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0호 3인 3책] 믿는다는 것 / 강영안 지음 / 복있는사람 펴냄 / 2018년

청년 시절 들었던 어느 강사 목사님의 설교가 종종 생각난다.

그 목사님이 말씀하시길 “자신 없고 의심 많은 사람들은 평소 말할 때 ‘~한 거 같다’는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그러나 우리 ‘믿는 사람’들은 그래서는 안 된다, 특히 하나님에 관해서, 믿음에 관해서 이야기할 때는 더더욱 그래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말할 때, 하나님이 계신 거 같다, 가 아니라 하나님이 계시다! 나는 믿음이 있는 거 같다, 가 아니라 나는 믿는다! 라고 확신 있게 이야기해야 한다, 그게 진짜 믿음이고 믿는 사람들의 바른 언어이다!”라고 아주 강하게 말씀하셨던 ‘거 같다.’

목사님의 열정 넘치는 설교에 ‘믿는 사람’들의 아멘! 소리가 묘하게 이질적으로 다가왔었다.

그 설교는 파급력이 꽤 컸고, 이후 소그룹이나 다양한 모임 등에서 ‘~한 거 같다’는 표현을 바꾸려는 노력들이 보였다. 사람들은 이야기할 때마다 “…그래서 제가 그랬던 거 같…, 아니 그랬어요!”라던가 “저에게 하나님이 ~라고 말씀하시는 거 같…, 아니 말씀하셨어요!”라면서 열심히 표현을 고쳐 말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자주 연출됐다.

나도 거기서 자유로울 수 없었는데 솔직히 ‘진짜 믿는가’를 고민하기보다는 확신 없고 의심 많은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 데에 더 급급했다. 한편으로는 믿음의 과정에서 생기는 정당한 질문과 의심들이 배제되는 느낌이 자꾸만 들었다. 그래서인지 ‘확신의 언어’가 입에 잘 붙지 않았다.

강영안 교수는 《믿는다는 것》을 쓴 이유로 ‘믿음이 무엇인지, 어떻게 믿어야 제대로 믿는지 궁금할 때가 많았다’고 밝힌다. 그는 ‘믿음에 관해서 생각하려면 누구를, 무엇을 믿는지 그리고 한걸음 물러나서 믿는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저자는 또한 하이데거를 통해, 믿음을 확신하기에 앞서 충분히 궁금해하고 질문하기를 긍정한다.

먼저 묻는다는 것, 질문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 봅시다. 인간실존을 논할 때 그(하이데거)는 인간을 무엇보다 ‘물음을 던지는 존재’로 보고 있습니다. 물음을 강조한다고 해서 곧장 답을 제공해 주었다는 말이 아닙니다. 손쉬운 답을 찾기보다 물음 속에 머물면서 물음의 길을 쉬지 않고 따라 걸어가는 방식이 그의 철학함이었습니다. … 제대로 생각하려면 물음을 던지고 그 물음 속에 머무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36쪽)

‘믿음’에서 ‘물음’은 믿는 대상과 내용을 제대로 잘 알고자 하는 소중한 과정이자 ‘존재로서의 철학함’이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 거 같다’라는 말은 의심과 확신 없음의 표현이 아니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일을 모르는 채로 남겨두는, 정직함의 표현이기도 하다. (물론 앞서 언급한 목사님도 그걸 모르실 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확신 없어 보이는 말로 내 믿음을 나누고 말하는 일은 어쩌면 모름의 공간에 물음의 자리를 주는 일이 된다.

나의 사유가 배제된 채로 ‘믿는 사람’이 되는 건 무서운 일이다. 그런 거 ‘같으면서’ ‘그렇다!’고 확신하는 건 거짓말이 되기도 한다. 당장에 자신 없고 믿음 없어 보여도, 재빨리 손쉬운 답을 바라지 않고 물음에 오래도록 머무르는 일. 그것이 믿음 그 자체가 아니라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그것 역시 믿음인 ‘거 같다’.

 

심에스더
성을 사랑하고 성 이야기를 즐겨하는 프리랜서 성과 성평등 강사이자 의외로 책 팟캐스트 〈복팟〉 진행자. SNS 중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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