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7호 최은의 시네마 플러스] <한나 아렌트>(2012)

1961년 예루살렘과 할리우드
지난해 개봉한 영화 〈아이히만 쇼〉(2015)는 1961년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의 공판이 TV로 생중계되는 과정을 다루었습니다. 제3제국 당시 유대인 추방과 수송의 책임자였던 아이히만은 오랜 도피 생활 끝에 아르헨티나에서 납치, 체포되어 예루살렘에서 재판을 받게 되는데요. 밀튼 프루트만이 기획하고 레오 허위츠가 연출한 당시의 재판 영상은 TV 최초의 다큐멘터리로 알려져 있습니다.

바로 그 현장에 한나 아렌트가 있었습니다. ‘악의 평범성’ 개념으로 유명한 정치철학자 아렌트는 프랑스의 유대인 수용소에서 탈출해 망명한 생존자이기도 합니다. 아렌트는 법정 기자실에서 허위츠의 생중계 영상을 지켜보며 아이히만 재판에 관한 보고서를 준비했답니다. 〈뉴요커〉에 5회로 나누어 실린 이 보고서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1963)이라는 명저로 남았지요. 마가레테 폰 트로타의 영화 〈한나 아렌트〉(2012)는 이 시기 아렌트에 주목했어요.

이 재판을 허위츠가 영상으로 기록하고 아렌트가 글로 썼던 그해 전범 재판과 관련한 또 한 편의 영화가 개봉했습니다. 1948년 전후 독일을 배경으로 한 〈뉘른베르크의 재판〉(1961)입니다. 스펜서 트레이시, 버트 랭커스터, 마를렌 디트리히 등 쟁쟁한 배우들이 대거 참여한 이 영화는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열린 국제사법재판에서 99명의 전범이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1961년 현재 복역 중인 인물은 아무도 없다는 정보를 전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감합니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채 진행 중이던 아이히만 재판에 대한 할리우드식 코멘트(개입)였다고 이해해도 될까요? 대중 영화가 현재에 발 딛고 역사를 들춰내는 방식이 예나 지금이나 흥미롭습니다.

아이히만은 1960년 5월 11일 체포되어 1심과 항소심을 거친 후 1962년 5월 29일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선고 이틀 만인 1962년 5월 31일 교수형을 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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