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1호 동교동 삼거리에서]

한반도 분단 70년 만인 2018년 4월 27일, 북한 지도자가 최초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쪽 땅을 밟았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일 국무위원장이 서로의 얼굴과 눈을 마주하고 손을 맞잡은 ‘만남’은 한반도는 물론 세계를 감동시켰습니다. 하지만 국내외에서 들려오는 “평화에 취해있을 때가 아니”라는 소리는 새겨들어야겠습니다. 정상회담 한 번으로 이 땅에 평화가 정착할 리는 없으니까요.

당장, 예정되었던 남북 고위급회담이 무한 연기되었습니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북한 압박이 도가 지나쳤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원인이 무엇이건 북한이 핵무장을 오랜 시간에 걸쳐 해왔듯, 한반도 비핵화라는 과제 역시 단번에 말끔히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실감하게 됩니다. 상대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은 채, 끊임없는 소통의 노력을 기울이는 인내도 필요하겠지요.

한반도 상황이 보여주듯, 평화는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오게 해달라”며 주의 기도를 드리는 그리스도인들은 평화 없는 이 땅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분단 70년은 물론 그 이전으로 조금만 거슬러 보면, 복잡한 국제정세 속에서 분단 전후 ‘역사의 비극’을 막기 위해 몸부림친 믿음의 선조들이 있습니다. ‘사람과 상황’이 만난 전 통일부총리 한완상 장로는 진정한 하나님 나라 샬롬을 만들어가기 위해 지금 교회가 따라야 할 역할모델로, 백범 김구, 우사 김규식 선생을 꼽았습니다. 그들은 우리 시대 예언자로서 억울하게 맞은 민족 분단을 자기 아픔으로 느꼈고, 분노했고, 그래서 행동했던 그리스도인이었습니다. 보이는 곳이든 보이지 않는 곳이든 지금도 각지에 흩어져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행동하는 ‘디아스포라’ 그리스도인들이 있습니다. 이번 커버스토리에서는 특별히 디아스포라의 경험으로 한반도를 보았습니다. 세상에 흩뿌려져 묵묵히 샬롬을 심고 퍼뜨리는 그들의 기도와 행동에 주목했습니다.

아직 오지 않은, 그러나 이미 ‘와 있는’ 하나님 나라 샬롬이 한반도에도 꽃피고 자라서, 전쟁의 소식이 있는 억울하고 슬픈 곳마다 희망의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00년 전 종교인들의 독립선언과 시민들의 3.1운동 소식이 핍박받던 인도의 독립활동가들에게 희망으로 다가왔던 그때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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