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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공장” 20년, 무슨 일이 있었나
[327호 사람과 상황] 노동자 ‘집단 사망’ 알리는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
[327호] 2018년 02월 01일 (목) 10:53:42 김유준 poemgene@goscon.co.kr
   
▲ 희년예배에 초청된 박응용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 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복음과상황 옥명호

1년 동안 한 공장의 노동자 15명이 사망했다. 모두 2007년 한국타이어 작업장에서 일하던 이들이었다. 암, 뇌심혈관계 질환 등에 따른 죽음이었다. 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이 진행됐다. 그 결과 1,394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183건의 산재를 감춘 사실이 드러났다. 처벌과 개선이 뒤따랐으나, 2018년에 다시 돌아본 결과는 참혹하다. 2008년부터 현재까지 40여 명이 추가로 목숨을 잃었다. 산재협의회 추산 최소 139명 이상. 심각한 문제는 공장 내 발암물질을 다루다가 질병에 걸린 사망자 중 산재 인정을 받은 사람은 단 4명뿐이라는 점이다. 지난 20년 동안 도대체 한국타이어 작업장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업계 1위의 기업이 어떻게 산재 피해자의 무덤이 되었을까?

지난 12월 26일, 산재 피해자와 가족 9명이 ‘희년예배’에 참석하고자 서울 합정동 한강중앙교회에 모였다. 그중 박응용(54)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 위원장과 피해자 유종원(71) 씨를 만나 그간의 고통을 들었다. 인터뷰 진행은 산재협의회를 돕고 있는 김유준 은진교회 담임목사(본지 실행이사)가 맡았고, 손종표 장그래대전충북지역노동조합 부위원장도 동석했다. 

― 2017년 한해 ‘한국타이어 집단 사망 사건’이 일부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어떤 과정으로 여기까지 왔나.
박응용 : 지난 20여 년 동안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생산라인 노동자가 유독성 물질 중독 등으로 100명 넘게 사망했다. 그런데 산재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산재협의회는 2015년 12월에 구성했다. 30대 후반이던 박찬복 씨가 사망한 직후다. 박 씨는 혈액암(백혈병)을 진단받고 두 달 정도 투병하다가 숨을 거뒀다. 한국타이어는 500억 원을 투자해 혈액암 발병 원인인 유해성 화합물질의 누출을 막았다고 했지만, 박 씨를 비롯해 여러 질환을 앓다가 사망한 이들을 볼 때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다. 노동부에 집계된 한국타이어 노동자 사망자 수는 1996-2007년까지 93명, 2008-2016년 36명에 이른다. 이에 더해 2017년에만 10명이 사망했다. 최소로 잡아도 139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것을 세상에 말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를 만들었다. 

― 최근 20년 동안 벌어진 ‘집단 사망’(약 160명 추정)에도 불구하고, ‘산재 승인’을 받은 사람이 4명에 불과하다. 
1997년부터 2017년까지의 사망자 중 산재 신청 승인 비율은 3%가 안 된다. 한국타이어에서 일하다가 병에 들거나 사망하면 산재 보상을 받아야 하는데 지금까지 단 4명만 인정을 받았다. 4명 모두 혈액암이다. 뇌심혈관계 질환으로만 따진다면 산재 승인은 0%이다. 2008년부터 2016년 1월까지로 보면 사망자 46명 중 산재 승인을 받은 사람은 3명뿐이다(불승인 20명, 미신청 23명). 유족급여 신청조차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수치다. 공장에서 일하다가 병들고 죽었는데 아무런 보상이 없다. 치료도 안 해준다. 지금 일하고 있는 7천 명의 노동자들도 잠재적인 피해자들이다. 동종업인 금호타이어는 2017년에만 산재 승인을 받은 노동자가 15명이다(사망자 1명).

   
▲ 박응용 위원장 ⓒ복음과상황 옥명호

― 산재 승인을 받기 어려운 이유는 뭔가?
노동자에게 발생한 질병과 업무의 연관성을 밝혀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다. 작업장에서 사용하는 유기용제(시너, 솔벤트 등 어떤 물질을 녹일 수 있는 액체상태의 유기화합물질)가 질환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밝혀야 하는데 쉽지 않다.

― 2008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상법)이 개정되면서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가 도입되었다. 발생한 질병 사이의 업무 연관성을 판정하는 걸 텐데, 산재 승인을 받기가 왜 어려운가?
핵심적인 질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산재보상법을 전면 개정했다. 법이 개정되면서 근로복지공단 지역본부별로 관계전문가, 노사추천위원 등으로 구성된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를 두어 질병에 대한 인정 여부를 심의한다. 말은 좋은데, 우리에겐 ‘악마의 법’이다. 지역별로 질병판정위원회가 생겼다는 것은 한국타이어 노동자와 산재 피해자들에겐 재앙이다. 왜냐하면, 2008년 7월 1일 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뇌출혈의 경우 발병 원인이 업무와 무관함을 근로복지공단에서 입증해야 했다. 그 결과 뇌출혈의 경우 70-80% 산재 승인을 받았다. 개정된 후에는 재해 당사자나 유족이, 업무와의 관련성을 입증해야 한다. 승인율이 20% 이하로 떨어졌다. 그야말로 개악이다. 이 법을 개정할 때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었다.  

그뿐 아니라 질병판정위원회로 대화 창구가 단일화되면서 다양한 의견이 봉쇄되는 결과를 낳았다. 그 안에 못 들어가면 어떤 이야기도 할 수 없다. 2007년 10월 1일에 고용노동부 대전지방노동청에서 한국산업안전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역학조사를 의뢰했다. 역학조사팀은 2008년 2월 20일에 최종 결과를 발표했는데, 한국타이어에서 사용되는 66종 화학물질 중 노출 기준을 초과하는 물질이 없었고 질병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고 했다. 엉뚱한 결과였다. 사람들이 그렇게 죽어나간 이유가 HV-250(유기용제 제품명), 벤젠, 톨루엔, 자이렌 등 유해물질이 아니라 고열과 과로,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나온 거다. 2006년 이후 1년 6개월 만에 16명이 심근경색, 심장질환, 돌연사로 사망했는데 그게 다 과로와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거다.

― 한국타이어는 1996년 이후에는 벤젠이 없는 HV-250을 사용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유기용제인 HV-250은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일급발암물질로 분류해 사전·사후 조치를 취하는 물질이다.
유기용제 HV-250은 타이어를 만드는 거의 모든 공정에서 쓰인다. 합성 고무 등을 섞고 제단하고 누르고 붙이고 성형하는 모든 과정에서 쓰인다. 300종 이상의 화합물이 들어가는데 그중에는 독성이 강한 다이옥신도 있고, 중금속도 들어간다. 이런 물질들이 작업장 공중에 돌아다닌다. 오랜 시간 노출되다 보면 병에 걸리지 않을 수 없다. 8가지 암이 한 사람에게서 발견된 적도 있다. 벤젠의 경우 혈액암을 유발한다는 게 명확하게 입증되어 있다. 한국타이어는 1996년 이후 벤젠이 없는 HV-250을 사용한다고 주장했는데, 2016년 고려대 의료원 안산병원이 전·현직 근로자 4명에게 발부한 의료평가서에는 HV-250에도 벤젠, 톨루엔 등 발암물질이 함유된 것으로 나왔다. 한국화학시험연구원 분석결과에도 벤젠이 함유된 것으로 확인됐다. 몇몇 전문가들은 미량이라도 오랜 기간 노출되면 매우 위험하다고 말한다.  

   
▲ "이미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이런 유해물질이 사람에게 어떤 역할을 끼치는지 철저하고 집중적으로 역학조사를 했다. 이와 관련한 대법원 판례가 3개나 있을 정도다. 다 확증이 된 거다. 예방 조치를 해야 하는데 2007년에 집단 사망 사건이 있었을 때 2008년에 산재보상법이 개정되면서 오히려 사건을 덮고 무마하는 방향으로 쏠렸다. 대법원 판례들이 무의미해졌다. 게다가 2008년 역학조사에는 유해물질이 포함되지도 않았다." ⓒ복음과상황 옥명호

― 그런데도 한국산업안전보건연구원 역학조사에서 주요 사망 원인인 HV-250, 벤젠, 톨루엔 등 유해물질이 빠진 이유는 무엇인가?
그 역학조사 전에 실시한 2007년 12월 노동부 대전지방노동청의 <한국타이어(주) 안전보건 특별감독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HV-250의 구성성분은 유해물질인 톨루엔, 크실렌(자이렌), n-헵탄 등이 주요 성분으로 명시돼 있다. 이때 특별근로감독 결과 한국타이어 노동자 1,810명이 요주의 대상이었다. 2008년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특수건강검진 대상자 4,495명 중 2,239명(일반질병유소견자 1,274명, 요관찰자 965명)이 추적관리 대상자임이 밝혀졌다. 그런데 2008년에 한국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역학조사를 통해, 작업장의 고열과 근로자의 과로를 돌연사 이유라고 결과를 발표했다. HV-250에 대해서도 ‘다른 유기용제에 비해 더 건강에 해로운 방향족 탄화수소(벤젠, 톨루엔, 크실렌)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썼다. 이는 노동부 특별감독 결과보고서의 성분 분석과 전면 대치된다. 사실상 핵심 쟁점인 유기용제와의 직무연관성을 고의로 배제한 것 아닌가. 모종의 카르텔이 작용한다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실제 <역학조사 3차 전문가 자문위원회 회의록>(2008.2.14)에 보면 모 자문위원이 “집단 발병 있다” “회사와 관련성 있겠다”라고 정리했던 내용이 나중에 왜 “모호하게” “관련이 없다고 나가도록” 결론지어졌느냐 문제 제기하는 부분이 있다. 역학조사가 제대로 되었고 그에 따른 관리·감독이 잘 진행되었다는데, 그 이후의 사망자들이 수십 명 발생한 이유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 지난 8월 10일 서울중앙지법은 유가족의 손을 들어줬다. 한국타이어에서 일하다가 폐암으로 사망한 안일권 씨 유가족에게 한국타이어가 손해 배상을 해줘야 한다고 판결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공장 내 생산 공정에서 발생한 유독 발암물질로 사망했다고 재판부가 판결했다. 담당 판사는 “한국타이어는 타이어 제조와 발암 물질 노출의 연관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며 “고무흄 노출 누적 수치도 인정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고무흄은 고무 및 첨가제가 열을 받았을 때 생기는 먼지, 증기 형태의 물질이다. 이미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이런 유해물질이 사람에게 어떤 역할을 끼치는지 철저하고 집중적으로 역학조사를 했다. 이와 관련한 대법원 판례가 3개나 있을 정도다. 다 확증이 된 거다. 예방 조치를 해야 하는데 2007년에 집단 사망 사건이 있었을 때 2008년에 산재보상법이 개정되면서 오히려 사건을 덮고 무마하는 방향으로 쏠렸다. 대법원 판례들이 무의미해졌다. 게다가 2008년 역학조사에는 유해물질이 포함되지도 않았다.

― 유독물질이 공장을 넘어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까지 피해를 끼친다는 보도가 있었다.
공장에서 동쪽으로 170m 거리에 금강엑슬루타워라는 50층 아파트가 있다. 구청에 제기된 입주민들 민원제기가 한 해 500건이 넘었다. 분양률도 절반으로 떨어지고, 분양가도 곤두박질쳤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이 지자체에 신고한 오염물질 배출원에는 염화수소와 포름알데히드 외 1급 발암물질 벤젠도 포함되어 있다. 대기 중에도 극소량 검출되고 있으며, 하루 2천 톤 미만의 폐수를 배출할 때에도 벤젠이 배출된다고 사전 신고했다. 벤젠은 극소량이어도 한 번 인체에 흡수되면 잘 빠지지 않아, 위험하다. 공장 주변 신탄진, 송천동, 법동 등 주민 밀집지역에서는 동일한 패턴으로 백혈병 발병 사례가 스무 건이 넘는다.  

   
▲ "젊은 친구들이 그렇게 가니까 마음이 더 안 좋다. 나도 수면제 300알 모아 놓고 죽으려 했다. 지옥에 갈까 봐 두려워서 죽지 못했다. 오늘 기독 청년들 만나니 이때를 위해 내가 살아 있었나 싶다." 한국타이어 산재 피해자 유종원 선생 ⓒ복음과상황 옥명호

― 동석한 유종원 선생님은 산재 피해자인데, 간단히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유종원: 1982년부터 2001년까지 20년 동안 한국타이어에서 일했다. 일부 산재 인정을 받았다. 일부라 말하는 이유는, 직업병으로 산재 인정을 받으면 평생 동안 요양이나 치료 혜택을 받아야 하는데 6년 기간만 받았다.

― 지금 몸 상태는 어떠신지?
아침에 일어나면 몸이 뻣뻣하다. 전동 마사지 기계로 30분 정도 풀어야 겨우 고개가 돌려진다. 어지러움은 일상이다. 뱃멀미가 나는 것처럼 늘 그렇다. 걷다가 주저앉기는 부지기수다. 수면장애가 있어 늘 진통제와 수면제를 먹고…, 성하게 보이지만 죽을 몸이다. 대전지역 병원에서는 진단서도 안 떼어줘서, 신촌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큰 병원 다니면서 내 돈 들여 진단받으러 다녔다. 유기용제 중독, 말초신경염, 다발성신경염, 고혈압 등 진단을 받았다. 백혈병 수치도 높았다. 이 과정에서 회사 측의 협박과 회유도 있었고, 역학조사 받으면서 입에 담지 못할 몹쓸 짓도 당했다.

― 20년 넘게 일했고, 이후 20년 가까이 동료들이 죽어가는 걸 지켜봤다. 
지금에 와서 이야기하고픈 것은, 청년들이 죽어간다는 사실이다. 한국타이어에서 일하는 청년들이 다 죽어간다. 입사할 때는 건강하다. 다 팔팔하게 날아다닌다. 1년만 근무하면 건강에 이상이 생긴다. 암이나 특정 질환이 아니더라도 개개인 신체 중 약한 곳에 이상이 찾아온다. 자각하지 못하더라도 어딘가 신체 기능이 저하되고 있다. 내가 일하고 있을 때, 한국타이어 다니는 사람들 중 유독 결혼한 지 7년, 8년 지나도 아기를 못 낳는 부부가 많았다. 내가 아는 사람만 7명이 시험관 시술을 받았다.

   
▲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이 병에 걸리면, 가족들에게 버림을 받는다. 직장에서 동료들에게 버림을 받는다. 그리고 세상으로부터 버림을 받는다. 그렇게 비참하게 죽어간다.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이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서 아버지도 팔고 자식도 팔고 친척도 팔고 동생도 팔아서 열 번 스무 번 자기를 팔며 살아간다."  ⓒ복음과상황 옥명호

― 피해자들은 동료이자 후배들인데, 가슴 아픈 일도 많았을 것 같다.
각종 암에 걸리고 뇌졸중, 파킨슨병, 정신병으로 죽어간다. 한번은 뇌졸중 걸린 동료의 집에 간 적이 있다. 갔더니 일어나지도 못하고 방바닥을 기어 다니면서 “반장님, 저 좀 살려주세요” 하더라. 부인에게 왜 이러고 있느냐고 얼른 산재 신청해서 치료비 받으라고 했더니, 방법을 몰라 못하고 있었다고 하더라. 방법 알려주고 나왔는데 10분 뒤에 부인한테 전화가 와서 산재 신청 안 하겠다고. 그사이 회사와 무슨 연락이 왔다갔는지 “우리 아들이 한국타이어에 정규직으로 들어가기로 했다”고. 아빠 대신 아들이 정식 직원이 되어서 이제 문제가 없으니 나보고는 전혀 신경 쓰지 말라는 거다. 남편이 한국타이어에서 일하다가 병에 걸렸는데, 이제는 아들을 그리로 보내는 걸 보면서 마음이 참….

― 그런 것을 알면서도 아들을 한국타이어에 보내는 것을 보면, 대전 지역에서 한국타이어 공장이 갖는 위상이 대단한가 보다.
대전에서 한국타이어의 위상은 1위다. 한국타이어가 망하면 대전 경제는 물론, 한국 경제가 망한다고 생각할 정도다. 한국타이어에 입사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 자기가 서서히 죽어가는지도 모르고 돈 번다고 들어가는 게 안타깝다. 나도 겪었지만 가정이 파탄 나는 것 많이 봤다.

― 사망자 현황을 보니 사망 원인에 유독 ‘자살’이 눈에 많이 띄었다.(2008-2017년 11월까지 사망자 37명 중 5명이 자살)
정동장애(情動障礙, 감정·정서상 나타나는 장애)가 생기기 때문이다. 각종 정신병이 생긴다. 기분이 오락가락하고, 갑자기 아무것도 안 보이는 증상도 있다. 금슬이 좋았던 부부였는데 갑자기 남편이 아내를 폭행하고 몇 분 안 지나 다시 매달려 미안하다고 펑펑 울고. 스스로 컨트롤이 안 되는 거다. 그러다가 각혈을 한다. 그 핏물 떨어진 방바닥을 어린 아기가 기어 다니고 있더라. 이게 다 암으로 가는 과정, 죽음으로 가는 길이다. 불을 질러 온 가족이 다 죽은 경우도 있다. 젊은 친구들이 그렇게 가니까 마음이 더 안 좋다. 나도 수면제 300알 모아 놓고 죽으려 했다. 그때 ‘자살하면 지옥에 간다’는 하나님 음성이 들렸다. 지옥에 갈까 봐 두려워서 죽지 못했다. 오늘 기독 청년들 만나니 이때를 위해 내가 살아 있었나 싶다.

   
▲ "현지 조사를 나온 근로감독관도 안전장치 없이 기계가 가동되고 있는 걸 확인했다. 비상시 기계 작동을 멈추는 조작판이 작업자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위치해 있다. 생산량을 높이려고 사람을 죽이는 셈이다." 손종표 장그래대전충북지역노동조합 부위원장 ⓒ복음과상황 옥명호

― 대전 지역 병원에서는 진단서를 안 써준다는 말은 어떤 뜻인가?
손종표: ‘업무연관성’ 때문에 진단서를 끊어줄 수 없단다. 그러니 공식 집계된 피해자보다 피해자 수가 실제 더 많을 것이다. 특수건강검진을 1년에 두 번 받아야 하는데, 결과마저 조작한다. 문제가 발견되어도 제대로 설명도 안 해준다. 2015년에 특수건강검진 지정 병원에서 물혹이 있다는 결과를 받은 노동자가 있었다. 너무 아파서 다른 병원에 갔더니 큰 병원에 가보라고 해서 국립암센터에 가서 진단했더니 근육암이었다. 수술을 세 번 했는데 계속 재발하고 폐까지 전이되어서 손을 못 대고 있다. 이제 서른여덟 살인데…. 이분도 산재 처리 안 되었다. 신청 자체가 기각되었다. 더 심각한 것은 노동자 스스로 진단서를 조작해 이상이 없는 것처럼 하고 다시 일을 시작한다는 거다. 암에 걸렸는데도 계속 치료하면서 다니는 사람도 있다.

― 산재 처리를 받기 어렵기 때문에 참고 다니는 건가?
그렇다. 몸이 아픈 것을 회사에서 알면 권고사직을 강요한다. 그러니 허위 진단서를 끊어서라도 계속 다닌다. 두 번 세 번 쓰러져도 다시 들어간다. 산재 처리가 안 되니까, 구조적으로 막혀 있으니까 그런 선택을 하는 거다. 가장으로서 공장을 하루라도 더 다니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 그런 구조라면 근로 환경이 많이 열악한가?
작업 중 컨베이어 벨트와 롤 사이에 끼어 사망한 노동자가 많다. 지난 10월에만 16명이 같은 케이스로 사망했다. 부상당한 것은 통계로도 안 잡힌다.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고의로 자동제어장치를 제거한 게 아닌가 싶다. 현지 조사를 나온 근로감독관도 안전장치 없이 기계가 가동되고 있는 걸 확인했다. 비상시 기계 작동을 멈추는 조작판이 작업자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위치해 있다. 생산량을 높이려고 사람을 죽이는 셈이다. 사실 한국타이어 안에 정상적으로 노동조합 활동만 되고 있더라도 절반 가까이는 해결될 수 있을 텐데 아쉽다.
박응용: 사람이 산재를 당하면 복도에 세워놓고 조롱을 한다. 그런 식으로 노동 통제를 하고 있다.

― 박 위원장님은 1994년에 한국타이어에 입사해 노동조합 활동과 처우 개선을 주장하다가 해고당했다.
박응용: 그때 노동조합 활동이 받아들여졌다면 집단 사망 문제가 터지진 않았을 것이다. 소중한 생명을 잃지 않아도 되었을 거다. 해고자들이 일괄 복직될 때 나만 이유 없이 제외됐다. 이후 2007년 12월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로부터 복직 권고가 있었다. 복직을 위한 청원을 넣고 있다.

― 현 정권에서 이 문제가 해결될 여지가 있나?
손종표: 문재인 대통령 대선 후보 시절에 질의서를 보냈고 답변이 왔다. 요약하면 세 가지였다. 책임자 처벌하겠다, 제도 개선하겠다, 포괄적으로 해결하겠다. 그런데 지금 실질적으로 확인되고 있는 것은 없다. 복직 청원을 계속하는 이유도, 사측이 노동조합 인정하지 않으려고 당시 해고한 사람들 복직시켜서 노동자들이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라는 것인데 꿈쩍도 안 한다. 검찰에 살인죄로 고소를 하고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어도 안 된다. 1천 건 넘게 법을 위반했어도 벌금이 500-1,000만 원이다. 재벌들에게 그런 벌금 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노동자가 집단 사망하고 있는데 정부는 왜 가만히 있나.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노동자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해고된 사람들 복직시켜 당사자들이 해결하도록 조치하라고, 복직 청원서를 넣은 거다. 재벌에 해결 의지가 없다면, 이제라도 노동조합이 민주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해달라는 거다. 금호타이어의 산재 승인율이 한국타이어보다 현저하게 높은 이유는 노조가 능동적으로 활동하는 것과 연관이 있다.
 
 

   
▲ "우리나라가 70년대 말에 중화학공업을 운영한 기업주들은 재벌이 되었는데, 관련 노동자들은 다 죽어가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일제강점기 때 군수물자를 만들었는데 광복 후 미 군정에 넘겨져 적산이 된 공장이다. 현재 회장인 조양래 씨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돈이기도 하다." ⓒ복음과상황 옥명호

― 소송을 위해 변호사 선임을 결정했다고 들었다.
박응용: 우선은 시효 문제가 걸려 있다. 산재는 시효가 7년이다. 2008년 피해자들은 시효가 지났고, 남은 사람 중 3명을 역학조사해서 처벌받게 할 수 있겠구나 싶어서 노동청에 자료를 넘겼고 오늘 조사하겠다고 전화를 받았다. 일단 지금은 시효 문제가 있기 때문에 피해자 현황 파악부터 해야 한다. 죽은 사람들에 대한 시효 문제도 있어서 빨리 산재 신청을 해야 하는데 요즘은 변호사비가 비싸더라. 예전에는 무료 변론도 꽤 있었는데…. 지금 일차적으로 공동행동이 만들어져서 600만 원을 모금하기로 했는데 턱없이 부족하다. 형사 소송 문제도 제기되었는데 그 비용만 1천만 원 든다. 일단 변호사님께 200만 원 먼저 드리고 억지로 사정사정해서 맡아 달라고 했다. 정말 실력 있는 변호사님인데, 돈을 드릴 방법이 없다.

― 모금에 참여한 공동행동에는 어떤 조직들이 참여했나?
희년함께, 희년사회, 희년네트워크, 연세차세대연구소, 예수희년과하나님나라연구소 그리고 몇몇 교회들에서 298만 원 가까이 모금됐다. 목표액이 600만 원인데 아직 절반밖에 안 된다. 민주노총과 촛불사회 시민단체에 호소해볼 생각이다. 필요한 돈은 3천만 원 정도로 예상한다. 산재 관련 민·형사 재판, 감사원 감사 재판을 하려면 비용이 최소한 그 정도 들더라. 워낙 큰 건이라서 변호사들이 하려고 하지 않는다. 실력 있는 변호사들만 할 수 있는데, 그분들은 수임료가 비싸다. 많은 교회들이 참여해서, 죽은 이들의 원한을 풀어주고, 죽어가는 사람들 덜 죽게 하는 데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 길게 보면 중화학공업계 300만 명 노동자들을 위한 일이다. 그들도 거의 다 HV-250을 쓰고 있을 텐데 그들의 건강권을 해결하는 중차대한 문제다. 또한 정의를 회복하는 일이다. 우리나라가 70년대 말에 중화학공업을 운영한 기업주들은 재벌이 되었는데, 관련 노동자들은 다 죽어가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일제강점기 때 군수물자를 만들었는데 광복 후 미 군정에 넘겨져 적산(敵産, 광복 이전 일본인 소유였던 재산으로 귀속재산이라고도 함)이 된 공장이다. 현재 회장인 조양래 씨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돈이기도 하다.

― 마지막으로 기독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청년세대들이 앞장서는 일이 중요하다. 오늘 마련된 이 자리에서 청년 크리스천들에게 간곡히 부탁드린다. 한국타이어 집단 사망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함께해주시를 간곡히 바란다. 한국타이어에서 노동자들이 병들고 죽어간다. 청년의 맑은 정기와 뜨거운 열정이 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 사망 사태와 연결된다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이 병에 걸리면, 가족들에게 버림을 받는다. 직장에서 동료들에게 버림을 받는다. 그리고 세상으로부터 버림을 받는다. 그렇게 비참하게 죽어간다.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이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서 아버지도 팔고 자식도 팔고 친척도 팔고 동생도 팔아서 열 번 스무 번 자기를 팔며 살아간다. 이것을 바로 잡아주는 데 동참해주셨으면 좋겠다.

■ 후원계좌 : 하나은행 656-910015-78104 디엔에이치(협)
■ 같이가치 with kakao : '유기용제 산재노동자에게 가혹한 산재소송을 시민과 함께!'(참여)

진행 김유준 목사 youjoon50@gmail.com
정리 이범진 기자 poemgene@goscon.co.kr

강도 만난 이웃을 위한 ‘희년예배’

예배 가운데 사회적 약자나 피해자를 초청하여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기도하는 일은 한국교회에서는 몹시 드문 일이다. 그렇기에 한국타이어 산재 피해자들을 초청한 ‘희년예배’에 대해 궁금증이 이는 건 당연하다. 한국타이어 산재 사망 관련 인터뷰와 별개로, 희년예배 사회를 맡은 김유준 목사에게 희년예배에 대해 궁금한 몇 가지를 물었다.

   
▲ 김유준 목사 ⓒ복음과상황 옥명호

― 희년예배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한다면?
예수님께서 로마제국의 압제와 종교 지도자들의 횡포 속에서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며 억눌리고 소외된 이웃들을 찾아가 그들을 치유하며 신원해주신 것처럼, 희년예배는 이 시대의 불의한 구조와 억압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 분들의 마음에 공감하고 그 문제를 최고의 통치자이신 주님 앞에 신원하며 함께 해결하기 위해 모인 예배다. 개인의 영혼 구원과 세계선교에 헌신해 온 한국교회가 이제는 산업화와 경제적 성장으로 발생한 구조적 불의와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해 고통당하고 있는 ‘강도 만난 이웃’을 위해, 공의를 실천하는 균형 잡힌 신앙과 삶이 필요하다.

― 언제부터 시작된 예배 모임인가?
2017년 3월부터 희년함께, 마커스커뮤니티, 희년세대(연세차세대연구소)가 연합해서 매월 넷째 주 화요일 저녁 7시 30분에 서울 합정동 한강중앙감리교회에 모여 예배를 드리고 있다. 내가 작년 8월까지 격주로 희년의 메시지를 전하며 기도회에 주력했다. 9월에는 남기업 박사(희년함께 공동대표, 토지+자유연구소장), 10월엔 희년실천연합예배로 드렸고, 11월에는 김요한 목사(새물결플러스 대표), 그리고 12월에는 진방주 목사(영등포산업선교회)께서 말씀을 전했다. 2018년에는 1월 23일 김병년 목사(다드림교회)를 시작으로 김근주 교수(기독연구원 느헤미야), 박대영 목사(광주소명교회), 박득훈 목사(교회개혁실천연대), 강경민 목사(일산은혜교회), 전강수 교수(대구가톨릭대) 등을 강사로 모신다. 매월 희년 사상을 토대로 한국교회와 사회에 대한 개혁 방향과 실천적 대안을 모색하려 한다.

― 희년예배에서 이분들을 초청하게 된 과정과 앞으로의 계획은?
작년 11월 초에 ‘희년사회’ 박창수 목사를 통해 한국타이어 산재 피해자들의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이분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등포산업선교회에서 모인 ‘공동행동’에 참여하면서 그 심각성을 알았다. 지난 20년 이상을 고통당하면서 그 아픔과 억울함을 알릴 힘조차도 없이 무너져 있는 피해자분들과 유족들의 마음에 공감하며 함께 기도하며 그분들을 위로하고자 초청했다.

산재 피해자분들과 유족들께서는 그분들의 고통과 마음을 젊은이들이 공감해주는 것만으로 감격해 눈물을 흘리셨다. 이러한 질병과 억울함 가운데 지내오신 분들의 마음을 조금 더 일찍부터 헤아려 도와드리지 못한 점이 안타깝고 죄송할 따름이다. 무엇보다도 이분들의 억울하고 고통스러운 상황을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에게 알리며 기도하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구체적으로 행동하고자 한다. 공동행동을 중심으로 공청회와 소송비용 마련을 위한 모금 등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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