성교회는 하나님이 세우신 교회가 아니라서 아무도 붙잡아 주지 않아서 꼭 자신이 필요하단 말인가? 교만한 말이다.

11월 12일에 열린 세습 취임식은 가관이었다. 세습에 항의하러 온 바깥의 사람들에게 명성교회 세습파는 쌍욕과 몸싸움을 서슴지 않았다. 취임식에서 세습에 반대한다고 소리친 사람들은 머리채를 잡혀 끌려나갔고, 이를 취재하려던 기자들은 얻어맞고 멱살을 잡히고 휴대폰을 빼앗겼다. 세습 취임식은 이렇게 폭력 위에서 진행됐다.

김하나 목사가 명성교회 교인들에게 인사말을 하며 말했다.

우리는 세상과 교계의 우려를 공감한다. 아까 소리를 지른 분은 세상의 소리이며 마땅히 귀를 기울여야 할 소리다. 세상의 소리가 틀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우려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는 그 우려가 우리에게 해당되지 않는 것을 증명해내야 한다.

겸손을 가장한 기만으로 패기가 넘친다. 그래 어디 한 번 해보자. 나와 벗들, 세상의 돌들은 그 우려가 김삼환과 김하나 당신들, 그리고 세습을 강행한 명성교회에 해당되었다는 것을 반드시 증명해내겠다.

“침묵의 시대는 갔다. 이제 외침의 시대가 도래했다.”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가 한 말이다. 명성교회 김삼환-김하나 세습을 보며 저 말이 떠올랐다. 2017년, 세상은 성큼성큼 앞서 나가며 오래 쌓인 폐단들을 걷어내고 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며 위대함을 보기 원했지만 더러움의 끝만 보았다. 더러움의 끝에서 개혁이 일어난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희망이다. 11월 14일부터 그리스도인들은 촛불을 들고 저항하기로 했다. 새 일이 일어날 것인가? 올해 처음 쓴 글 제목은 어째서 ‘촛불 들고 잰걸음’이었을까!  
 

박제민
20대 끝자락에 기독시민운동 판에 들어와 어느덧 30대 중반이 되었다. 낮에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실무자, 밤에는 ‘동네교회청년’ 활동가로 살아가는 30대 청년이다. 보수적인 교회와 선교단체에서 자라면서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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